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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시판돈: 콩파펭 폭포 투어

(2044-12-03)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어제 여행사에서 콩파펭 폭포 투어 예약을 하니, 오전 9시까지 선착장으로 나오라고 하면서 쪽지를 한 장 건네주었다. 아침에 세탁물을 맡긴 후 시간에 맞춰 선착장으로 나갔다. 그룹 투어가 아니다. 나 혼자 쪽지 한 장 들고 떠나는 것이다. 가이드가 있을 수 없다. 나도 이 투어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다.


배를 운행하는 사람에게 쪽지를 보여주니 배를 타라 한다. 육지 선착장이 있는 나카상 마을에 도착하였다. 배에서 내렸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선착장을 나오니 툭툭이가 몰려들어 서로 자기 차를 타라 한다.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앳되 보이는 여자 아이가 다가와 어디로 가느냐면서 자신의 툭툭이를 타라 한다. 그 아이에게 쪽지를 보여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툭툭이를 타면 된다고 한다. 툭툭이란 오토바이에 승객용 캐빈을 매단 동남아 스타일 택시이다.


툭툭이는 크기가 다양하다. 2인승의 작은 것이 있는가 하면 6~7인승의 큰 것도 있다. 여자아이의 툭툭은 그 아이의 몸집만큼이나 작은 2인승이다. 나이를 물어보니 15살이라고 한다. 작고, 예쁘고, 야무진 아이이다. 출발하려는데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오토바이가 낡아서 그런 모양이다. 근처의 툭툭 운전사가 도와줘 겨우 시동을 걸어 출발하였다. 출발한 지 얼마 안돼 또 시동이 꺼진다. 이번에는 기름이 떨어졌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또 시동이 안 걸린다. 이번에도 주위의 도움을 얻어 겨우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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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툭툭은 손님을 두세 명 태우고 달리는데, 이 아이는 나 혼자만을 태우고 간다. 툭툭이 너무 작아 두 명이 타기도 어려울 것 같다.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거의 30분 가까이 달렸다. 드디어 도착하였다. 콩파펭 폭포 지역은 큰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리피 폭포에 비해서도 훨씬 잘 지어진 공원이다. 라오스에서 이 정도로 잘 조성된 공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툭툭이를 운전한 소녀가 입장권을 끊어다 준다. 공원은 상당히 넓다. 오른쪽은 메콩강과 접해 있으며, 안쪽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원 가운데에는 불당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그 안에 불상은 없고 크고 길쭉한 유리 상자가 놓여있고, 상자 안에는 나무가 들어있다. 웬 나무인가 생각하고 봤더니, 상자 안의 나무는 마치 남녀가 껴안은 채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콩파펭 폭포는 어제 갔던 폭포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콩파펭 폭포는 전체적으로 오픈된 공간에 드러나있어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의 전망대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폭포 전체가 잘 보인다. 폭포는 반 이상 바위가 드러나있다. 지금은 건기라 물이 줄어 그런 것 같다. 우기가 되어 물이 불어나면 아주 웅장한 모습을 할 것 같다. 하류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면 전망대가 계속 나타난다.

제일 마지막에 있는 전망대에 가면 많은 수량이 흘러내리는 폭포가 보인다. 아주 눈에 익은 폭포로서, TV에 자주 등장한 폭포이다. 전체적으로 메콩강의 수량이 줄어들었지만 이 폭포만은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앞에서 들었던 실망감이 이 폭포 하나로 사라진다.


전체를 돌아보는 데는 꼭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공원에서 나와 소녀가 기다리고 있는 툭툭으로 갔다. 이 아이가 왕복 1시간 운전을 하고, 또 한 시간을 대기한 끝에 받는 돈은 얼마 정도일까? 나는 여행사에 30만 낍(2만 원)을 지불하였다. 여행사 5만 낍, 뱃삯 10만 낍, 소녀 15만 낍 정도로 분배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녀는 자기 몫에서 기름값과 공원입장료를 제해야 할 것이고.


주머니에서 5만 낍(3천5백 원)을 꺼내 소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당황스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그리고는 안 받겠다고 손을 내 젓는다. 내가 계속 받으라고 하자 그 아이는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 사람들이 받으라는 손짓을 하자, 그제야 고맙다면서 돈을 받는다. 아이가 잘 컸으면 좋겠다.

이 투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짐작이 갔다. 어제 30만 낍을 여행사에 지불하였으니, 여행사는 자신의 몫을 떼고 나머지 돈을 뱃사공에게 전해준다. 뱃사공은 나까상 선착장에 도착한 후 나를 태우는 툭툭 운전사에게 자신의 몫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건네준다. 마지막으로 돈을 받은 툭툭 운전사는 공원입장료를 지불하고 나머지 돈을 자신이 갖는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숙소로 돌아오니 12시가 좀 지났다. 햇빛이 강렬하다. 돌아다닐 수 있는 날씨가 아니다. 오늘은 시판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느긋하게 쉬어야겠다.


내일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원래 계획은 이번 달 중순쯤 집사람과 치앙마이에서 만나 그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일본에 유학가 있는 아들이 이달 10일경 집에 온다고 하여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않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나도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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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하다가 일단 사반나켓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은 라오스 남부의 교통 중심지이므로 태국, 베트남 어디로도 갈 수 있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버스를 예약하였다. 예약을 하고 나니 좀 불안해진다. 사반나켓에서 북쪽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타켁이 나를 부르기 때문이다. 꿈같은 타켁루프 3박 4일 오토바이 여행, 그 유혹을 도저히 못 이길 것 같아서이다. 나이가 들어 자꾸 모험을 하다 보면 어떤 위험을 만날지 모른다.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사반나켓의 일정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볼라벤 고원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 볼라벤 고원으로 가자! 가는 방법을 찾아보니 팍세에 가서 가야 한다고 한다. 팍세는 사반나켓보다 훨씬 남쪽에 있는 도시로서, 여기서 멀지 않다. 예약한 곳에 다시 찾아가 목적지 변경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여행사 청년은 싹싹하게 그러라고 한다. 사반나켓까지는 30만 낍, 팍세까지는 15만 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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