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해 편백자연휴양림 여행(6)

(2021-06-24) 남해 보리암과 용문사

by 이재형

점심을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하다. 다음은 남해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보리암으로 가기로 하였다. 보리암은 남해 금산(錦山)의 높은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오전부터 계속 내려쬐는 햇볕 속에서 관광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높은 산 위로 있는 시원한 곳으로 가니 다행이다.


(14) 보리암(菩提庵)


보리암은 역사가 오래된 절로서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이곳에서 기도를 한 적이 있으며, 그 이후로 이 씨 왕가가 특별히 배려를 하는 사찰이 되었다고 한다. 남해 전통시장에서 20분 정도를 달리니 보리암으로 올라가는 산길 도로와 큰 주차장이 나왔다. 매표소 직원의 말로는 이곳에서 6킬로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단다. 가파른 산속 도로를 계속 올라간다. 섬 안에 이렇게 높은 산이 있을 줄 몰랐다. 한참을 올라가니 주차장이 나왔다.


주차장에서 보리암까지는 1킬로가 조금 넘는 길이다. 보리암 가는 길은 아주 평평한 넓은 산길로서 경사도 아주 완만하여 걷기에 아주 좋다. 길 옆은 아주 울창한 숲으로서,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참을 걸으니 보리암 입구가 나온다. 입구 근처로 가니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자리가 이곳저곳 있다. 산 아래 저 멀리 아름다운 해변이 내려다 보인다. 상주 은모래 비치인 것 같다. 상주 은모래 비치는 그곳에 가서 봐도 좋지만 이렇게 높은 산 위에서 해변과 그 앞바다 전체를 한꺼번에 조망하니 더욱 좋다.


절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금산 자락 아주 가파른 절벽 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절 터가 넓을 수는 없다. 좁은 절터에 여러 건물이 비좁게 자리 잡고 있다. 한꺼번에 넓은 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층이 진 터 위에 건물이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이 아주 많다. 오늘 둘러본 남해의 다른 어느 관광지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절 전체가 붐비는 느낌이다. 남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명소라서 그런가 보다. 절 안에서 건물과 설치물을 연결하는 길은 높지는 않지만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절 바로 아래 해수관음상이 우뚝 서있다. 보리암은 우리나라 강화도 보문사, 속초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해수관음성지라 한다. 관음상은 높이가 5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데, 아름다운 남해 해변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우뚝 서있다.

보리암은 어디를 가든지 남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그중에서도 해수관음상 바로 옆에 있는 전망대는 최고의 전망대라 할 것이다. 앞에 전혀 가리는 것이 없이 상주 은모래 해변을 중심으로 한 남해의 절경이 펼쳐진다. 작년부터 한려수도를 여러 차례 찾았지만 남해바다와 섬들은 정말 아름답다. 바다와 섬이 이렇게 조화를 이루는 곳은 정말 세계에서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바다에 연해있는 국가는 많다. 그렇지만 중국이나 미국과 같이 큰 땅덩이를 가진 나라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섬을 가진 바다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지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곳의 해변은 거의가 밋밋하다. 아마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와 섬을 함께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필리핀, 그 외 동남아 몇 개국, 카리브해 연안 몇 개국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5) 다랭이 마을


다음은 다랭이 마을이다. 옛날부터 있던 다랭이 논이 지금껏 남아있는 곳이다. 사실 나는 다랭이 논이라는 말이 좀 생소하다. 옛날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교과서에서는 이것을 “계단식 논”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계단식 논 대신에 다랭이 논이라는 이름이 보편화된 것 같다.


다랭이 논에 대해서는 두 가지 추억이 있다. 하나는 어릴 때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계단식 논”에 대한 기억이다. 1960년대 초반 당시 우리나라는 식량이 크게 부족하였다. 그래서 식량을 증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강구되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우리나라는 국토의 많은 부분을 산이 차지하고 있으므로, 산에다 “계단식 논”을 만들어 경작지를 확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좋은 예로서 교과서에서는 필리핀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었다. 높은 산꼭대기까지 계단식으로 논이 만들어져 있는 필리핀의 농촌 사진을 교과서에 싣고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이야 필리핀은 우리에게 아주 못 사는 나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1960년 당시에는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잘 사는, 가난했던 우리가 봤을 때는 그야말로 까마득한 선진국이었다.


또 하나는 몇 년 전 베트남의 사파 여행이다. 베트남의 사파는 잘 아시다시피 다랭이 논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힐링 여행의 세계적 명소이다. 베트남 북부의 높은 고산지대에 첩첩이 만들어진 다랭이 논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사파 여행을 하면서 빼어난 경치에 푹 빠졌지만, 불행히도 빗 속에 트래킹을 하던 중 꽤 큰 부상을 당하였다. 그래서 베트남의 사파라 하면 아름다운 다랭이 논 풍경과 함께 부상의 아픔이 동시에 떠오른다.


다랭이 마을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집사람이 가자고 해서 찾았다. 내 생각으로는 난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난 다랭이 마을에 다녀왔는데, 이곳에 뭐 그리 볼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다랭이 마을 근처로 가면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저 멀리 산 위아래에 만들어져 있는 다랭이 논을 볼 수 있다. 애초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와서 보니 내가 예상하고 있던 그저 그런 정도였다. 다랭이 논을 처음 보는 집사람은 좋다고 한다. 도로 아래쪽에는 다랭이 논이 있고, 그 아래는 가파른 산비탈에 다랭이 마을이 있다.

다랭이 마을로 내려갔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로 들어가니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마을에 들어서서 200미터쯤 들어가니 텔런트 박원숙 씨가 운영한다는 카페 <커피 앤드 스토리>가 나온다. 집 사람이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가 보자고 한다. 작은 카페인데 좁은 마당과 빈 공간에는 꽃이 가득 심어져 있다. 그렇지만 관리는 거의 하지 않은 듯하다. 이곳 다랭이 마을은 어디를 가나 앞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카페에 들어간 집사람이 카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냥 가자고 한다.


차를 돌려 나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바로 차를 돌릴 수가 없어 마을 안까지 계속 들어가 간신히 차를 돌릴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겨우 차를 돌려 나왔다. 앞으로 이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는 분들은 마을 입구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6) 용문사


다음은 용문사이다. 이곳은 수국이 좋다고 하여 찾았다. 남해 용문사(龍門寺)는 양평에 있는 용문사와 이름도 한자 표기도 같다. 이 절도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절로서 9세기 초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이 절 승려들이 대거 승병으로 참여하여 왜군과 싸웠다고 하는데, 이때 절이 모두 불탔다고 한다. 그 후 용문사는 여러 차례 중창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용문사는 비교적 넓은 터에 세워져 있는데, 섬 지역에 위치한 사찰 치고는 생각보다 큰 절이었다. 수국이 유명하다고 했는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수국이 우리를 마중한다. 수국 꽃의 크기가 엄청나다. 원래 수국은 상당히 큰 꽃이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수국은 지금까지 보아온 다른 어떤 수국보다도 크다. 이렇게 큰 수국은 처음 본다. 그리고 수국의 색도 상당히 다양하다.


용문사는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숲으로 인해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용문사 수국은 한 곳에 수국이 가득 심어져 있지는 않다. 절 여기저기 빈 공간, 그리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이곳저곳에 심어져 있다. 그래서 이곳 용문사는 발길 닫는 곳마다 수국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곳곳에 수국이 피어 있는 것도 좋지만, 큰 수국 꽃밭을 만들어두면 수국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17) 남해 전통시장


이제 시간이 꽤 되었다. 다시 휴양림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해 전통시장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 가지고 가기로 하였다. 낮에 점심을 먹으러 찾았던 남해 전통시장을 다시 찾았다. 수산물을 파는 코너로 갔다. 삼천포 시장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규모가 작으므로 수산물의 종류도 많지 않고, 또 그리 싱싱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몇 주에 걸쳐 오징어 회, 도다리 회, 광어회, 붕장어 회를 실컷 먹어 그런지 이제 특별히 어떤 회를 먹고 싶은 마음도 별로 나지 않는다. 자연산 멍게를 파는 곳이 있었다. 지난번 여행에서 동해에서 큰 자연산 멍게를 샀다가 아주 맛이 없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주인에게 맛이 있냐고 물었더니 양식 멍게에 비해 훨씬 맛이 좋다고 한다. 그 말을 믿고 1킬로를 샀다.


휴양림에 돌아와서 멍게를 먹었다. 지난번 큰 자연산 멍게는 향기도 거의 없었고, 맛도 식감도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 산 작은 자연산 멍게는 향기도 좋고 맛과 식감 모두 좋았다.



keyword
이전 20화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여행(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