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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시판돈: 콘소파이 폭포와 메콩강의 황혼

(2024-12-02a)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by 이재형

송파밋 폭포를 나왔다. 폭포 위 잔도에서 땡볕을 그대로 받았더니 완전히 탈진할 것 같은 느낌이다. 공원 입구에는 천막을 치고 음료수를 파는 가게가 둘 있다. 한 곳에 들어가 코코넛을 주문하였다. 시원한 코코넛 한 통을 숨도 쉬지 않고 다 들이켰다. 그래도 목이 마르다. 생수 한 병을 또 다 마셨다.


나보다 먼저 코코넛을 마시고 있던 손님이 코코넛을 다 마시곤 가게 주인에게 뭔가 부탁을 한다. 그러자 가게주인은 손님이 다 마신 코코넛 열매를 반으로 자른 후 코코넛 속을 파내준다. 코코넛을 갈라 보면 과즙이 담긴 벽은 하얀색의 과육으로 되어 있다. 이 과육은 캔디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이전에 코코넛 캔디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너무 달지 않고 은은한 맛이 있어 참 좋았다. 이전부터 이 과육의 맛이 어떤지 궁금했기에 나도 속을 파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별 맛은 없었다.


다시 힘을 차리고 가운데 도로로 나와 돈콘섬 제일 아래 끝까지 갔다. 숲 속으로 나있는 도로는 시원하다. 조금 달리니 그렇게 흘렸던 땀이 금방 마르는 것 같다. 돈콘섬의 제일 아래쪽은 넓은 공터로 조성되어 있는데, 무엇을 위한 곳인지는 모르겠다. 뭔가 특별한 장소인 것만은 틀림없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사람을 전혀 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가게도 보이고 관광객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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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 오른쪽 도로로 빠지면 콘소포이 폭포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느긋이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섬이기 때문에 길의 높낮이가 거의 없어 자전거를 타기도 아주 좋다. 이곳에서 도보 외의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그리고 툭툭뿐이다. 그런데 툭툭은 아무래도 부담이 되니까 대부분 자전거나 오토바이을 이용한다.


이 길은 그야말로 숲 속 길이다. 한참 달리다 보면 어주 드문드문 민가가 나올 뿐이다. 달리는데 갑자기 물소 가족이 나타나 송아지를 데리고 도로를 건너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이 도로는 2년 전 여러 구간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말끔히 정비되었다. 동남아에서 아마 여기만큼 오토바이 투어를 하기 좋은 곳도 없을 것이다.


콘파소이 폭포(Khon Pa Soi Falls)는 도로에서 좁은 길로 500미터쯤 들어가야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땐 그 샛길이 좀 위험하다고 생각되었는데 개선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도중에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나 나올 법한 파손된 줄다리와 담벼락 다리가 있었는데, 그건 또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옛날 그대로라면 폭포 구경은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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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미터 정도 되는 오토바이가 들어가는 길은 옛날 그대로이다. 험한 흙길이라 무척 위험하다. 특히 모래보다 더 가는 흙더미가 덮인 구간이 많아 아주 조심스럽다. 오토바이 바퀴가 미끄러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인디아나 존스 다리 쪽으로 갔다. 이건 다행이다. 이전에 비해 튼튼하고 안전한 다리가 새로 만들어져 있다.


콘파소이 폭포는 폭포라기보다는 물살이 급한 여울들이 많이 모여있는 그런 느낌이다. 여러 여울마다 고기잡이를 위한 나무틀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몇 년 전 KBS에서 방영된 <메콩강의 어부>에서 소개된 바 있다. 쏟아지는 폭포 속에서 사람 다리만 한 물고기를 잡아내는 광경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전에 왔을 때는 어부 한 사람이 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았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오후 5시가 가까워지니 햇살도 약해지고 하늘도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이곳의 최고의 풍경과 최고의 시간은 바로 이때이다. 넘어가는 햇빛을 받으며 흘러가는 메콩강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강변 마을을 지나는 도로를 천천히 달린다. 아이들은 급한 물살에도 아랑곳없이 메콩강에서 물놀이를 한다. 이 구간은 강 위에 섬들이 떠있는지, 아니면 섬 사이로 강물이 흐르는지 모를 만큼 섬들과 강줄기가 서로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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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지나고, 길 옆의 숲과 논을 지나고, 그리고 다시 섬과 강을 만나며 달리는 이 순간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지금의 마음을, 지금의 감동을, 그리고 지금의 느낌을 딱 한 단어로 표시하라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평화"

여기 지금 이 시간보다 더 평화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땅은 지구 어디에서도 못 찾을 것 같다. 내일 하루 더 이 감동을 맛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오토바이를 반납한 후 앞에 있는 여행사에 콩파펭 폭포 투어를 예약했다. 투어 비용이라 해봤자 뱃삯과 밴 차량 비용에 불과하다. 결국 모레까지 이 방갈로에서 지내기로 했다. 엉성하기 그지없는 방이지만 지내다 보니 익숙해진다. 오랜만에 반주로 맥주 큰 병 한 병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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