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 삼천포 전통시장을 거쳐 남해편백휴양림으로
수선사를 나오니 오후 3시 반 정도가 되었다. 당초 계획에는 가능하다면 진주의 진양호나 사천시에 있는 사천읍성을 둘러볼 예정이었지만, 그러면 휴양림에 너무 늦게 도착할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였다. 이제 사천까지 바로 직진하여 삼천포 시장에서 저녁거리를 구입한 후 휴양림으로 갈 예정이다.
산청 수선사를 나와 사천시 방향으로 달린다. 도로는 강과 나란히 달리고 있는데, 이 강은 진주 시내를 관통하는 남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주를 지나니 곧 사천시가 나온다. 사천시(泗川市)는 옛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되면서 사천시란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내게는 사천시라는 이름보다 삼천포시가 훨씬 정감 있게 들리는데, 주민들이 사천시를 선호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옛날부터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주민들의 귀에 거슬려 서 이름을 삼천포에서 사천으로 바꾸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일이 잘 풀리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왜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고 표현했을까에 대해 그 어원을 찾아보았으나, 설득력 있는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5-6년 전에 삼천포로 와서 삼천포항 바로 앞에 있는 삼천포 시장을 들린 적이 있었다. 그때 아주 싼 값으로 문어를 몇 마리 샀는데, 아주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인터넷에는 옛 <삼천포 전통시장>이 <용궁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곳 사천이 <별주부전>의 무대라서 이름을 그렇게 운치 있게 바꾸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시장 근처로 가니 <용궁시장>과 <삼천포시장>, <서부시장> 등의 이름이 서로 혼란스럽게 표시되어 있다. 이 삼천포항 지역에는 몇 개 시장이 서로 섞여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서울의 동대문 시장과 광장 시장, 대전의 역전 시장과 중앙 시장 등이 바로 서로 인접하여 있는 시장의 예가 될 것이다.
삼천포시장은 해산물의 천국이다. 싱싱한 회감을 파는 가게들이 이쪽저쪽에 널려 있어 통영 중앙시장에 비해 오히려 더 크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나 많은 활어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을 팔고 있어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몇 주 전에 동해에 가서 오징어 회와 도다리 회를 실컷 먹었고, 또 지난주에는 서산에서 자연산 광어회를 질리도록 먹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번 서산에서 먹으려다 못 먹은 붕장어(아나고) 회를 먹기로 하였다. 값을 물어보니 1킬로에 2만원이라 한다. 아주 싸다.
옛날에는 활어를 파는 곳에 가면 저울을 속여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가 아주 드문 것 같다. 정해진 무게보다 더 주었으면 더 주었지, 저울을 속여 적게 주진 않는 것 같다. 웬만한 가게마다 주인들이 <상인대학>을 졸업하였다는 증명사진을 가게 위에 걸어두고 있는데, 상인들도 교육을 잘 받고, 또 손님을 속이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손해라는 자각을 하여서인지 과거와 같은 눈속임은 이제 않는 것 같다.
1킬로를 달라고 하니 작은 것 6-7마리를 준다. 옛날 같으면 붕장어 1킬로라면 이 정도 크기의 것 서너 마리 정도밖에 주지 않았다. 붕장어 옆에 붕장어와 흡사한 비슷한 크기의 활어가 있길래 무엇이냐고 물으니 “하모”(갯장어, 鱧)라 한다. 20여 년 전 경남 고성에 사는 직장 후배 집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 마을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갯장어 잡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팔뚝보다 굵은 큰 갯장어를 실컷 먹어, 갯장어가 상당히 싼 생선이라 생각했는데, 활어 가게 아주머니 말로는 붕장어보다 훨씬 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즐기는 바다 장어류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회로 가장 즐겨 먹는 ‘아나고’는 ‘붕장어’를 가리키는 일본말로서 한자로는 ‘穴子’라 쓴다. 그리고 ‘갯장어’는 일본말로 ‘하모’라고 하며, 한자로는 ‘鱧’(례)라고 쓴다. 남쪽 지방에 가면 ‘갯장어’라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하모’라고 한다. 오히려 ‘갯장어’라는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즐겨 구워 먹는 ‘곰장어’는 일본말로 ‘누타우나기’(沼田鰻)라고 하는데, 이 놈에 대해서만은 대부분 곰장어라는 우리말을 사용하지, 일본말 ‘누타우나기’라 말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여하튼 붕장어 1킬로를 회로 치니 양이 엄청나다. 작은 것들로 골라 뼈를 추리지 않았기 때문에 효율이 좋은 것 같다.
이제 저녁거리를 샀으니 휴양림으로 직행이다. 남해도는 광역지자체인 제주도를 제외한다면 거제도, 진도, 강화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다. 남해도는 하트 모양으로 생겼는데, 육지와 연결되는 두 방향의 다리가 있다. 한 방향은 창선도를 거쳐 사천시와 연결되며, 다른 한쪽은 하동과 연결된다. 사천시에서 삼천포대교를 건너면 창선도가 나오고, 창선도를 지나 창선교를 건너면 남해도(南海島)이다. 남해편백 자연휴양림은 남해도 오른쪽 부분의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삼천포 대교를 건넌 후 30분가량 달리니 휴양림이 나온다.
오후 6시가 가까워 온다. 먼저 숙소인 <숲속의 집>에 짐을 풀고 휴양림을 가볍게 산책하기로 했다. 편백나무는 삼나무와 서로 비슷하게 생겼다. 나는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차이를 잘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숙박하는 숲속의 집 아래에 큰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한 그루씩 서있어, 두 나무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삼나무는 잎이 좀 둥글게 생긴데 비해 편백나무는 삼나무에 비해서는 잎이 좀 뾰족하게 생겼다. 나무 줄기도 약간 다르게 생겼는데, 글로 설명하기는 좀 어렵다.
삼나무나 편백나무 모두 곧고 크게 자라기 때문에 목재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편백나무는 항균성이 강하므로 최고의 내장재로서 활용된다. 편백나무가 많은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편백나무가 목재로 많이 이용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편백나무가 고급 목재로 큰 인기를 얻는 것 같다. 일본 온천장에 가보면 편백나무로 만든 온천탕이 많은데, 강한 편백나무 향을 맡으며 온천을 즐기는 기분은 최고이다. 삼나무는 일본말로 스기(杉), 편백나무는 히노키(檜, 扁柏)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말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둘 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이 아니고 20세기 초 일본으로부터 들여왔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숲속의 집을 나와 산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 언덕에는 숲속의 집들이 연속되어 있고, 왼쪽은 편백나무 숲이다. 나무의 키는 거의 15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데, 하늘을 향해 꼿꼿이 곧게 뻗어 있어 장관이다. 편백은 향기가 강하여 편백나무로 내장한 집에 들어가면 강한 편백 향을 맡을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살아있는 편백나무에서는 그다지 강한 향기가 나지 않는다. 온통 편백나무로 빽빽한 숲이지만, 편백 향은 아주 코끝을 간지를 정도로 연하게 묻어온다. 곧 저녁을 먹어야 하므로 잠깐 산책을 하고 다시 숙소인 숲속의 집으로 들어왔다.
조금 전에 사 온 붕장어 회를 풀었다. 풀어놓고 보니 양이 엄청나다. 집사람과 둘이서 도저히 모두 먹을 양이 못되어 2/3 정도만 덜어 먹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억지로 먹을 정도의 많은 양이었다. 붕장어 회에 맥주를 곁들여 아주 호화스런 저녁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