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2 a) 채석강과 청자박물관
어제 많이 걸은 탓인지 피곤해서 일찍 잠들어 오늘은 일찍 일어났다. 느긋하게 아침 산책을 즐기기로 하였다. 숙소인 휴양관을 나서면 앞에는 작은 수영장이 딸린 정원이 있다. 그 정원을 지나면 바로 앞은 바다이다. U자 형으로 깊숙이 들어온 바다는 양쪽으로는 갯바위이며 가운데는 작은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바닷가에는 나무로 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비록 좁은 곳이지만 산책로가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갈대가 자라고 있다. 갈대숲 안으로도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 가을의 청취를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간다. 내장산을 거쳐 갈 예정이다. 작년에도 단풍구경을 위해 내장산을 찾았지만 좀 늦은 탓인지 단풍이 많이 진 뒤라 진정한 내장산의 경치를 즐길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잔뜩 기대가 된다.
채석강은 변산반도를 대표하는 명소이다. 이곳은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채석강은 원래 중국의 지명이다. 양자강 상류에 있는 채석강은 강폭이 좁고 험하지만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시선(詩仙)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며 경치를 즐기다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고 한다. 변산에 있는 이 바닷가 절벽이 중국의 채석강에 비견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데서 이곳의 이름을 채석강이라 지었다고 한다.
휴양림을 나와 10분 남짓 달리니 채석강이 나왔다. 이곳은 세종시 집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이면 올 수 있어 이전에도 몇 번 찾은 적이 있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가 아름답다. 서해 바닷물은 탁한 색을 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이곳의 바닷물은 아주 푸른색이다. 파도가 흰 포말을 그리며 해변에 부딪히고 있다. 지금은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는 시간인 것 같다. 푸른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온다.
채석강으로 가는 길은 처음에는 모래사장이지만 조금만 더 가면 편편한 갯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넓고 편편한 바위이긴 하지만 홈이 파인 곳이 많아 걷기가 마냥 편한 것이 아니다. 균형을 잡기 좋게 등산용 스틱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결 걷기가 편하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제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꽤 붐빈다.
바윗길을 좀 더 걸어가면 왼쪽 옆으로 채석강 절벽이 보인다. 얇은 바위판이 첩첩이 쌓여있다. 채석강의 절벽도 좋고 그 앞의 푸른 바다도 좋다. 쉴 새 없이 밀여 오는 파도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유심히 보고 있으면 파도가 바위 위를 조금씩 더 많이 침투해오고 있다. 밀물이 진행되고 있는 증거다.
채석강에서 1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적벽강이 있다. 이곳은 바다 옆이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져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데, 찾아갔으나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 해서 그냥 통과하였다.
이곳 부안 일대는 고려시대 때부터 가마가 많던 곳이었다. 이 일대에서 수많은 가마터가 발굴되었다. 이런 연유로 부안군은 청자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보전하기 위해 청자박물관이 건립되었다. 특히 청자박물관이 지어진 이곳 유천리는 고려청자를 생산하던 유천리 요지가 있던 곳으로써, 이 요지는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어제와 그저께도 이 청자박물관 앞을 지나갔다. 어제 이곳을 들리려고 하였으나 월요일이라 정기휴일이라 한다. 밖에서 보니 작은 박물관처럼 보여 사설 박물관인가 생각했는데, 들어와 보니 그게 아니다. 넓은 부지 위에 크고 잘 지은 건물이다. 그리고 박물관 건물 앞은 넓은 정원으로 되어 있다.
주차장에 승용차는 거의 없는데 관광버스가 여러 대 주차해있다. 이제 위드 코로나 체제라서 단체관광이 활성화된 건가? 알고 보니 학생들이 수학여행 온 것이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려는데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요즘 아이들은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아이들은 한껏 멋을 낸 옷차림이다.
박물관 건물은 청자 모습을 하고 있다. 전시실은 1층과 2층인데 안내 직원이 2층부터 관람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사실 도자기 같은 예술품을 보는 눈이 없다. 내 눈에는 모두 그게 그거인 것처럼 보인다. 전시관 안에는 옛 도자기 파편들과 도자기 명품들, 그리고 우리나라 도자기 문화에 대해 전시되어 있다. 옛날 이곳의 가마에서는 대부분 상감청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전시되어 있는 명품 자기들도 모두 상감청자 자기이다. 전시관을 관람하면서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여러 가지를 전시해두고 있는데, 별다른 감동이 없다. 이보다 훨씬 좋은 전시 기법이 있을 것 같은데 전시관이 너무 평범하다는 느낌이다.
1층에는 도자기 체험공간과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이 전시되어 있다. 도자기에 필요한 흙을 고르는 방법에서부터 흙반죽, 그릇의 완성, 상감기법, 채색, 도자기 굽기 등 단계별 과정을 실물상를 만들어 재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하드웨어인 건물에 비해서는 소프트웨어라 할 콘텐츠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박물관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보고 좋은 방안을 말해보라 한들 전문가가 아닌 내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