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4)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어제저녁 유튜브로 바둑 동영상을 보다가 잠들었더니 새벽에 일어나도 유튜브가 아직 켜져 있다. 동영상 가운데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몇 개 보인다. 정치 유튜브에 종종 등장하는 계엄령 음모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동영상이 한두 개가 아니다. 설마 하면서 황급히 그중 한 개를 열어보았다. 한 앵커가 침통한 얼굴로 계엄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설마, 이럴 수가!" 이전부터 이 새끼가 계엄 음모를 꾸미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닥칠지 몰랐다. 황급히 다른 동영상을 열어보았다. 다행히 계엄령이 철회되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러 동영상들을 열어보니 대략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새끼를 당장 끌어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정말 이 놈이 지 무덤을 지가 팠다. 정말 술은 곱게 처먹어야 한다. 검찰은 처세에 귀신같은 놈들이다. 계엄령이 무산된 지금 이후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자명하다. 이미 권력의 끈이 떨어져 버린 윤석열에게 단죄의 절차만 남았다. 이놈들이 더 이상 윤석열에게 충성할 이유가 없다. 바로 상황이 파악되었고, 바로 내란죄 수사에 들어갈 것이다.
이 사건을 하나의 코미디 혹은 해프닝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요즘 세상에 어떻게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느냐, 이렇게 끝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게 아니다. 사람들이 안 당해봐서 모른다. 이렇게 무사히 끝난 것은 천운이다. 만약 군대가 조금만 더 일찍 국회를 장악하여 국회 결의를 무산시켰더라면 사태는 완전히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회 결의안을 봉쇄시키고, 언론 장악하고 공포분위기 속에서 며칠 지나면,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집단들의 계엄 찬성이 줄을 잇는다. 반란이 성공할 기미가 보이면 똥별들도 그 새끼 앞으로 줄을 선다. 소위 사회 명사들이란 자들도 계엄 찬성 성명을 속속 발표한다. 2찍들도 일제히 계엄찬성 대열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국민들과 독재세력 간에 기나긴 투쟁이 새로이 시작될 수밖에 없게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 새끼는 지 무덤을 지가 팠다. 아마 며칠 가진 못할 것 같다. 이 새끼를 빨리 끌어내리지 않으면 또 무슨 불장난을 할지 모르겠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빨리 끌어내려야겠다. 그런데 이 새끼 덕분에 오세훈, 홍준표, 김진태, 조은희, 이준석, 추경호 등등 명태균 관련자들이 속으로 만세를 부를 것 같다.
오늘은 시판돈을 떠나 팍세로 이동한다. 오전 11시에 배를 타고 나가 12시 버스를 타게 된다. 돈뎃 섬에 들어오던 날 100불을 환전하였다. 이후 오늘까지 4박 5일을 쓰고도 아직 주머니에 5만 낍(3만 5천 원) 정도 남았다. 아주 평화롭게 보낸 시간이었다. 내게 동남아에서 마음의 휴식을 위해 가장 좋을 장소를 셋 추천하라면, 베트남의 닌빈, 라오스의 므앙응오이와 시판돈을 꼽겠다.
여러 척의 배가 한꺼번에 출발하여 거의 50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나까상 선착장에 내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3대가 함께 여행온 프랑스 가족 관광객이 앞서 간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아주 자신 있게 가길래 그들이 버스 탈 장소를 아는 줄 알았다. 내리쬐는 강한 햇살을 받으며 그들을 따라가니, 내가 캄보디아로부터 타고 온 버스를 내린 터미널이다. 땡볕에서 거의 20분을 걸었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런 황당할 데가! 터미널 직원이 여기가 아니라면서 돌아가란다! 무작정 돌아갈 수 없다. 근처 가게에 가서 팍세 가는 차 타는 곳 물으니 다른 정류장을 가르쳐준다. 그곳으로 가니까 거기도 또 아니라면서 다른 곳을 가르쳐준다. 이렇게 네댓 군데를 헤매다가 겨우 내가 타야 할 터미널을 찾았다. 이곳은 버스 회사마다 각자의 터미널을 가진 것 같다. 땡볕에서 거의 50분을 헤맸다. 이곳에서 팍세까지는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팍세는 사반나켓과 비슷한 정도의 인구 약 12만의 도시로, 수도인 비엔티얀에 이어 라오스 공동 2위의 도시이다. 팍세는 내게 아주 익숙한 도시이다. 2년 전 집사람과 함께 시판돈에 왔을 때 집사람이 아파 이곳으로 이동한 뒤 5일을 보냈다. 그래서 도시 이곳저곳 안 가본 데가 거의 없다.
시내 중심지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어딘가 내려준다. 짐작으로는 여행자거리 근처일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숙소 예약도 하지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 적당한 곳을 찾아봐야겠다. 식당을 찾으려 조금 걷다 보니 시장이 나온다. 이전에 자주 갔던 시장이다. 지금부턴 이 근처 지리는 훤하다. 이곳 시장 음식점은 맛이 좋은 데다 아주 싸다. 그림으로 된 메뉴판을 보고 그럴듯해 보이는 음식을 주문했는데, 나오는 걸 보니 태국음식 똠양꿍이다. 강한 산초 향이 코를 자극한다.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이전에 왔을 때는 메콩강 옆에 있는 호텔에 묵었는데, 싸고 괜찮았다. 그런데 호텔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그 호텔을 행해 걸었다. 햇빛이 따갑지만 10분 남짓만 걸으면 된다. 이전에 왔을 때 메콩강변 정비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이젠 깨끗이 정비되어 있다.
숙박비는 1박에 34만 낍, 약 2.2만 원 정도이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숙박비 한도 1.5만 원을 깬다. 룸은 아주 괜찮다. 오랜만에 편안한 방에서 쉴 수 있게 되었다.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켜니 살만하다. 느긋하게 쉬었다.
저녁도 먹고 돈도 인출할 겸 밖으로 나왔다. 호텔 앞은 완전히 야시장으로 변했다. 메콩강변 둑은 완전히 공원으로 바뀌어 수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돈을 인출한 후 야시장으로 왔다.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나 점포는 꽤 많았다 먹거리도 다양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다양한 음식을 보는 것 같다. 꼬치 요리를 먹고 싶었지만 술생각이 날 것 같아 참았다. 저녁으로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강한 냄새의 물고기 젓을 소스로 사용한 국수였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내일 하루도 뒹굴거리며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