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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달랏: 호아손 국립공원

(2024-11-16)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이번 여행은 완전 무계획적이다. 일단 나트랑에서 달랏까지 온다는 계획만 있고, 그다음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이곳 달랏에서 뭘 할지 전혀 생각해 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아침을 먹으며 생각하기로 했다. 숙소 바로 건너편에 탁자가 단 2개밖에 없는 간이음식점이 있다.


자리에 앉으니 주문도 받지 않고 음식을 내놓는다. 아마 한 가지 음식만 하는 모양이다. 일반 쌀국수에 비해 굵은 면에다 돼지뼈 국물이 아주 진하다. 고기가 붙은 돼지뼈 몇 조각이 들어있다. 먹어보니 아주 얼큰한 맛이다. 과음을 했을 때 해장국으로 먹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 맛이 꽤 괜찮다. 나중에 챗GPT를 이용해 음식 이름을 알아보니, "후띠우 남방"인 것 같다.


오늘 찾을 명소 몇 군데를 선택해 보았다. 구글 지도로 위치를 확인해 보니 택시로 돌아보긴 불편할 것 같다. 오토바이를 빌려야겠는데, 요즘은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겁이 난다. 이번 여행 출발 전에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따려고 운전학원에 등록하였다. 보통 10시간 연습하고 나면 대부분 테스트에 패스한다고 하는데, 나는 16시간을 연습하고도 두 번 시험에 떨어져 결국 면허 획득에 실패하였다. 연습 도중 3번쯤 넘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앞에 하면 자꾸 겁이 나는 것이다.


그동안 동남아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한두 번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 숙소에 있는 오토바이를 렌트하였다. 사장이 괜찮겠느냐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마 내 나이에 오토바이 운전을 제대로 할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오토바이 렌털료는 이틀에 24만 동, 약 13,000원 정도이다. 막상 오토바이에 올라타니 두려움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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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행선지는 호아손 국립공원이다. 숙소에서 15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인데, 계곡과 숲과 꽃이 아름답다고 한다. 국립공원이라길래 곧바로 시외로 빠져나갈 줄 알았는데, 시가지 이곳저곳을 거쳐간다. 달랏의 인구는 약 20만 명 정도라 한다. 베트남에는 고층건물이 드물기 때문에 인구 20만 명 도시의 넓이라면 시가지 면적이 상당히 넓다. 그래서 시가지를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인 도로를 통과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좁은 길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른다. 오토바이에 내비를 부착하지 않았다면 아마 길 찾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내에서 곤욕을 치르다가 겨우 교외로 빠져나왔다. 교외라고 해도 한적한 것은 아니다. 오토바이가 줄지어 달리며 자동차들도 쉴 새 없이 클랙슨을 울린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좌우회전이 없이 한 길을 따라가면 된다는 점이다. 깜빡이를 켜는 법을 몰라 좌우 회전 시 아주 불안하다. 그렇지만 이전에 비해 운전이 한결 쉽다. 학원에서는 300cc 오토바이로 연습하였다. 그러다가 지금 100cc 남짓 오토바이를 운전하니. 진짜 운전이 거저인 듯한 느낌이다.


호아손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니 관광객이 거의 없다. 넓은 주차장에는 달랑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을 뿐이다. 이곳은 많은 포토존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이곳에서 찍은 많은 사진을 본 적 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최근 시설이 거의 관리되지 못한 것 같다. 꽃과 나무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시설들도 거의 방치되어 있다. 계곡과 숲은 아름답지만 공원 전체가 쇠락되어 가는 모습이다. 관람객이라곤 나와 한국인 부부 한쌍 세 명뿐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곳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포토존으로 꽤 인기가 있어, 이곳에서 찍은 많은 사진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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