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2) 배낭 하나 메고 또다시 동남아로
이번 여행에서 숙박비는 하루당 1.5만 원을 상한으로 잡았다. 지금까지는 이 상한선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머물고 있는 방갈로는 하루 6,500원 정도이다. 메콩강 위에 있고, 해먹이 걸린 넓은 데크도 있어 좋은데, 방이 너무 초라하다.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또 짐도 싸야 하고 해서 귀찮다. 하루만 더 머무르기로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6시이다. 시원할 때 한번 마을이나 둘러볼까 해서 밖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선착장까지는 약 500미터 정도이다. 시판돈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가 이곳 돈뎃 섬으로 온다. 돈뎃 섬은 아래위로 긴 이등변 삼각형처럼 생겼는데, 선착장은 위 꼭짓점에 위치하고 있다. 배를 내려 오른쪽이 선셋 방향, 왼쪽이 선라이즈 방향이다. 배를 내리면 바로 곧은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이 바로 돈뎃의 메인 스트리트이다. 길 양쪽에는 식당, 여행사, 게스트 하우스 등이 늘어서있다.
200미터쯤 되는 상업구간을 지나면 강변으로 띄엄띄엄 방갈로가 나오고, 안쪽으로는 농가가 드문드문 늘어서있다. 이곳 돈뎃의 주민들은 극소수의 농민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식당,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 여행사, 잡화점 등 관광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가 외국인 관광객이다. 보통 외국인 상대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닳아서 뺀질뺀질한데, 이곳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순박하기 그지없다. 개들까지 사람을 닮았은지 모두들 순둥이다.
선착장까지 걸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햇빛도 따갑지 않고 공기도 선선하다. 상쾌하기 그지없다. 2년 전에도 이곳에 왔던 터라 마을 풍경에도 익숙하다. 참 예쁜 동네이다. 이곳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메콩강 풍경은 거저 따라온다. 선셋 방향으로 갔다. 이쪽은 처음이다. 선라이즈 방향은 길이 모두 포장되어 있는데, 이쪽은 흙길이다. 좁은 흙길 양쪽으로 들어선 집들은 마치 동화나라를 연상케 한다. 배가 고프다. 망고 주스를 한 컵 사서 마시며 동네구경을 했다.
오전 8시가 지나면서 햇살이 뜨거워진다. 여기 햇살은 얼마나 뜨거운지 그냥 송곳으로 피부를 찌르는 느낌이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뭘 할까? 어제처럼 해먹에 누워 하루종일 휴식이나 즐길까, 아니면 섬 구경이나 하며 돌아다닐까. 이곳 돈뎃과 돈콘은 프랑스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오토바이로 2시간 정도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머지 섬 돈콩은 배와 밴을 이용하여 가야 한다.
이곳엔 3개의 유명한 폭포가 있다. 돈콘 섬에 송파밋 폭포(리피 폭포)와 콘파소이 폭포가 있으며, 육지 쪽에 콩파펭 폭포가 있다. 리피 폭포와 콘파소이 폭포는 2년 전에 이미 가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안 갈 순 없다. 이들 폭포는 몇 번을 보더라도 감동을 준다. 지금은 일단 쉬고 오후가 되면 오토바이를 렌트하여 섬 구경이나 해야겠다.
오후 2시쯤 되어 숙소를 나왔다. 오토바이는 렌트료는 15만 낍이라 한다. 서너 시간만 타겠다고 하여 10만 낍으로 렌트했다. 오토바이를 빌려주면서 렌트 가게의 여주인이 걱정스런 얼굴로 괜찮겠냐며 묻는다. 할배라고 무시해도 유분수지, 걱정 말라며 대답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나왔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몇 분도 버티기 힘들 것 같다. 2년 전에 이미 오토바이를 타고 섬을 샅샅이 돌아본 적이 있어, 이 섬의 지리는 훤하다. 포장도로는 안 가본 곳이 없다.
2년 전엔 포장이 파손된 구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시멘트로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아래쪽으로 향해 달리면 곧 돈뎃과 돈콘을 연결하는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에 오르면 양쪽으로 절경이 펼쳐진다. 거친 물살이 흐르는 강 양 옆으로 아름다운 집들이 그림처럼 늘어서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 길로 들어서서 2킬로 남짓 달리면 송파밋 폭포가 나온다. 송파밋 폭포는 공원화되어 있어 3만 낍의 입장료를 받는다. 밖에 오토바이를 주차한 후 들어갔다.
송파밋 폭포(Somphamit)는 메콩강에 위치한 동남아 최대 폭포 가운데 하나로 “아시아의 나이아가라”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송파밋 폭포는 리피(Li Phi) 폭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리피란 라오스어로 “영혼을 씻는 곳”이라는 뜻이라 한다.
2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코로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탐방객이라고는 나 혼자밖에 없었다. 이제는 탐방객이 제법 많다. 안에는 가게와 식당을 비롯한 여러 시설물이 있는데, 아직은 이들이 정상 영업할 만큼 회복되진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전엔 나무다리나 데크 등이 낡고 파손되어 위험하다 생각했는데 그런 건 이제 완전히 정비되었다.
폭포가 굉음을 내며 쏟아진다. 이곳은 메콩강 줄기에서 여러 형태로 조금의 낙차가 생긴 구간이다. 그래서 폭포라 하지만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다. 기껏해야 몇 미터 정도이다. 그렇지만 메콩강의 풍부한 수량이 넓은 면적에 걸쳐 떨어지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전에도 왔기 때문에 익숙한 광경이지만 몇 번을 보아도 감동적이다. 강물의 서늘함이 느껴지지만 햇빛은 너무나 강렬하다. 이곳의 우기는 6~10월이며 지금은 건기이다. 우기에 메콩강물이 풍부할 때는 정말 장관을 이룰 것 같다.
하류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지난번에 왔을 땐 그곳으로 갈 수 없었다. 덥지만 참고 그쪽으로 가보았다. 송파밋 폭포 위쪽으로 잔도를 설치해 놓았다. 이전엔 없었던 시설물인데, 아주 최근에 설치된 것 같다. 잔도는 폭포 위를 지나 메콩강 안쪽까지 구불구불 연결되어 있다. 여긴 유료인 것 같다. 티켓 판매소에 물으니 20만 낍이라 한다. 뭐가 이리 비싸나!. 사실 20만 낍이라면 13,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곳 물가 수준에 익숙해지다 보면 아주 큰돈처럼 느껴진다.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 잠시 망설였으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보고 가는 게 좋겠지.
메콩강 위를 걸으니 아래로 급류가 흐르고 크고 작은 폭포에서 물줄기가 쏟아진다. 송파밋 폭포는 하나의 폭포가 아니다. 메콩강이라는 큰 강이 이 지역에서 갑자기 낮아졌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수십, 수백 개 생긴 것이다. 잔도는 그런 폭포 위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가 바로 송파밋 폭포의 진짜 모습이다. 보이는 광경마다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아름답고 또 웅장하다. 잔도의 길이는 500미터쯤 되는 것 같다.
잔도의 끝에는 넓은 전망대가 있고, 크고 웅장한 폭포가 기다리고 있다. 큰 폭포를 중심으로 가로 세로로 작은 폭포들이 굉음을 울리며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경치도 좋고 시원한 물기운도 느껴지지만 정말 너무 덥다. 강 위에 있는 잔도라 그늘이 있을 수 없다. 정말 강렬한 햇빛이다. 잔도를 돌아 나왔다. 20만 낍이라는 입장료가 조금도 아깝지 않다. 그렇지만 너무 덥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갈증이 나서 참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