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31 a) 익산 백운사ㆍ문수사와 김제 서동공원
오늘부터 2박 3일간 변산 자연휴양림 여행이다. 국립 자연휴양림 가운데 변산 자연휴양림은 상당히 인기가 있는 편에 속한다.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또 변산 국립공원과 인접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몇 차례 예약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만 하다가 얼마 전에 운 좋게 예약이 가능하였다.
세종시 집에서 변산으로 가는 길은 군산을 거쳐 가는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길, 그리고 새만금 방파제 도로를 이용하여 소군산군도와 김제를 거쳐 가는 길, 그리고 익산, 김제를 거쳐 가는 길 3가지가 있다. 앞의 두 코스는 이전에도 여러 번 이용한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는 익산과 김제를 거쳐 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지난번 가리왕산 여행과 부소담악 여행, 그리고 계룡산 여행에서 단풍을 잔뜩 기대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번 여행에는 단풍의 명소인 변산반도와 내장산을 찾을 예정이므로 가을 정취가 듬뿍 실린 단풍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1. 익산 천호산 백운사(白雲寺)
이번 여행의 첫 방문지는 익산의 천호산에 있는 백운사이다. 익산시는 내게는 이리(裡里) 시가 더 친숙한 이름이다. 이전에 알던 대로 이곳을 계속 이리시로 알았으나 언제부터인가 익산시로 도시 이름이 변경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리 시라면 1970년대 발생한 이리역 폭발사고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런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도시 이름을 변경했는지도 모르겠다.
백운사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사찰인데, 일부러 이곳을 찾기로 한 것은 오래된 큰 은행나무가 있다고 해서이다. 작은 은행나무는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몇백 년 이상된 큰 은행나무는 비록 드물지만 그 모습은 정말 볼만하다. 내가 지금까지 본 은행나무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영동 청태산에 있는 영국사의 은행나무이다. 나이가 천 년이 넘는 그 은행나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느낀다. 아마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은행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백운사는 천호산에 위치하고 있다. 산으로 난 좁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마을이 몇 곳 나오고 이들 마을을 통과해서 어렵게 길을 찾아 올라가면 백운사가 나온다. 천호산은 높이가 500미터 남짓한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인데, 산 길을 오르면서 보니 사찰 안내판이 많이 보인다. 이 산에 무슨 특별한 효험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백운사 아래쪽에 작은 주차장이 있어 차를 내리면 바로 위에 절이 위치해있다. 절 입구에 큰 은행나무가 서있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아주 잘생긴 나무이다. 나이가 대략 300년 정도 된 나무로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키가 크고 옆으로 크게 펼쳐져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는 반쯤 노란 단풍이 들어있다. 백운사에는 이 은행나무 외에도 상당히 큰 몇 그루의 은행나무가 자라나고 있다. 아마 몇십 년이 지나면 이들 나무도 아주 크고 잘 생긴 나무로 자랄 것을 기대해본다.
백운사는 비록 작은 절이지만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처음 지어진 것은 통일신라 말기였으나, 현재의 절은 약 60년 전에 중건되었다고 한다. 몇 점의 문화재가 전라북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절 문을 들어서면 저 쪽 한쪽에 뾰족한 모양의 3개의 석탑이 보인다. 탑의 색이 아주 흰색인 것으로 보아 비교적 최근에 건립한 탑인 것 같다. 천호산은 험한 산은 아니다. 그렇지만 백운사는 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넓지도 좁지도 않은 터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다. 절 안으로 들어서며 바로 대웅전이 보인다. 대웅전의 현판이 아주 특이하다. 보통 절에 가보면 중심이 되는 건물을 ‘대웅전’(大雄殿), ‘대웅보전’(大雄寶殿) 혹은 ‘극락보전’(極樂寶殿) 등의 현판이 걸려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한글로 ‘큰법당’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절 뒤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다. 숲의 대나무가 그렇게 굵지는 않지만 빽빽하게 대나무가 들어서 있어 볼만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절 옆과 뒤 쪽에 있는 나무들은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되는 듯하다. 푸른 숲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붉게 물든 단풍이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은 아직은 단풍이 이른 듯하다.
2. 문수사(文殊寺)
당초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울 때에는 문수사도 들릴 예정이었으나 일정표를 만들고 보니 둘러볼 곳이 너무 많아 문수사는 빼버렸다. 그런데 백운사로 오다 보니 문수사는 백운사 바로 아래쪽에 있어 둘러보기로 했다. 문수사 역시 역사가 오래된 절이다.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후반에 창건되었다고 하니 백운사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된 셈이다.
문수사도 크지도 적지도 않은 절터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여러 채의 건물들이 들어앉아 있는데, 비교적 편편한 자리에 자리 잡고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집사람이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잠시 불공을 드리는 동안 절 주위를 살펴보았다. 특별한 특징은 없는 절이다. 신도들이 거의 찾지 않은지 사람의 기척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잘 생긴 흰 진돗개 한 마리가 무료한 듯 절을 지키고 있다.
절 앞마당에는 세 그루의 인상적인 나무가 서있다. 하나는 은행나무인데 전체가 노랗게 물들어 있다. 키가 무척 커 나이가 꽤 든 나무인 것으로 보이는데, 키는 크지만 옆으로 벌어지지는 않아 좀 전에 백운사에서 본 은행나무에 비한다면 좀 못한 느낌이다. 다른 두 그루의 나무는 느티나무인데, 보통 시골 마을이나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과는 달리 여기는 비슷한 크기의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있다. 하나하나의 나무는 그렇게까지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닮은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있으니 마치 쌍둥이같이 보인다.
3. 익산 보석박물관
문수사를 나오니 집사람이 예정에도 없던 익산 보석박물관에 들리자고 한다. 보석박물관은 지난봄에 들러 충분히 관람한 바 있는데, 왜 가자고 하느냐고 물으니 살 것이 있단다. 살 물건을 물으니 박물관 아래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눈과 어깨 마사지 용품을 산다고 한다. 지난봄에 마사지 용품을 체험해보고 가라는 직원의 권유로 눈과 어깨 마사지를 받았는데, 아주 기분이 좋았다고 하며 꼭 사야 한다고 한다.
이리는 1970년대부터 보석산업이 지방의 특성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보석공단이 설치되어 인조 다이아몬드 등 인조 귀금속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귀금속 가공업체가 많이 입주해있었다. 이 지역 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보석박물관을 건립한 것 같다. 지난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코로나가 극성을 떨던 때라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박물관 안에 조성된 넓은 정원에서 가을 햇볕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제법 많았다. 전시물은 지난번에 충분히 관람하였으므로 이번에는 바로 기념품점을 찾아가 마사지 용품을 사려고 했다. 수정을 둘러싸고 있는 돌로 만든 마사지 용품인데, 전자 레인지에서 따뜻하게 가열하여 눈과 어깨를 마사지하면 피로가 쉽게 풀린다고 한다.
눈 마사지 용품을 한 개 사고 직원의 권유로 10여분 동안 눈과 어깨 마사지를 받고 나왔다. 올봄에 왔을 때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넓은 정원이 썰렁하여 좀 서글픈 느낌이 들었는데, 오늘은 푸른 가을 하늘에 햇볕도 따뜻하여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훈훈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