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용현자연휴양림 여행(3)

(2021-06-17) 서산 일대 사찰들_보원사지와 개심사, 문수사

by 이재형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 후 대충 식사를 하고 휴양림을 출발했다. 지도를 보니 이곳 용현휴양림 근처에는 몇 개의 사찰이 있다. 지도상으로는 모두 3-4킬로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에 있으나, 산 저쪽 편에 있어서 실제 달리는 거리는 10킬로 이상이 된다. 보원사지와 개심사, 그리고 문수사에 가보기로 하였다.


6. 보원사지


휴양림에서 자동차로 조금 내려가면 보원사지(普願寺址)가 나온다. 이곳은 백제 시대의 사찰인 보원사가 있던 절터이다. 보원사지에서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유물이 발굴되어 많은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 및 부여 국립박물관에 보존되었다고 한다.


보원사지는 넓은 절터이다. 현재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유적이라고는 절터에서 출토된 석재들과 5층 석탑이다. 5층 석탑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주춧돌로 사용되었을 것 같은 석재들은 한쪽에 가지런히 모아두었다. 만약 이곳을 다시 복원한다면 이들 석재들은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보원사지의 가장 대표적인 유물은 뭐니 뭐니 해도 5층 석탑이다. 건물이라고는 전혀 없는 넓은 절터 중앙에 높이 5-6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이 석탑만이 우뚝 서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석탑 꼭대기로 철심 같은 것이 삐쳐 나와 있는데, 현대에 건물을 건설할 때 철골을 넣은 것처럼 과거에 탑을 만들 때도 철심을 넣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 철심 같은 것을 왜 탑 가운데 넣었는지, 무슨 기능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원사는 백제시대에 처음 지은 절이지만, 여기서 출토된 유물이나 건물의 흔적들은 모두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여하튼 절집의 흔적만 남아있고, 아무런 건물도 보이지 않는 넓은 터에 탑 하나만 서있으니 좀 쓸쓸한 느낌이 든다.


7. 개심사(開心寺)


다음 행선지는 개심사이다. 개심사, 즉 “Temple of Open Mind”라니까 이름이 아주 좋다. 개심사는 용현 자연휴양림과 직선거리는 2킬로 정도 된다. 휴양림 산책로로 바로 연결이 된다. 그런데 산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어 자동차로는 꽤 가야 하는 거리이다.


가는 도중에 작은 산들이 여러 개 나오는데, 모두 숲을 밀고 목초를 심고 있다. 산을 모두 목장으로 바꾸는가 보다. 숲이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시다시피 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 냄으로서 온실가스 저감에 큰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목축업은 온실가스를 상당히 많이 배출하는 사업이다. 온실가스 저감이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이 즈음에 숲을 밀고 목장을 만드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목장으로 전환되는 산들은 대부분 사유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개심사 입구에 주차를 하고 절로 올라가는 산길을 걷는다. 처음에는 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길이다가 조금 더 가면 도보만 가능한 좁은 산길이다.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주차장에서 개심사까지 700-800미터 정도 되는데, 산이 가팔라 조금 숨이 찬다. 좀 올라가니 상왕산 개심사(象王山 開心寺)라고 쓰인 일주문이 나온다. 산의 이름이 상왕산이라니 좀 특별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코끼리라는 뜻이 들어간 산의 이름이기 때문에 그렇다. 산길이 가팔라 숨이 차기는 하지만 상당히 아름다운 길이다.


개심사 사천왕문 앞에는 가로로 긴 직사각형 형태의 제법 큰 연못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곧 대웅전이 나온다. 높은 산 위에 위치해 있는 절이라 그런지 그다지 넓지는 않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때 처음 창건되었다고 하는데, 조선 성종시대인 15세기 말에 중창하였다고 한다. 개심사에는 여러 채의 건물이 있는데, 어느 건물이 조선 성종시대에 지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대웅전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니, 아마 대웅전이 그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웅전 건물은 단청을 입히거나 수리를 해서 그런지 그렇게 오래된 건물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대웅전을 바라보면서 왼쪽에 보이는 심검당(尋劍堂)은 아주 특색 있는 건물이다. 단청을 거의 하지 않은 건물인데, 휘어진 아름드리나무를 기둥으로 하며 만든 건물인데 아주 고풍스럽게 보인다. 이 건물도 조선시대에 성종기에 지어진 것이며, 그 이후에 여러 차례 보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절에서 내려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따라온다. 사람을 무척 따르는 고양이인 것 같다. 발 주위에 맴돌고 내 다리에 배를 부비기도 한다. 고양이가 이렇게 친하게 구는 것은 좋은데 발 바로 옆에서 맴돌다 보니 잘못하면 밟을 것 같아 피하면서 넘어질 뻔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고양이는 길러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애교가 있는 녀석이라면 한번 길러보고 싶은 마음도 난다.


8. 문수사


문수사는 개심사에서 차로 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다. 문수사 역시 개심사와 마찬가지로 상왕산에 위치한 사찰인데, 개심사와는 산의 다른 면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 문수사는 고려 때 창건되었다고 하니 개심사보다는 한참 뒤에 지어진 절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애초의 건물은 모두 유실되고 대부분 조선시대나 현대에 와서 지은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므로, 절집을 보고 역사가 오래되었느니 짧으니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개심사에서 꽤 걸었으므로 문수사로 가는 길이 차에서 내려서 많이 걷는다면 그만두려 했다. 그런데 주차장이 바로 절 아래에 있어 절로 올라갔다. 문수사는 터는 개심사보다 조금 더 넓어 보이나 개심사가 상당히 정돈되고 짜임새가 있어 보이는데 비하여 좀 황량하다는 느낌이 든다. 극락보전은 임진왜란 이후에 중건된 것이라 하는데, 단청을 새로 해서 그런지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큰 배롱나무(백일홍)가 서있어 황량해 보이는 절의 풍경을 그나마 순화시켜 준다.

문수사를 나오면서 옛날 개심사나 문수사가 세워졌을 때 어떤 사람이 이곳을 찾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사람들이 사는 제법 큰 마을로부터는 10킬로 이상 떨어져 있다. 옛날 이들 절을 지었을 무렵은 지금보다 인구가 훨씬 적어 절 가까운 곳에는 인가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절이 마을의 한두 사람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신자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옛날 이 근처에 그렇게 많은 신자가 살았던 것 같지는 않다. 신자를 위한 절이었을까, 아니면 스님들의 수련을 위한 절이었을까, 생각해봐도 해답이 없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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