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1)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어제저녁 모기장을 치고 잠들었다. 에어컨이 없어 얼마나 더울지 몰라 선풍기를 켠 채로 잠들었다. 그러다가 잠이 든 지 얼마 안돼 잠에서 깼다. 너무 추워서이다. 방갈로가 물 위에 있어 그런지 아래에서 찬바람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담요를 덮고 다시 잠들긴 했으나 추워서 그런지 자꾸 깬다.
오전 6시쯤 일어나 방 앞의 데크로 나왔다. 메콩강의 시원한 공기가 가슴으로 밀려든다. 볶은밥과 망고주스로 아침을 먹었다. 핸드폰을 들고 해먹에 누웠다. 해먹이 이렇게 편한지 몰랐다.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흔들리는 해먹에 누워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유튜브를 보니 <루팡 3세>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보인다. 생각난 김에 페북에 미네 후지코(峰不二子)에 관한 짧은 글을 하나 썼다. 신선놀음이란 이런 걸 말하는가 보다. 말 나온 김에 바둑이나 한판 둘까?
방갈로 옆으로 가끔 굉음을 울리며 배들이 지나간다. 낡은 엔진이라 소리가 정말 요란하다. 그럴 때마다 물살로 인해 데크가 마치 지진을 맞은 것처럼 흔들린다.
어제부터 공기 중에 계속 담배 냄새 같은 역한 냄새가 난다. 신경을 쓰고 냄새를 맡아보니 담배는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리화나 같다. 옆방은 뚱뚱한 중년의 서양 사내다. 방안에 계속 처박혀 있다가 가끔 한 번씩 나와 한 대씩 피우고 들어간다. 그럴 때마다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얼마 뒤에는 그 옆엣 방의 서양 영감도 나와 한 대씩 피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농심배 세계바둑대회 시합이 있다. 어제 우리나라의 2번 타자인 김명훈이 중국의 강자 판팅위에게 이겼다. 오늘은 일본의 쉬저위안과 붙는다. 초반에 유리했던 바둑을 망치는가 했더니 종반에 대역전승으로 승리한다. 확실히 이번엔 그에게 운이 따르는 것 같다.
점심을 먹지 않아 배는 고픈데 일어나기가 싫다. 몇 걸음만 걸어 나가 주문하면 되는데, 그게 귀찮은 거다. 배가 너무 고파 결국 일어나 달걀 프라이와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여남은 걸음을 걸었을 뿐인데 순간적으로 햇빛을 받은 때문인지 땀이 줄줄 흐른다. 방갈로 주인이 식당과 가게를 겸하고 있어 편리하다. 음식을 주문하면 데크에 있는 탁자로 가져다준다.
옆방의 중년 사내, 정말 마리화나 많이 피운다. 오늘만 벌써 20대는 피운 것 같다. 저렇게 피우고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