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용현자연휴양림 여행(5)

(2021-06-18) 해미 읍성과 수덕사

by 이재형

어제 광어회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배가 불러 밤늦게까지 고생을 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비가 내린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몇 곳을 둘러보고 갈 예정인데, 비 때문에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 이곳 휴양림 안에 못 가본 좋은 산책로가 있는데, 오늘 아침 그곳을 들릴 예정이었지만 비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정말 비가 많이 온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다 보니까 농작물이 잘 자라지도 못한다. 농작물은 햇볕을 봐야 제대로 자라는데, 사흘들이 비가 오니까 예년에 비해 발육이 매우 늦다. 여동생에게 지난 5월에 심은 고추가 잘 자리냐고 전화로 물어보니, 비 때문에 영 시원찮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봄이면 늘 가물어서 큰일이다. 그런데 올해는 비가 많으니까 가뭄 걱정은 없는데,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오늘 돌아가는 길에는 해미 읍성과 수덕사를 거쳐 가기로 하였다.


13. 해미 읍성


해미 읍성은 우리나라 읍성 가운데 가장 보존이 잘된 곳으로 꼽힌다. 이곳 말고는 낙안 읍성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 낙안 읍성은 복원된 곳도 많은데 비해 이곳 해미 읍성은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해미 읍성은 5년 전쯤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창 더운 날이었다. 관광객도 많고 날씨도 더워 지쳐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였다.


비가 점점 많이 내리고 있다. 해미 읍성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성벽을 따라 정문 쪽으로 걸었다. 성벽이 상당히 높다. 성벽 높이가 6-7미터 정도는 되어 보인다. 남한산성이나 북한산성에 비해서도 훨씬 더 높은 성벽이다. 지금까지 봐온 우리나라 성벽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문을 통해 읍성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 오전인 데다 비가 오는 탓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해미 읍성은 거의 원형을 이루고 있는데, 지름이 500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정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가면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양쪽은 넓은 공터이며, 성 가운데를 지나면 오른쪽은 민가, 왼쪽은 관청 건물들이 복원되어 있다. 성안 길 오른쪽에는 옛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 총통 등 옛날 대포와 공성기(攻城機)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런 무기들을 보면 그 실전성(實戰性)에 의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사식 로켓이라 할 수 있는 신기전(神機箭)이나 거대한 창 모양의 천자총통(天字銃筒)을 보면 보기는 멋져 보이나 실제 전투에서 과연 저것이 얼마나 적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민가 쪽으로 가니 그곳에는 민가와 옛날 감옥이 복원되어 있었다. 이곳은 기독교가 일찍 전파된 곳이라 그저께 갔던 홍주성과 마찬가지로 이곳 해미읍성에도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체포되어 이곳 감옥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감옥으로 사용된 초가집을 나오면 그 문 앞에 큰 회화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아주 멋있게 생긴 나무인데,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나무 몸통의 등 쪽은 합성수지로 메워져 있다. 기독교인 들의 목에 철사를 걸어 이 나무의 가지에 매달았다고 한다. 아주 아름답고 잘생긴 나무이지만 이런 슬픈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관청 건물 쪽으로 갔다. 동헌(東軒) 건물이 있고, 건물 안에는 군 간부들이 작전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이 복원되어 있다. 이곳 해미읍성은 충청도 방어의 요충으로서, 이곳의 현감이 방어군 사령관을 겸직하였다고 한다. 동헌 건물 뒤에는 기와집으로 된 별채가 있는데, 이곳은 현감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현대적 의미로 말하자만 사택인 셈이다.

이곳을 둘러보다가 과연 옛날 이곳 관청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청이나 구청, 혹은 동사무소 롤 가더라도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옛날에도 예를 들면 주민을 관할한다든지, 조세를 매기고 걷는다든지 하는 행정업무가 있었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이러한 일을 하였을까?


더 나아가 중앙정부라 할 수 있는 대궐에는 얼마나 많은 관리들이 근무하였을까? 우리가 사극 드라마를 보면 지금의 장관과 차관에 해당하는 판서와 참판이 있고, 그 아래에도 많은 관리가 있다. 그런데 사극에서는 대부분 이들 판서와 참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요즘 우리나라 중앙부처라면 부처마다 주무관에서 차관보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의 직원들이 장관을 보좌하면서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옛날에는 어떠하였을까? 경복궁에 가보면 고위 관리실의 집무실이 따로 보이지 않는다. 대체 그들은 어디서 일을 하였을까?


14. 수덕사(修德寺)


수덕사는 종종 찾는 곳이다. 특히 세종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이곳을 찾았던 것 같다. 수덕사는 역사도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큰 절이다. 이 절은 백제 때 처음 건립되었다 하기도 하고, 신라에서 건립하였다 하기도 한단다. 여하튼 절이 건립된 이래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여러 번 중수하였다고 한다. 수덕사 대웅전은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목조건물 가운데 봉정사 극락전과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건물로서 국보 49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덕사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을 나오면 바로 기념품점과 식당들이 이어진다. 내가 가본 절들 가운데 이 수덕사 입구만큼 기념품점과 식당들이 많은 곳을 본 적이 없다. 식당에서는 직원들이 인도로 나와 호객 행위를 하고, 또 식당은 물론 기념품점들이 인도를 온통 차지하여 테이블과 판매대를 설치해두고 있어 인도로 걷기가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차도로 걷게 되느데, 불편한 것은 물론 위험하기 짝이 없다. 좀 정비되었으면 좋겠다.


식당가를 빠져나오면 바로 절로 가는 언덕길로 연결된다. 대략 15-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대웅전이 나온다. 길은 잘 포장된 넓은 길이지만 제법 가파르다. 일주문을 지나 한참을 걸어 올라가면 높은 언덕 위 금속 담장 위로 거대한 느티나무가 보인다. 이곳으로 올라가면 바로 절 마당과 대웅전이 나타난다. 대웅전은 단청이 되어 있지 않아 오래된 나무 빛깔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나무 기둥에 세로로 깊은 잔 금들이 보인다. 아마 나무가 섬유화하여 그런 것 같다. 일부러 단청을 하지 않은가 생각했더니, 옆에 있는 절 관계자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니 지금 단청을 위해 준비를 하는 중이라 한다. 대웅전 앞에는 3층 석탑이 서있다.


수덕사는 이곳 덕숭산의 높은 언덕 위 세워져 있다. 그래서 절 마당 끝에는 양쪽에 큰 느티나무가 각각 한 그루씩 서있는데,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산 아래 풍경이 넓게 펼쳐져 있다.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는 사이 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불공을 마치고 나온 집사람이 기와불사를 하는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전국에 얼마나 많은 절 지붕 기와에 내 이름이 새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에 길 양쪽으로 산수국이 피어있다. 보통 수국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올라올 때는 힘이 들어 못 보았는데, 내려가는 길은 여유가 있는 탓인지 길 옆의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려올 때는 큰길이 아니라 오른쪽 작은 길을 따라 내려왔다. 내려오다 보니 일반 민가 같은 초가집이 보인다. 화가 김응로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하던 곳이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에는 <수덕사 선미술관>이라는 곳이 보인다. 아주 현대식으로 잘 지은 미술관이다. 들어가 보니 김응로 화백의 작품이 많으며, 전시실은 두 곳인데 한쪽은 주로 부처 그림이 다른 한쪽은 일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산을 내려오니 배가 고프다. 그런데 식당들에서 자꾸 호객행위를 하니까 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좀 내려오다 보니까 찰보리빵을 파는 가게가 있다. 이제 바로 집으로 가니까 이걸로 대충 허기나 때워야겠다. 오가피 약주를 한병 사서 차를 출발하였다.


15. 조치원 전통시장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식사 시간이 어중간하다. 조치원 전통시장에 가서 파닭을 사서 점심으로 때우기로 했다. 나는 치킨 가운데 파닭이 제일 좋다. 교촌 치킨이니 BBQ니 하는 치킨보다 조치원 시장의 파닭이 훨씬 좋다. 그런데 이걸 사려면 일부러 조치원 시장까지 가야 하므로 좀처럼 먹을 기회는 없다. 얼마 전 서울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조치원역에 도착하여 파닭을 사서 집에 돌아간 적이 있었다. 버스에 탔더니 치킨 냄새가 온 차 안에 진동을 하여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그래서 파닭을 사려면 차를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


요즘 파닭이 꽤 유행하는 것 같은데, 파닭의 원조는 바로 이곳 조치원 시장이다. 이곳에서 시작된 파닭이 전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파닭은 1마리에 6천 원, 2마리에 만원이다. 그러니까 프랜차이즈 치킨 1마리 값이면 파닭 4마리를 먹을 수 있다. 파닭 2마리를 사니 주인아주머니가 튀긴 닭똥집 꼬치 2개를 서비스로 준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피곤하다. 2주 연속 휴양림 여행을 했더니 정말 피곤하다. 다음 주에는 또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으로 여행이다. 다음 주에 또 가려니 겁이 덜컥 난다. 충분히 잘 쉬고 운기조식을 해서 다음 여행에 대비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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