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자연휴양림 여행(3)

(2021-10-31 c) 김제 문수사와 벽골제

by 이재형

왕궁리 유적지를 끝으로 익산을 벗어난다. 다음 행선지는 김제의 문수사와 벽골제이다. 오늘 오전에 익산 문수사를 들렀는데, 오후에는 김제 문수사를 찾아간다. 전국에 사찰 가운데 문수사란 이름의 사찰이 많은 것 같다. 올해 봄에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하늘 아래 첫 사찰’이라는 구례 문수사를 찾은 적이 있었고, 지난 7월에는 충남 서산에 있는 문수사에 들린 적이 있다. 이번으로 올해 들어 네 번째의 문수사를 찾는다.


7. 김제 문수사


김제에 있는 문수사는 그다지 알려진 절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이 절 앞에 아주 오래된 잘 생긴 느티나무가 있다고 소개되어 있길래 마침 거쳐가는 길이고 해서 들리기로 하였다.


김제 문수사는 봉황산(鳳凰山)에 위치하고 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절인데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어 백제 무왕기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 뒤 고려와 조선시대에 여러 번 중창되었으나 6.25 전쟁 때 모두 불타 현재의 건물은 1960년대에 중창한 것이라 한다. 다만 이 절에서 보관하고 있는 문수암(文殊庵)이라는 현판은 고려 때부터 전해오는 유물이라 한다.


절 입구에는 이 절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느티나무가 서있다. 인터넷에서는 이 나무가 800년 전 고려 시대에 심은 것이라 나와있다. 이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어 나무 앞에 보호수 지정 내역을 설명한 표지판이 걸려있는데, 표지판에 따르면 나무의 나이는 150년 정도라 한다. 800년과 150년이라면 엄청난 차이인데,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공공기관인 김제시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것이고 보면 150년이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무 둥치를 보더라도 800년씩이나 된 나무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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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오래된 느티나무를 보면 아래쪽에서부터 가지가 퍼져나가 큰 폭을 가지는 것이 많은데, 이 느티나무는 가지가 위로 쭉 뻗어 올라간 후 위쪽에서 가지가 옆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나무의 전체 모습이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 있다. 나이가 오래된 탓인지 껍질의 많은 부분이 벗겨지고, 그곳을 수지로 보완해두고 있다. 느티나무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 잘생긴 나무라는 것이다. 오래된 느티나무들은 모양은 제각각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아주 보기 좋고 잘생긴 형태를 하고 있다.


문수사는 조용한 산사이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 우리 외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몇 개의 절집들이 아주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비록 크지 않는 절이지만 아주 정돈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지막한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산 아래를 보면 저 멀리 넓은 김제평야가 펼쳐지고 있다. 절 뒤편으로 돌아가면 바위 언덕 아래 고려시대에 새겨졌다고 하는 마애불이 자리 잡고 있다.


8. 김제 벽골제(碧骨堤)


다음은 김제 벽골제이다. 벽골제는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이다.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로는 제천 의림지,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의 3개가 있는데, 이 세 저수지 가운데서도 벽골제가 가장 오래되었다.


벽골제를 향하여 차를 달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넓은 평야가 계속된다. 내가 차를 처음 구입한 것은 1980년대 후반 무렵인 것 같다. 차를 산 후 첫여름 휴가 때 가족들을 데리고 처음 찾은 곳이 바로 호남평야였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나는 그때까지 지평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대구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며, 대학시절부터 서울로 와서도 당연히 서울에서 지평선을 볼 수는 없었다. 가끔 전라도 방면으로 여행을 가곤 하였지만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하는 여행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평야지대를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를 구입하자마자 보고 싶었던 지평선을 경험하러 호남평야로 갔던 것이다.


벽골제로 가는 길은 넓은 평야다.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인다. 물론 여기서 보이는 지평선은 수평선과 같은 지평선은 아니다. 육지는 바다와는 달리 도로나 둑 등 구조물이 있어 완전한 지평선은 볼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평야 저 멀리까지도 산이 보이지 않으므로 그 끝은 지평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참 달리다 보니 한옥 스타일의 건물들이 보이고 그 앞에는 <지평선 주차장>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다. 바로 벽골제 주차장이다.


입장료가 2,000원이다. 나는 경로우대로 공짜이지만 집사람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표를 파는 직원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았으면 입장료가 무료라 한다.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를 만든다고 집사람이 핸드폰을 갖고 끙끙대고 있으니까 직원이 답답한지 대신 증명서를 만들어준다.


벽골제는 테마파크로 재탄생한 것 같다. 넓은 구역 안에 여러 채의 한옥들이 들어서 있고 많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다. 또 농경문화원 등 여러 문화시설들도 입주해있다. 벽골제가 농사를 위한 시설인 만큼 이곳에는 주로 농경과 관련한 전시물들이 많다. 벌써 뉘엿뉘엿 해가 지려한다. 그런데 벽골제에 왔으면 당연히 저수지가 보여야 할 텐데, 저수지가 보이지 않는다. 테마파크 저 쪽에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는 농경문화원 건물과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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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망대라면 전망 타워나 고층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여긴 그럴 필요가 없다. 사방이 온통 평평한 평야이므로 조금만 높은 위치면 주위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조금 과장하자만 발 뒤꿈치만 들더라도 충분히 전망대 구실을 할 수 있다. 전망대는 건물 3층에 만들어져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지 전 먼저 전시관에 들어가 벽골제에 대해서 알아본다. 벽골제는 만경강, 동진강의 지류 들을 막아 만든 저수지였는데, 지금은 이미 물이 모두 빠져 흔적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전시관 앞쪽에 넓게 펼쳐져 있는 이 논들이 옛날엔 모두 벽골제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좁은 강줄기 몇 개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지난여름 제천 의림지에 갔을 때 의림지가 옛 저수지 가운데 유일하게 현재까지도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저수지란 설명을 보았다. 그 설명을 보고 벽골제가 농업용수 공급 기능은 하지 않더라도 저수지 자체는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저수지 자체가 아예 없어진 것이다.


벽골제에 와서 비록 벽골제 저수지는 못 보았지만, 넓은 호남평야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건물 3층 전망대에 올라가니 끝없이 펼쳐진 호남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가 지평선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방향으로는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도 있지만,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아무런 장애도 없이 벌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9. 격포 수산시장


오늘 저녁 식사는 회로 하기로 하였다. 가는 길에 격포 수산시장이 있다. 격포 수산시장은 변산반도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이다. 벌써 주위가 어두워져 온다. 격포 수산시장은 4개 동의 큰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곳은 건어물 동이며, 또 한 곳은 활어회를 파는 곳, 나머지 두 동은 횟집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이 늦어 그런지 손님들이 별로 없다.


나는 전어회를 먹고 싶은데, 집사람이 도다리로 하자고 한다. 작은 사이즈의 도다리 한 마리와 광어 한 마리 회를 떴다. 수산센터 근처에는 하나로 마트가 있다. 늘 하던대로 막걸리 댓 자 한병, 캔 맥주 한 덩어리, 소주 한 병, 생수 한 병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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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변산자연휴양림


격포 수산시장을 출발하여 10분 남짓 달리니 변산 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이미 사방은 깜깜하다. 휴양림에 올 때마다 항상 밝을 때 도착해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항상 어두워져서야 도착한다. 간단한 입실 절차를 마치고 숙소로 갔다. 오늘 숙소는 휴양동이다. 휴양동보다는 숲 속의 집이 훨씬 운치도 있고 좋지만, 예약이 쉽지 않다.


휴양동 앞으로는 서해 바다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이미 날이 깜깜해져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육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휴양림 쪽은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어 바다 쪽이 더욱 안 보이는 것 같다. 다만 파도소리가 약하게 들리고 있어 앞 쪽이 바다라는 것을 알 뿐이다. 바다 저 쪽에 불빛이 보인다. 어선이 밝힌 불인지, 아니면 바다 저쪽이 육지여서 육지로부터 오는 불빛인지 알 수 없다.


휴양관의 숙소는 아주 깨끗하다. 짐을 풀고 정리하고 나니 이제 피로가 몰려온다. 오늘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핸드폰으로 확인하니 2만 보 이상을 걸었다. 먼저 맥주 한 캔을 땄다. 시원한 맥주가 온몸의 피로를 풀어준다. 좀 전에 사 온 도다리와 광어회가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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