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여행(1)

(2021-06-23) 덕유산을 가로질러 거창으로

by 이재형

오늘부터 2박 3일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 여행이다. 3주째 연속해서 가려니 피곤하기도 하다. 이번 여행은 처음에는 계획이 없었다. 2주 간격으로 자연휴양림을 예약해 두었는데, 한 달쯤 전 집사람이 갑자기 6월 말이 되면 남해 쪽에 수국(水菊)이 한창때가 된다고, 수국 구경을 하자는 바람에 갑자기 이번 주에 남해도에 있는 휴양림을 예약한 것이다. 나는 전에는 수국이란 꽃 이름은 자주 들었지만 어떤 꽃인지 잘 몰랐는데, 한번 알고 보니 아주 아름다운 꽃이다. 작년 이맘때 서해안 섬 여행을 하면서 수국을 많이 보았다. 이전부터 수국이 많이 있었는데 내가 몰라 모르고 지났는지, 아니면 요즘 와서 우리나라에서도 수국을 많이 키우게 된는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수국은 일본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꽃이다. 일본말로는 “아지사이”라고 하는데, 일본 유행가에 많이 등장하는 꽃 가운데 하나이다. 여하튼 나도 몇 년 전 일본 여행을 가서 작은 수국 공원을 찾아 많은 종류의 색색의 아름다운 수국을 감상했고, 또 작년 서해 여러 섬에서 아름다운 수국을 여러 번 본 이후 아주 좋아하는 꽃이 되었다. 작년에는 영동에 있는 개인이 운영하는 편백 숲에 갔다가 문이 닫혀 구경을 못하기도 하였다. 이번 남해 휴양림은 이름부터 “편백 휴양림”이라니까 편백 나무를 실컷 볼 수 있을 것 같다.


(1) 거창 송계사


출발하기 전 거쳐갈 곳을 여러 곳 찾아보았다. 얼마 전 합천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공개한다는 뉴스가 나왔길래 처음에는 해인사를 거쳐 가려고 했으나 너무 우회하는 길이라 포기하였다.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의 또 다른 자락에 송계사라는 절이 있는 것을 알았다. 직선거리는 해인사와 얼마 떨어지지 않았으나, 길이 다른 탓인지 송계사를 들러 남해로 가는 길은 그다지 우회하는 길이 아니었다.


통영-대전 고속도로로 내려가다가 무주 IC를 빠져나왔다. 송계사가 있는 거창으로 가려면 덕유산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한참을 달리니 작년에 가보았던 적상산 가는 길이 나오고, 이어서 덕유산 속으로 들어가 무주구천동 입구가 나온다. 자동차로 완전히 덕유산 일대 전체를 드라이브하는 기분이다. 녹음의 우거져 가로수들이 하늘을 완전히 가리고 있다. 마치 푸른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이 든다. 덕유산을 벗어나니 거창군이 나온다. 거창군은 덕유산과 지리산을 접하여 있으니 강원도 못지않은 산골동네라 할 것이다. 20-30년 전쯤 여동생 부부가 귀농을 한다고 몇 년간 이곳 거창에 내려와 있어서 그때 이 부근을 한번 와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심심산골이었다.


송계계곡으로 한참 올라가니 송계사가 나온다. 이곳 송계사도 신라 진덕여왕 때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처음 세웠다고 하는데, 지난번 서산 여행기에서도 말했지만 의상대사는 정말 절을 많이 세웠다. 어제 궁금해서 도대체 의상대사가 세운 절이 몇 개나 되는지 한번 찾아보았는데, 백수십 개라는 말도 있고 하니 하여튼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전국에 족히 몇십 개는 될 것 같다. 송계사는 그동안 몇 번 소실되었다가 현재의 절은 1969년에 세운 것이라 하니 역사는 오래지만 절 집은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재까지 전해오는 문화재로는 부도(浮屠) 정도인 것 같다.

송계사가 위치한 송계계곡은 덕유산으로부터 내려오는 계곡으로서 매우 길다. 송계사가 위치한 산이 처음에는 해인사와 같은 가야산인 줄 알았는데, 일주문을 보니 “덕유산 송계사”라 쓰여 있다. 계곡 길로 들어서면서 차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평일날 사찰을 찾으면 좋은 점이 있다. 관광객이 많은 주말이나 공휴일 절을 찾으면 절 아래쪽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올라가야 한다. 어떤 곳은 1킬로 이상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만 평일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도로가 끝나는 곳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어 편하다.


차를 내리니 울창한 숲 사이로 저 멀리 산 아래 풍경이 보인다. 절 쪽으로 가니 절은 한산하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진돗개처럼 생긴 개 한 마리가 사납게 짖는다. 목줄을 해두지 않아 좀 겁이 난다. 집사람도 절문을 들어서기가 무서운지 망설인다. 개가 하도 짖어대니까 스님 한분이 나와 개를 데리고 간다. 송계사는 평범한 절로서, 산속 깊은 곳에 조용히 들어앉아 있다. 비교적 좁은 터에 대웅전을 비롯한 몇 개의 건물이 보인다. 절집보다는 오히려 절에서 내려다 보이는 송계 계곡이 더 볼만하다.


(2) 거창 소림사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거창에 “소림사”란 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외로 우리나라에 “소림사”란 이름을 가진 절이 제법 많아 거의 10개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이 절은 달마대사가 창건한 것은 아니며,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절인 것 같다. 이 소림사가 위치한 곳이 우두산(牛頭山) 장군봉이라길래 어쨌든 소림사라는 이름의 절은 무(武)와 관계가 있는 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골 도로를 따라가다가 소림사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아주 좁은 길이다. 마을을 지나 계속 좁은 산길이 계속되어 괜히 왔다는 후회가 된다. 좁은 계곡에는 난간도 없는 다리가 걸쳐 있어, 차에서 다리가 보이지 않으므로 집사람이 내려서 손으로 신호를 보내와 그걸 보고 겨우 다리를 건너기도 하였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길이 계속된다. 앞에서 차가 오면 피할 곳도 없다. 이왕 온 것 갈 데까지 가보 자하는 마음으로 계속 좁은 언덕길로 올라갔다. 높은 언덕 위에 절 집이 보이는 위치에 오니 갑자기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거의 50대는 주차할 수 있을 정도의 잘 포장된 넓은 주차장이다. 알고 보니 우리가 올라온 반대쪽에 잘 포장된 진입도로가 따로 있다. 내비게이터는 가끔 좋은 길을 두고 이런 어려운 길로 안내한다.


절 건물이 아주 새 것인 것을 보니 최근에 지은 절이란 표시가 금방 난다. 소림사는 일반 절과는 달리 좀 특별하게 생겼다. 산사가 아니라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의 절이다. 화강암으로 지은 현대식 건물 위로 절집이 세워져 있다. 누각에 쓰인 글씨도 마치 날아갈 듯한 서체이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정리되지 않아 그렇지 조경에도 꽤 신경을 쓴 것 같다. 가지가지 꽃들이 절 주위에 심어져 있고 작은 물길도 만들어 두고 있다. 앞 건물을 돌아 절 마당으로 들어갔다. 절 마당에는 새로 만든 하얀 화강암의 5층 석탑이 있고, 그 뒤로 대웅전이 서 있다.

절 마당 가장자리에도 신경을 써서 여러 가지 꽃들이 심어져 있다. 그중에도 수국이 눈에 뜨인다. 잘 가꾼 여러 색의 수국이 마당의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다. 절로 들어가는 큰 건물은 카페 형식으로 되어 신도들이나 관광객들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통적인 절 집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절 집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이렇게 시대에 적응해가는 절 집이 오히려 신선하게 생각된다. 우리가 익숙한 전통적인 절 집이란 것이 그것이 특별히 좋아서 그렇게 지었다기보다는 절을 세운 그 시대의 상식이나 기술 수준이 그 정도였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상식과 기술, 그리고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나 생활 스타일이 달라지면 종교도 그렇게 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곳의 한 가지 흠이라면 숲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원래 이 일대에는 숲이 없었던 것 같고, 또 절도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심어져 있는 나무들도 모두 작다. 그러다 보니 절에 왔지만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느낌이다. 햇볕은 피할 곳이 없으니까 지친다. 앞으로 이곳도 몇십 년이 지난다면 다른 절들과 같이 숲과 나무로 둘러싸인 곳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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