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자연휴양림 여행(5)

(2021-11-01 b) 고창 선운사와 문수사

by 이재형

다음 행선지는 고창에 있는 선운사(禪雲寺)이다. 어제 저녁 페이스 북을 보니 어떤 분이 선운산에 등산을 다녀왔다고 하며 아름다운 선운산의 단풍 사진을 포스팅해 놓았다. 단풍을 잔뜩 기대하고 고창으로 향한다. 고창군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선운산에 있는 선운사이다. 그리고 선운사 복분자주, 풍천 장어 등이 연상된다. 개암사를 출발한지 한 시간 채 못되어 선운사에 도착하였다.


13. 도솔산 선운사(禪雲寺)


선운사는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6세기 중엽 백제에서 창건되었다고 하니 삼국시대에 창건된 절 가운데도 역사가 오래된 절이다. 창건 당시에는 대사찰이었지만 지금은 규모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규모를 가진 사찰이다. 김제에 있는 금산사와 더불어 전라북도 내에 조계종의 2대 본사로서, 많은 보물과 천연기념물, 유형문화재을 보유하고 있다.


선운사 입구는 아주 넓은 평지이다. 주차장과 기타 공공시설과 상점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주차장을 나서면 넓은 광장이 나온다. 광장을 가로 질러 선운사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길 한 쪽에는 임시 판매시설이 줄지어 서있어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이 지방 특산물과 군것질 거리를 팔고 있다. 참 좋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이다. 하늘은 투명하도록 맑고 몇 조각 구름이 떠 있다. 일본어 가운데는 맛깔스런 단어가 제법 있다. 그 가운데서 나는 “아끼바레”(秋晴れ)란 단어를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맛있다고 좋아하는 쌀 품종으로서 “아끼바리”란 쌀이 있는데, 이 말은 바로 “아끼바레”에서 와전된 말이다. “아끼바레”란 “맑은 가을하늘”이란 뜻으로 오늘 하늘은 그야 말로 아끼바레이다.


선운사 가는 길은 아주 편편하고 넓은 길이다. 자동차 도로는 따로 마련되어 있어, 이 길은 보행자들만 이용한다. 오늘은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상당히 많다. 단풍구경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오늘부터 ‘위드 코로나’ 체제로 이행하면서 사람들의 활동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리다. 길 주위에는 푸른 숲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이 보인다. 맑은 계곡물과 붉은 단풍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이다. 아니 그림인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야말로 자연의 조화이다. 진한 붉은 색의 단풍은 붉은 색 대로 아직 제대로 물들지 못한 주황색 단풍들은 또 그 나름대로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렇게 계곡의 단풍을 즐기며 한참을 걸어올라가니 <도솔산 선운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나온다. 선운사가 있는 곳은 선운산이라고 알았는데, 도솔산은 선운산을 말하는가, 아니면 또 다른 산을 말하는가? 절에 찾아가면 이런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예를 들면 설악산 혹은 지리산에 있는 사찰에 갔는데, 일주문의 현판에는 설악산, 지리산이 아닌 다른 산 이름이 적혀있는 경우이다. “선운산은 이 주위의 산 전체를 일컫는 말이고 도솔산은 선운산에 속한 봉우리 하나의 이름인가?” 이런 생각도 해보는데 잘 모르겠다. 선운산이면 어떻고 도솔산이면 또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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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가는 길 옆 계곡은 중간중간에 물을 가두어 웅덩이를 이루는 곳이 여러 개 있다. 이 웅덩이에 비친 단풍의 모습은 또다른 풍경을 그리고 있다. 길을 걸을수록 단풍은 점점 더 화려해진다. 드디어 저 앞에 선운사가 보인다. 20분 정도 걸리는 제법 긴 길이었지만 단풍에 취해 걷다보니 조금도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계곡에 걸려 있는 작은 돌다리를 건너면 선운사가 나온다. 전북을 대표하는 큰 절이다보니 규모가 아주 크다. 넓고 편편한 평지에 큰 절집들이 편안하게 들어 앉아 있다. 경상도 쪽의 절들이 대개 가파른 산중턱의 좁은 터에 지어진데 비해 전라도 쪽의 절들은 이렇게 평평하고 넓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리적 특성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절 마당에는 잎이 모두 떨어져 버려 앙상한 가지만 있는 배롱나무가 보이고, 그 옆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서있다. 집사람은 불공을 드린다고 대웅전으로 들어가고 나는 절 주위를 둘러본다. 절 입구에 있는 계곡과 그 위에 걸쳐있는 돌다리, 그리고 계곡과 돌다리를 감싸듯 서있는 단풍은 정말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14. 고창 문수사


이번에 가는 곳은 문수사(文殊寺)이다. 어제 익산 문수사와 김제 문수사에 들렀는데, 오늘은 고창 문수사이다. 이번 여행은 마치 문수사 여행인 것 같다. 고창 문수사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다. 그런데 이곳을 찾기로 한 것은 문수사 앞에 있는 ‘단풍나무 길’을 보기 위해서이다. 이곳 단풍나무 길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문수사는 상당히 높은 산 위에 있는 것 같다. 선운사를 출발하여 이리저리 도로를 갈아타며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선운사를 출발한지 30분 정도되어 문수사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차의 내비에는 문수사까지 앞으로 1킬로미터 남았다고 하는데, 차는 더 이상 못올라가게 한다. 제법 넓은 주차장인데 차는 두어대가 주차되어 있을 뿐이다.


문수사 가는 길은 경사진 도로로 되어있는데 꽤 가파르다. 이 가파른 도로를 걸어서 올라가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주차장을 나서자마자 절에서부터 내려오는 남녀를 만났다. 얼마나 걸어야 하느냐고 물으니 꽤 많이 걸어야 한다고 하면서, 평소에는 절 앞에까지 차로 통행하게 하는데 오늘은 차량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투덜거린다. 평소에는 차량출입을 허용하다가 요즘은 단풍철이라 관광객이 많을 때를 대비하여 차량출입을 금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도로길을 걸어 올라가려니 힘이 든다. 산길 보행길이라면 주위 경치도 감상하면서 걸어가면 힘든 줄을 모르는데, 넓은 도로길이라 그런 재미도 없다. 얼마전에 새로 산 등산용 스틱을 이용하니 그래도 힘이 덜어진다. 한참 걸어 올라가니 <청량산 문수사>(淸凉山 文殊寺)란 현판이 걸려있는 일주문이 나온다. 얼마전에 봉화 청량산의 청량사를 다녀왔는데, 여기에도 청량산이 있다. 일주문을 지나니 이제 숲길이 시작된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이긴 하지만 이 길은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 단풍나무가 간간히 보인다. 이제 힘이 난다.


이렇게 숲으로 난 도로를 따라 얼마 걷다보니 저 위 높은 곳에 문수사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문수사 입구까지 약 100미터에 이르는 문수사 <단풍나무 길>이 시작된다. 길 양쪽에는 나이가 100-400년에 이르는 단풍나무가 약 500그루 정도 분포해있다. 나이가 많은 어른 단풍나무라 느긋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본 단풍나무들과는 달리 전혀 단풍이 들지 않았다. 여기는 상당히 높은 지역이라 다른 곳보다 일찍 단풍이 들텐데, 어째서 여기 단풍나무만 지금까지 전혀 단풍이 들지 않았을까? 여기 단풍나무 숲은 울창하여 1907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군대를 해산시키자 기삼연이라는 의병장이 군사를 모아 이곳에서 일본군과 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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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숲길이 끝나자 높은 축대 위에 세워진 문수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절 문 바로 옆에 나무 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바로 아래에 있는 단풍나무 길의 전체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산 아래 저멀리까지 울긋불긋 물든 아름다운 가을 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아래서 볼 때는 꽤 큰 절로 보였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작은 절이다. 아무래도 높은 산 위에 위치하고 있어 절터가 좁아서일 것이다. 문수사가 창건된 것은 백제 의자왕 때라 하니 이 절 역시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사찰이다. 대웅전은 단청의 색이 바래 오히려 고풍스런 맛을 풍기고 있다. 관광객이 없어 호젓히 적막한 절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대웅전 뒤 쪽으로는 빨갛게 물든 큰 단풍나무가 서있고, 그 옆에는 큰 모과나무가 있어 잘 익은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저 높은 곳에 있는 모과를 어떻게 따나...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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