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나트랑에서 2박만 하고 달랏으로 가기로 했는데, 하루 더 묵기로 했다. 호텔리셉션에 하루 추가분이 얼마냐고 물으니, 직접 지불하면 16,000원 이라 한다. 아고다에 비해 비싸다. 아고다로 예약했더니 만원이던 요금이 그새 30%가 올라 13,000원이다. 호텔로서는 아고다를 통하지 않고 손님과 다이렉트로 거래하는 것이 나을 듯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곳 나트랑은 전형적인 해변 휴양도시라 근처에 문화유적과 같은 관광명소는 거의 없다. 이곳 관광명소 가운데 <몽키 아일랜드>라는 곳이 있다길래 가보기로 했다. 롱푸 선착장이라는 곳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호텔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그곳으로 가는 버스도 있다고 하는데, 이용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택시로 가기로 했다. 일반택시 20만 동, 오토바이 택시 10만 동이다. 오토바이 택시를 불렀다.
오토바이 택시란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간다. 그런데 뒷좌석에 앉아보면 잡을 곳이 마땅찮다. 운전사의 허리를 잡거나, 아니면 좌석 뒤에 있는 홀더를 잡아야 하는데, 어느 쪽이나 불안한 건 마찬가지이다. 오토바이에 익숙한 베트남 사람들은 아예 아무것도 잡지 않고 몸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전에도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여러 번 이용했는데,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 불안하다. 달리는 도중에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선착장 가는 길은 잘 닦인 해변도로라 운전사가 속도를 높여 더욱 그렇다. 오토바이가 스피드를 높일 때마다 더욱 불안해진다. 약 40분 정도를 달려 선착장에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선착장에는 몇 명의 관광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왕복 뱃삯과 입장료 합해 18만 동, 약 만원 정도이다. 배는 느릿느릿 섬을 향해 간다. 보기엔 제법 빨라 보이는 배인데, 한정 없이 느리다. 햇살이 너무 따갑다. 섬의 선착장에서 공원 입구까지 100미터 남짓인데, 그 거리를 걷기가 고통스럽다. 해변은 백사장으로 되어 있어 군데군데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은 원래 야생원숭이들이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테마파크로 개발한 것 같다.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가족여행이나 자연체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입구를 들어서니 우거진 숲 사이로 시멘트 포장길이 나있다. 도보로도 다닐 수 있지만, 돈을 내고 전동 카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전동 카트를 탈 필요가 없다.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면 된다.
원숭이 먹잇감으로 과자를 한 봉지 샀다. 내가 과자 포장을 서툴게 뜯으려는 모습을 보고 직원이 포장지를 일일이 뜯어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공원은 잘 가꾼 정원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원숭이들이 한두 마리씩 보이더니,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많아진다.
이 녀석들은 이미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한 녀석들이다. 공원 안쪽으로 더 걸어 들어가니 주위에 원숭이들이 슬금슬금 모인다. 이곳에 오면 원숭이들이 바글바글할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다. 주위로 다가온 녀석은 한 20마리쯤 되려나, 큰 놈은 60~70센티, 어린놈은 20센티가 채 안돼 보이는 것도 있다. 내 앞으로 서양인 남자가 먹이 봉투를 들고 가는데, 갑자기 한놈이 뒤에서 뛰어올라 번개같이 먹이 봉투를 가로채려 한다. 나도 잘못하면 먹이 봉투를 뺏길 것 같아 가슴높이로 들었다. 먹이 봉투야 뺏겨도 그만이지만 휴대폰이라도 빼앗기면 그야말로 낭패다. 만약 이 녀석들에게 휴대폰을 뺏기면 어떡하나, 과자를 사서 바꾸자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먹이를 하나씩 던져주면서 걸어가니 더 많은 원숭이들이 모여 나를 에워싸고 따라온다. 그러던 중 뒤에서 한 마리가 뛰어올라 비닐봉지를 가로채려 한다. 황급히 봉투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뺏기진 않았지만 비닐봉지 아래가 길게 찢어졌다. 상당히 질긴 비닐봉지였는데, 원숭이의 발톱에 그대로 찢겨 버린 것이었다. 순간적이지만 봉투를 통해서 원숭이의 강한 힘이 전해온다. 몸에 공격을 받으면 살이 그대로 찢어질 것 같다.
원숭이는 강력한 서열사회이고 할렘 구조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먹이를 던져주면 센 놈이 독차지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먼저 줍는 놈이 임자다. 먹이 쟁탈전도 그다지 치열하지 않다. 이 녀석들도 사람들 근처에 살면서 민주화가 되었나? 아니면 이곳이 공산주의 국가라 만원(萬猿)이 평등하게 되었나?
아마 많은 분들이 일본에서 온천 하는 원숭이 동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놈들은 아주 강력한 할렘 구조이다. 일본원숭이들이 겨울에 온천욕을 하는 것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온천에 들어가지 못하면 결국 얼어 죽는다. 대장 원숭이에게 버림을 받은 암컷 원숭이와 그 새끼들은 온천에 들어가지 못해 결국 다 얼어 죽는다. 이에 비한다면 베트남 원숭이는 아주 평등사회라 생각된다.
섬이 그리 크지 않아 한참을 걸으니 섬 반대편 바닷가가 나온다. 음료수 캔을 한 통 사 마시면서 의자에 앉아 쉬었다. 빈 음료수 캔을 옆 의자에 놓아두었더니 갑자기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나 그것을 잽싸게 들고 가버린다. 그리곤 저쪽에 앉아 바닥에 남은 음료수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핣아먹는다.
몽키 아일랜드에서 나왔다. 나트랑에 와서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은 가봐도 괜찮은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썩 추천하고 싶은 곳은 아니다.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면 그럭저럭 갈만하다는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