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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트랑을 향해 출발

(2024-11-12)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이번 겨울도 동남아 여행으로 보내기로 했다. 지난봄에 40일간 렌터카로 서유럽 여행을 했지만, 난 여행지로 동남아가 좋다. 유럽 여행은 뭔가 쫓기는 기분이었다.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에 비해 동남아 여행은 언제나 마음이 푸근하다. 여유작작, 놀고 싶으면 놀고, 쉬고 싶으면 언제 어디서건 쉬면 된다. 내년 설 이전까지 돌아오면 된다.


집사람에게 같이 가겠냐고 했더니 싫단다.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사람과는 다음 달 중순 경에 태국의 방콕이나 치앙마이에서 만나기로 했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나 홀로 여행이다.


세종에 살면 비행기 타기가 번거롭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려면 출발시간 7시간 전에는 집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던 차에 청주공항 출발의 괜찮은 항공편을 찾을 수 있었다. 다낭까지 편도 95,000원, 나트랑까지 편도 104,000원, 망설이다 나트랑을 택했다. 다낭으로 가서 퐁냐케방에 가볼까 했으나, 이미 7년 전에 그곳 파라다이스 동굴을 보트로 관광한 적이 있었다. 본격적인 동굴탐험 투어는 비용도 비쌀 뿐만 아니라 내겐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이번엔 나트랑으로 가서 조금 쉬다가 달랏에 가기로 했다. 달랏에서 사나흘 구경하고 쉰 뒤에는 아직 특별한 계획이 없다. 어디로 갈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베트남 남부의 국립공원 좋은 곳이 있으면 둘러볼 수도 있고, 메콩 삼각주 곡창지대에 있는 껀터에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육로로 이동해 캄보디아로 다시 가봐야겠다. 지난번엔 이틀에 걸쳐 앙코르와트와 톤레삽 호수에 갔었는데, 이번엔 앙코르와트 3일 입장권을 끊어 완전히 뽕을 뽑아야겠다. 톤레삽 호수도 다시 가고 싶다. 캄보디아는 프놈펜과 앙코르와트를 제외하면 가 볼 만한 곳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캄보디아에서 기분이 내키면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가고, 아니면 라오스를 생략할 수도 있다. 4천 개의 섬이 있다는 라오스의 시판돈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또 타켁 루프 오토바이 여행을 다시 해보고도 싶다. 올해 1월, 3박 4일 일정으로 했던 타켁 루프 500킬로미터 오토바이 여행은 근래의 최고의 경험이었다. 자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그런데 너무 위험하다.


이번 여행에 대비하여 야심 차게 도전한 것이 있었다. 바로 2종소형면허, 즉 오토바이 면허였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0년대 초반 운전면허를 딴 이후, 거의 40년 동안을 그 한 개의 자격증으로 버텨왔다. 그러다가 칠순을 넘긴 지난해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N1) 자격증을 땄다. 내 생애 두 번째 자격증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2종소형면허는 나로서는 세 번째 자격증 도전이었다.


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강사는 이때까지 자신의 학원의 최연장자 기록이 67세였다고 하면서, 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짓는다. 가볍게 생각하고 면허에 도전했지만 막상 해보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연습용 바이크는 250~300cc 배기량인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무겁다.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오토바이 무게가 250킬로가 넘는다고 한다. 결국 면허 취득은 실패로 끝났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 평형감각이 많이 부족하단 것을 느꼈다. 집사람은 있는 면허증도 반납해야 할 나이에 무슨 새 면허증을 딴다고 그러느냐고 한다. 아주 고소한 모양이다.


저녁 9시 10분 비행기로 청주공항을 출발해 나트랑으로 향했다. 내일 새벽 0시 30분에 도착한다. 나트랑 캄란 공항에서 시내까지 50킬로 가까이 된다고 한다. 한밤중이라 차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공항 픽업 서비스를 19,000원에 예약하였다. 호텔도 오늘 오후 급하게 예약하였다. 꽤 괜찮은 호텔 같은데, 1박에 만원이 채 안된다.


어제는 여행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다이소에 갔다. 그곳엔 아주 값싸고 유용한 여행용품이 많다. 3만 원어치 정도를 사니 한 보따리이다. 여행자보험 가입, 데이터 로밍도 오늘 허겁지겁 마쳤다. 여행 짐도 오늘 오후에야 꾸렸다. 분명 빠트린 것들이 많을 것 같다. 코로나 예방주사와 무릎 연골주사도 오늘 맞았다.


인천공항을 이용할 경우 집에서 거의 7시간 전에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오후 비행기라 할지라도 오전에 서둘러 집을 나서야 한다. 이에 비해 청주공항은 아주 편리하다. 집 근처에서 B3 BRT 버스를 타면 바로 청주공항 출국장 앞에 도착한다. 이응패스를 이용하면 버스비도 공짜이다. 오후 5시경에 세종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청주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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