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여행(2)

(2021-06-23) 함양과 산청을 거치면서

by 이재형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 산골이라면 전라도 쪽에서는 무주와 장수, 구례, 경상도 쪽에서는 거창, 함양, 산청 등이 될 것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리산이나 덕유산을 끼고 있다. 소림사를 나와 남해 쪽으로 가자면 함양과 산청을 거쳐가야 한다. 다음 행선지는 함양에 있는 용추사이다. 용추사는 용추계곡의 상류에 있는데, 용추계곡은 덕유산에 속해있다.


(3) 용추계곡과 용추사


용추사(龍湫寺)는 용추계곡을 끼고 올라간다. 깊은 계곡과 우거진 숲으로 바깥공기는 금방 시원해진다. 차에 에어컨을 켜고 달려왔으나, 이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연다. 시원한 숲 공기와 숲의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진다. 용추 계곡은 아주 깊은 계곡이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용추사 바로 아래 작은 주차장이 있다. 주위의 나무들은 정말 크다.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이 하늘을 완전히 가리고 있다. 옆의 계곡에서는 요란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계곡 아래를 보니 큰 폭포가 있다. 우리나라 폭포들은 대개 물이 적어 쫄쫄 떨어지는 수돗물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용추 폭포는 굵은 물줄기가 콸콸 쏟아져 내린다. 용추폭포와 용추폭포가 만들어 낸 소(沼)가 나무숲 사이로 내려다 보인다. 나무에 가려 폭포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용추사는 마치 성벽 같은 옹벽 위에 세워져 있다. 이 절도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한다. 5세기 후반 신라의 각연이라는 승려가 창건하여 처음에는 이를 용추암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선 영조 때 여러 전각이 불탄 후 다시 건물들을 복원하였고, 1970년대 후반에 다시 여러 건물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일주문이 경남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용추사로 들어가니 깊은 계곡에 있는 사찰 치고는 의외로 넓고 평평한 터에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을 비롯한 여러 절 집들이 넓은 터에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 옆으로는 화강암으로 만든 3층 석탑이 보이는데, 최근에 건립한 것 같다. 절 가운데에는 큰 느티나무가 서있다. 요즘 전국을 여행하면서 느티나무들을 많이 봤는데, 나무 가운데 느티나무는 정말 잘 생긴 나무인 것 같다. 나무가 작을 때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크고 나면 정말 마을이나 사찰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이 고풍스럽고 늠름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용주사는 울창한 숲 속에 한 점의 여유공간과 같은 느낌이다.


용추사 옆으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작은 산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니 바로 용추계곡으로서, 이곳은 용추폭포의 상류 지점이다. 투명한 맑은 계곡물이 깨끗한 바위 물길을 따라 콸콸 흘러내리고 있다. 아래쪽으로는 용추폭포가 만든 소가 내려다 보인다. 요즘은 웬만한 산에 가면 계곡에 내려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이렇게 좋은 계곡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행운이다. 오늘 일정은 용추사와 용추계곡을 본 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용추폭포 아래 계곡으로는 내려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두어 명의 중년 남자들이 폭포 옆을 거닐고 있다.

다시 절 쪽으로 올라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 뒤쪽으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불과 10미터 정도 내려가니 금방 용추폭포 아래 계곡이다. 계곡 바로 아래서 콸콸 흘러내리는 폭포를 바라본다. 정말 절경이다. 이런 폭포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쉽지 않다. 일본에 가면 좋은 폭포가 많다. 연간 강수량이 거의 우리나라의 2배에 달하고, 또 산이 깊기 때문에 자연히 폭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이즈 반도(伊豆半島)에 여행을 가서 죠렌폭포(靜蓮の滝)라는 유명한 폭포를 본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다.


(4) 산청 수선사


용추사를 나와 산청 쪽으로 달린다. 산청은 함양에서 남해로 가는 도중에 있다. 도로 옆으로 작은 강이 흐른다. 아마 남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행선지는 산청 수선사이다. 한참을 달리니 “산청 동의보감 마을”이라는 도로 팻말이 보인다. 호기심이 생겨 한번 들려볼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볼만한 곳도 별로 없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곳은 한방 테마공원으로서, 한의학 박물관, 약초관, 기체험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들러보는 건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20년 전쯤 보건복지부의 한방정책자문위원을 2-3년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한의학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우연히 한방산업과 관련한 예비타당성 조사 연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보건복지부 당당 부서에서 요청이 와 자문위원을 맡게 된 것이었다. 당시 각 지자체에서 한방산업과 관련하여 정부에 요청한 예산이 거의 3-4조 원에 달하였다. 지금이야 3-4조 원의 정부 사업이라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20년 전 당시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다. 지역 산업은 살려야겠는데, 특별한 아이디어는 없는 차에 한방산업이라니까 무언가 매력적으로 보여 많은 지자체들이 달려들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방 테마공원, 한방 암연구센터, 한방 바이오산업, 한의학 연구소 등등 다양한 종류의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들 사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들은 대개 한방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대개가 이들 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나는 이들 사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보건복지부도 지자체들의 요구에 골치 아프던 차에 내가 이들 사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니까 내게 자문위원을 요청한 것 같았다. 대구에 있는 인터불고 호텔에서 한방 사업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 약 400명 정도를 모아놓고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한방 관련 사업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한방산업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이야기가 너무 옆길로 빠졌다. 수선사는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로서 전통 사찰은 아니며,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절이라 한다. 이곳 주지인 여경 스님이 개인 재산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땅을 구입하고, 건물을 지어 완성한 절이라 한다. 수선사는 정말 아름다운 절이다. 절 전체가 잘 꾸며진 정원과 같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사찰이다. 수선사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아름다운 연못과 그 위로 놓인 나무다리이다. 연못에는 연이 자라고 있고, 그 위에 걸쳐진 다리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산책로용 나무 데크가 아니라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나무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다리 난간도 구불구불한 나뭇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 정원과 같은 인공적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우리의 정원과 같은 여유와 너그러움이 보이는 자연미와 인공미가 잘 조화된 그런 정원이다. 연못 가운데는 역시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작은 정자라 할까, 쉼터가 있다.

연못 옆에는 서울 강남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현대식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카페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카페에서 연못 정원을 감상하며 차를 즐기고 있다. 연못을 지나 올라가면 조경이 잘 된 절 마당이 나온다. 이곳도 잔디와 함께 돌로 장식한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정원과 어울리면서 대웅전을 비롯한 몇 채의 절 집들이 정원 이곳저곳에 다소곳히 들어앉아 있다.


좀 전에 다녀온 소림사에서도 전통의 절 집을 벗어난 새로운 도량을 생각했지만, 이곳 수선사를 보니 정말 그런 생각이 한층 더 강해진다. 엄숙하고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종교보다는 생활 속에서 가볍게 즐기면서 누구나 가까이할 수 있는 그런 시설들이 현대에는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가 보라고 성화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와! 이건 또 다른 감동이다. 화장실 바닥은 밝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벽과 천정도 아주 고급스러워 보이는 석재이다. 그리고 변기와 세면대도 아주 세련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웬만한 호텔 화장실보다 나아 보인다. 요즘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여행해보면서 우리나라가 어느 부분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생각을 가졌다. 바로 화장실이다. 웬만한 선진국들은 대개 가보았지만, 요즘의 우리나라처럼 화장실이 잘 갖추어진 곳은 없다. 화장실이 잘 지어져 있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에는 어김없이 마련되어 있다. 이만큼 화장실이 편리한 나라는 세계 어디서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수선사의 화장실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화장실 가운데서도 단연 톱이라 생각된다.


수선사는 사찰에 관한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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