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3)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어제 오후 9시 10분 티웨이 항공편으로 청주공항을 출발하였다. 청주공항에서 국제선을 이용해 보니 괜찮다. 국제선 편수가 많지 않으니 출국 수속에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5분 남짓한 시간에 모든 출국 절차를 마친 것 같다. 대합실도 아주 쾌적하다. 앞으로도 해외여행 시 청주공항발 항공편이 있으면 꼭 이것을 이용해야겠다.
나이가 들면 관공서나 공항 등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편리한 점이 있다. 요즘은 웬만한 공공시설에 가면 도우미가 있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도와준다. 나이가 들다 보니 내가 뭔가를 할려치면 꼭 도우미가 달려와 이것저것 도와준다. 아마 노인이라 잘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상당히 성가시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들이 귀찮은 일을 대신 다 해주니 아주 편하다. 요즘은 군말 없이 그들의 친절을 받는다. 셀프 체크인을 하려는데, 도우미가 달려와서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에게 그냥 맡겨버렸다.
그런데 셀프체크인 기계가 잘 안 된다. 왜 그런가 했더니 베트남은 입국조건으로 출국항공편도 함께 예약하여야 하는데, 나는 편도항공권만 끊었기 때문에 기계에서 거부한 것이다. 창구에 가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베트남 출국항공편이 없으면 그 이유를 적은 각서를 써야 한다고 한다. 항공사 직원이 각서를 써준다. 그러면서 귀국항공편이 없다는 이유로 베트남 입국거부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의를 준다. 그런 걱정 전혀 필요 없다. 막상 도착해 보면 베트남 입국심사 때 귀국항공권 따윈 보지도 않는다.
어젠 하루종일 여행준비를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삼성화재배 세계바둑대회를 관전하지 못했다. 유튜브 동영상을 오프라인에 저장해 두었다. 거의 6시간 분량이니 비행기에서 이걸 보면 심심치 않게 갈 수 있다. 좀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일부러 승부 결과도 확인하지 않았다.
요즘은 저가 항공기 대여섯 시간 정도 타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다. 작년과 재작년 베트남-라오스를 30여 시간에 걸쳐 버스여행한 이후는 열몇 시간 정도의 버스나 비행기 여행은 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가 출발하자 게임을 조금 즐기다가 오프라인에 저장해 둔 바둑 유튜브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오늘은 우리 선수 6명이 중국선수들과 시합을 한다. 세계랭킹 1위의 신진서가 사실상의 중국 일인자인 왕싱하오와 붙고, 그 외에 여자선수 2명, 노장선수 2명 등 총 6명인데, 운이 좋으면 2승 4패, 잘못하면 전패로도 끝날 수도 있다. 신진서를 제외한다면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현저히 밀리기 때문이다. 신진서마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 4승 2패로 경기가 끝났다. 노장선수 2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선수가 모두 이긴 것이다. 그것도 세계 톱클라스의 선수들을 상대로...
시대가 지날수록 스포츠 선수들의 전성기도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축구나 농구 등 일반 스포츠의 경우 20대가 전성기이고, 30대에 들어서면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 대신 두뇌스포츠인 바둑은 나이가 들수록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30대 후반 내지는 40대에 이르러야 기량이 최절정에 오른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축구선수들은 30대에 최절정기를 맞이하는 반면, 바둑은 25세가 넘으면 쇠퇴기에 접어든다.
바둑 유튜브 동영상을 다 보고 나니 벌써 나트랑 하늘 위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잘 닦인 도로 위에 가로등들이 화려하게 교차하고 있다. 선진국의 도로 모습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캄보디아나 라오스와 비교하면 확실히 베트남은 다르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현지시간 0시 40분이다. 픽업 서비스에는 예약 시 1시 반쯤에 나갈 것이라 통보해 두었다.
그런데 입국절차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직원들이 특별히 일을 늦게 처리하는 건 아닌데, 밀려드는 외국관광객들로 캐퍼가 초과된 것 같다. 입국수속대마다 줄이 굽이굽이 서있다. 거의가 한국관광객이다. 거의 1시간이 지나 겨우 입국수속을 마치니, 이번엔 세관 심사대이다. 말도 못 하게 긴 줄들이 늘어서있다. 우리나라는 검사면제의 경우 그냥 걸어 나가면 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 않는데, 이곳은 모든 짐들을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거의 1시간 반이나 걸려 겨우 공항을 빠져나왔다. 시간은 거의 오전 2시 반에 가까웠다. 약속시간에 1시간 반이나 지난 것이다. 이때 픽업 운전사로부터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곳을 찍은 사진이 도착했다. 이 때문에 쉽게 픽업 운전사와 만날 수 있었다.
났다. 만날 장소를 상세히 사진을 찍어 보내와 조금도 어렵지 않게 운전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랜저보다 커 보이는 승용차인데, 아주 좋다. 요금도 2만 원이 채 못되어 오히려 내가 미안할 지경이다. 차는 해안도로를 떠라 나트랑 시내를 향해 달린다.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리조트나 고급호텔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만 본다면 선진국들의 해변 휴양지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도로도 잘 포장되어 있어 아주 좋다. 우리나라의 해변도로 이상이다.
패딩을 입고 있어 무척 덥다. 이 시기라면 다낭만 하더라도 쌀쌀한 느낌이 들터인데, 이곳은 확실히 남쪽이라 그런지 덥다. 호텔 방에 들어오니 4시, 우리 시간으론 오전 6시이다. 3성급 호텔 만 원짜리 방인데 괜찮다. 급히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