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여행(4)

(2021-06-23) 휴양림 산책 후 독일 마을로

by 이재형

숲 속이라 저녁에는 추워져 방에 난방을 좀 높여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방바닥이 지글지글 끓는다. 더웠지만 밤새 땀을 흠뻑 흘린 탓인지 몸은 오히려 상쾌하다. 창문을 여니 바로 시원한 숲 공기가 들어온다. 아침을 대강 먹었다. 어제 남긴 붕장어 회가 많이 있지만, 어제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붕장어 회를 먹고 싶은 생각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집에서 가지고 온 절인 고추와 김치로 가볍게 밥을 먹었다.


(7) 휴양림 산책


이곳 남해는 섬이라서 아름다운 해변을 많이 갖고 있지만 높은 산도 있고 깊은 숲도 있어서 실로 다양한 천혜의 환경을 갖춘 곳이다. 남해에서 제일 높은 산은 금산인데 높이가 681미터로서 서울의 북한산보다 조금 낮은 정도이니, 이곳이 섬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높이의 산이다. 남해편백 자연휴양림은 금산의 동쪽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데, 휴양림의 면적은 거의 70만 평에 이른다.


어제저녁에는 시간이 늦어 숲을 대충 지나쳤지만 오늘은 시간도 충분하니 느긋하게 숲을 즐겨야겠다. 이곳 편백휴양림은 큰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숲도 울창하지만, 금산이 높은 산이라 계곡도 그만큼 깊다. 계곡에는 사방댐이 설치되어 있어 자연적인 풀장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휴양림에서는 별도의 물놀이 장을 만들어놓아 여름날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가족들은 즐거운 여행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편백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기 때문에 나무 아래는 하루 종일 햇빛을 보기 어려우며, 그래서 나무 아래는 잡목이나 잡초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유림이기 때문에 나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모든 나무들이 잔가지 없이 곧게 뻗어 있다.


휴양림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자동차의 출입을 막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 너머는 임도로서 일반인들의 출입은 도보로만 가능하다. 표지판을 넘어 임도를 따라 산 위쪽으로 걸어 올라간다. 여기서부터는 휴양림에 비해 다소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휴양림은 온통 키 큰 편백나무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곳은 편백나무가 많기는 하지만 다른 여러 나무들과 섞여 있다. 그리고 편백나무의 키도 휴양림 속에 있는 것들에 비해서는 훨씬 작아 대부분 10미터 이내의 것들이다. 그렇지만 키 큰 편백나무들로만 이루어진 숲도 장관이지만, 여러 잡목들과 함께 섞여 자라고 있는 숲의 풍경도 또 다른 의미에서 아름답다.

얼마 전 몇몇 신문에서 강원도 일대에 있는 산들에 나무를 모두 벌채하여 민둥산을 만들어버린 것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들이 실린 적이 있다. 우거진 숲의 나무를 남김없이 벌채하여 산 전체에 맨 흙이 그대로 드러나는 처참한 몰골을 만들어 놓아 산림을 망친 것은 물론, 홍수와 산사태의 위험까지도 초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림관리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숲의 중요성에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제 소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던 산림관리 정책을 좀 더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임도에서 벗어나 가파른 좁은 산길로 가야 하는데, 2.5킬로 정도라 한다. 40분 정도를 걸었으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다시 임도를 따라 휴양림 방향으로 내려왔다.


(8) 독일 마을


휴양림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독일마을>이 있다. 독일마을로 가기 위해 출발하니 가는 길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나온다.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길 한복판에 우뚝 서있는 정말 큰 나무이다. 크기도 하려니와 균형이 아주 잘 잡혀있어 보기 드물게 잘 생긴 나무이다.


독일마을은 1960년대 파독 광부나 간호사들이 고국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조성한 마을이다. 이 아이디어는 1990년대 후반 처음 나와 대체적인 계획을 만든 후 2000년대 들어 독일 현지 설명회를 가져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땅을 분양하여 집을 짓고 살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곳에 정착한 분들 가운데는 한국인 부부도 있지만 독일인과 결혼하여 독일인 배우자와 함께 이곳으로 이주한 분들도 있다고 한다. 현재 39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주택들은 대부분 독일 스타일로 지었고, 건자재도 모두 독일로부터 수입하였다고 한다. 독일마을에는 주택 외에 예술촌, 미술관, 파독 광부 및 간호원 기념관 등 다양한 시설들이 함께 들어서 있다.


독일마을 초입에 있는 원예예술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걸어서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본격적으로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한다. 빛이 그대로 반사되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걷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많은 집들이 카페나 독일식 식당, 퍼브 등의 영업을 하고 있다. 은퇴한 사람들이 이러한 영업을 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독일마을이 큰 인기를 얻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자 독일마을 구역에 인접하여 여러 형태의 영업점이 들어섰기 때문이라 한다. 당초 독일 마을에 입주할 분들에게 제시한 유일한 조건이 영업활동은 민박에 국한할 것이었다고 한다. 이곳 독일 마을의 집들은 모두 독일식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곳곳에 특색 있는 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 집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어떤 특색을 느끼지 못하겠으나, 마을 전체로 보면 독일의 어느 시골 마을을 보듯이 아름다운 정경이다. 다만 넓은 터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정원이 좁게 보여 아쉬웠다.

원예예술촌은 원예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수목원인데, 이 안에는 탤런트 박원숙 씨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고 한다. 집사람은 들어가 보고 싶어 하는 듯하였으나,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고, 또 날씨도 덥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마을 초입에는 <파독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독일로 일하러 간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조성한 일종의 테마파크이다. 넓은 광장 한 편에 기념관이 있고, 건너 쪽에는 퍼브와 독일식 카페가 들어서 있다. 이곳 뒤편에는 작은 간이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 서면 저 아래 아름다운 해변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파독 기념관을 나오니 <소나무야 소나무야>라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우리가 어릴 때 배웠던 노래 가운데는 독일 민요가 많이 있다.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에서 불려지고 있는 노래가 무엇일까? 바로 <나비야 나비야>이다. 누가 세계 각국에서 불리어지는 노래를 하나하나 기록하여 이 노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린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겠지만, 여하튼 수많은 나라에서 이 노래가 불리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20여 년 전에 듣기로는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이 노래가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나비야 나비야> 노래는 <어린 한스>라는 독일의 민요에서 왔다. 노래 <어린 한스>는 어린 한스가 세상 구경을 위해 어머니 곁을 떠나고(1절), 세상을 주유하는 한스는 늠름한 젊은이로 성장하여(2절), 달라진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어머니는 금방 그를 알아본다(3절)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 노래가 여러 나라로 퍼지면서 다양한 가사로 바뀌어 불리워졌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어린 한스>의 내용 그대로로 번역하여 불렀지만, 미국에서는 노 젓는 노래로 고쳐 불렀다. 미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들은 미국과 같이 노 젓는 노래로 부르는 나라가 많다. 일본은 미국에서 이 노래를 수입하면서 곡은 가져오고 대신 가사를 나비에 관한 내용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일본의 나비 가사도 몇 가지 버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나비에 관한 내용으로 가사를 바꾸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이 같은 나비를 소재로 한 가사로 바꾸었지만, 가사 내용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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