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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오세르(Auxerre) 관광

(2024-05-24 금a) 서유럽 렌터카 여행(50)

by 이재형

다시 출발이다. 우리나라의 국도보다 더 좁은 지방도 정도의 도로가 계속된다. 연이어 나타나는 풍경은 조금씩은 특색이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하다. 완만하게 굴곡진 벌판, 푸른 밭들과 초원, 빨간색 지붕의 농가들, 그리고 푸른 하늘과 흰구름, 이런 풍경들이 반복된다. 조금도 싫증 나지 않는 풍경들이다. 날씨는 정말 변덕스럽다. 비가 오다 햇빛이 들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오세르의 숙소에 도착했다. 또 비가 내린다. 4시쯤 비가 개이길래 마을 구경에 나섰다. 오세르는 인구가 3만 명이 약간 넘는 도시로, 본느와 함께 브루고뉴 지방의 와인 중심지이다.


숙소에서 나오면 작은 공원인데, 공원을 지나 작은 강을 건너면 바로 다운타운으로 연결된다. 이 강은 요네강이라 하는데, 세느강의 지류라 한다. 이곳은 프랑스의 거의 한가운데인 내륙임에도 불구하고, 강에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알고 보니 이곳 오세르에서는 요네강을 수상 스포츠 및 레저가 인기 있으며, 시민들은 강 위에서의 식사도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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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은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중세도시이다. 작은 돌로 포장된 좁은 길, 그리고 양쪽에 늘어서 있는 중세풍의 집들은 이젠 나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이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광장이 나오고, 근처에는 성당과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명소는 오세르 성당(Cathédrale Saint-Étienne d'Auxerre)이다. 이 성당은 13세기에 건축된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프랑스에서 중세 건축물 가운데 중요한 곳 중 하나라 한다.


이곳엔 의외로 상점들이 많다. 지금까지 다녀온 프랑스의 도시들은 한국에 비해 상점의 수가 훨씬 적은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어딜 가더라도 도로변에는 식당, 편의점 등등 갖은 종류의 상점들이 줄을 이어 들어서있다. 그런데 프랑스의 도시는 도심 일부 지역에만 상점가가 있고 그 외에는 상점들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오세르는 지방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중심가에는 많은 상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오세르가 와인의 도시라 하니 그냥 숙소로 들어갈 순 없다. 중간 가격 정도의 와인을 한 병 사서 숙소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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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페이스북을 보고 있자니 프랑스의 어느 지역이라며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보여준다. 너무나 아름다워 이곳에서 가까우면 찾아가 보려고 확인을 해보았더니, 이럴 수가! 바로 조금 전에 보고 왔던 오세르 성당이다. 이곳서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내가 찍은 사진과 비교하니, 역시 프로는 프로다.


곁가지 이야기: 유럽의 화장실 문화


시장경제권 국가가운데서도 영미형과 유럽형은 그 결이 조금 다르다. 경제의 목표를 효율성과 형평성으로 구분한다면, 영미형은 효율성에 좀 더 비중을 두는 반면 유럽형은 형평에 무게를 둔다. 효율성은 성장, 형평은 복지라는 말로 대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미형의 국가로는 미국, 영국을 포함하여 캐나다, 호주, 한국, 일본 등을 들 수 있겠으며, 유럽형에는 서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이 포함될 것이다.


유럽은 정말 복지국가인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먹고, 배설하는 행위이다. 유럽국가의 경우 먹는 데는 진짜 자유롭다. 식료품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기 때문에 먹는 것 때문에 설움을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배설하는 행위에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유럽에서는 일단 집 밖에 나오면 자유롭게(공짜로) 배설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배설을 위해서는 돈을 자불 해야 한다. 돈 없는 사람은 배설의 기회를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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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제일 큰 고통은 화장실 문제였다. 이전에 유럽에 왔을 때는 대부분 출장이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실 문제를 심각하게 느껴보질 못하였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낮 시간 대부분을 집 밖에서 보냈기 때문에 정말 이 문제를 절실히 느꼈다.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유료인데, 한 번 입장에 1유로(1,500원)를 받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0.5유로를 받는 곳도 있었으나, 그 숫자는 매우 적었다. 두어 곳에서는 한 번 이용에 2유로를 내기도 하였다. 소변 한 번 보는데 3,000원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화장실 이용에 돈을 내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도대체 화장실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내나 관광지에서 화장실을 찾는다고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급할 때는 근처 레스토랑 등에 가서 화장실을 좀 사용하자고 하면 대개는 다 들어준다. 몇 번을 부탁했지만 거절 당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자꾸 부탁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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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제일 큰 어려움을 들라면 화장실 문제다. 관광을 하면서도 계속 그쪽으로 신경이 쓰인다. 어쩔 수 없이 사람 없는 곳에선 노상방뇨도 두어 번 했다. 아무리 그래도 바지에 쌀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무슨 놈의 복지국가가 이렇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조차 해결해주지 못하나.


반면 복지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영미형 국가에서는 화장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거의 없었다. 영국과 호주는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그 밖의 나라들은 화장실 인심이 아주 좋았다. 최소한 화장실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복지국가 개념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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