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a)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코끼리 테라스에서 거리가 10킬로쯤 떨어진 "프리삿 크라반"으로 가기로 했다. 조금 달리다 보니 주차장과 식당이 나온다. 여기도 또 유적이 있나 보다. 주차를 하고 확인하니 타솜(Ta Som)이란 사원이다. 정글 속에 위치한 타솜은 힌두교와 불교 양식을 혼합한 사찰로서 규모는 작지만 아주 아기자기하고 짜임새 있게 건설되었다. 입구 옆 작은 탑에는 바이욘 사원에서 보았던 "크메르의 미소" 얼굴상이 새겨져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사원이다.
사원의 입구는 커다란 나무뿌리가 덮고 있다. 돌로 된 입구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벽면에는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는데, 그 내용은 대부분 힌두교와 불교의 신화 이야기라 한다. 조각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반인반조(半人半鳥)의 모습을 한 “가루다”라는 신화 속의 동물이다.
다시 스쿠터를 출발하였다. 달리다 보니 어제 들렀던 프레루프와 비슷한 느낌의 사찰이 보인다. 다시 오토바이를 주차한 후 사찰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았을 땐 작은 사찰처럼 보였으나, 안으로 들어가니 의외로 넓고 높다. 이 사찰의 이름은 동 메본(East Mebon)인데 보존상태는 아주 좋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동 메본은 앙코르 유적지의 초기 건축물로서 10세기 중반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이 사원은 과거 인공 저수지인 동 바로이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으며, 물 위에 떠있는 섬 사원이었다고 한다. 저수지는 과거 중요한 수원으로서 역할을 하였지만, 지금은 말라버려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처음에는 몰랐으나 이곳이 과거 저수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보니 저수지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동 메본은 피라미드 형 사원으로서, 전체는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층의 모퉁이에는 거대한 코끼리 석상이 배치되어 있다. 대부분의 앙코르 사찰이 그렇듯이 동 메본 역시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건물이 점점 높아진다. 제일 높은 본당 건물로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계단에 난간이 없어 위험해 보여 그만두었다.
다시 달리니 프레루프와 동 메본을 닮은 사찰이 또 나온다. 또 내려서 들렀다. 이런! 한참 구경하다 보니 어제 들렀던 프레루프이다. 하도 많은 사찰을 봐서인지, 어제 찾았던 사찰을 다시 찾아와서는 한참 동안 둘러보고서도 어제 왔던 사찰인지도 몰랐다.
프레루프를 나와 잠시 달리니 목적지인 프라삿 크라반이 나온다. 프라삿 크라반(Prasat Kravan)은 10세기 초 크메르제국 초기에 건설된 소규모의 힌두교 사원이라 한다. 아주 큰 문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찾은 사찰들의 문 가운데 제일 크다. 그런데 그 문을 지나가니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의 사찰들은 문보다 훨씬 큰 건물들이 문 뒤에 숨어있었는데, 프라삿 크라반은 건물이라고는 달랑 문 하나뿐이다. 이 사찰은 크메르 왕국 초기의 건축물로서 다른 사원들과 달리 벽돌로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것으로 3일에 걸친 앙크르 유적지 탐방은 끝이다. 숙소로 돌아가 쉬어야겠다. 돌아오는 도로 옆으로 큰 호수가 보인다. 며칠 동안 이곳 호수 옆을 몇 번이나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호수 옆에 오토바이를 주차해 두고 호수의 경치를 즐기고 있다. 이곳은 씨엠립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인 것 같다. 호수 옆 도로에 도로를 일렬로 주차해 두고, 쌍쌍이 호숫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호수 옆은 나무 그늘이 져 시원하다. 나도 오토바이를 세웠다. 호숫가에 앉아 넓고 아름다운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앙크로 유적지에는 호수가 참 많다. 모두 상당히 넓은 호수인데, 거의가 인공호수인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풀에 뛰어들었다. 사흘 동안을 땡볕에 돌아다녔더니 체력 소모가 아주 큰 것 같다. 그래도 앙코르 유적지를 마음껏 돌아다녔으니 그 보상은 충분하다. 앞으로 다시 이곳을 찾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만약 다시 온다면 그땐 반드시 일주일 입장권을 끊을 것이다.
태국으로 갈까 라오스로 갈까 망설이다가 일단 라오스의 시판돈으로 가기로 했다. 시판돈의 북쪽에 위치한 도시 사반나켓에 가면 태국으로 가는 버스가 많다. 그곳에 가서 태국으로 이동해도 괜찮다. 여행사에 가서 시판돈까지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밴은 22불, 버스는 32불이다. 아무래도 버스가 편할 것 같아 버스로 예약하였다. 내일 아침 8시에 호텔로 픽업 차량이 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