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4) 정글 속에서 천년을 지켜온 앙코르와트
오늘은 앙코르와트 투어를 하는 날이다. 앙코르와트 투어를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 일지 무척 고심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앙코르와트 투어에 대해 수많은 글들이 있는데, 자신의 투어 방식에 대해서 쓴 글은 많았으나 왜 그런 방식을 택했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있는 글은 거의 발견하지 못하였다. 적절한 판단을 위해서는 앙코르와트 입장과 관광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보통의 유료 관광시설은 입구에서 표를 사서 시설 안으로 들어간다. 시설들은 담장 같은 곳에 둘러싸여 입구 외에는 들어갈 길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광시설은 일단 시설 안에 들어간다면 대부분 도보로 돌아다니며 관람을 하게 된다. 시설이 넓어서 시설 안에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관람객 개개인이 자신의 교통수단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에서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앙코르와트 투어를 했다는 경험자들의 말을 빌어보면 툭툭이를 대절해서 다녔다거나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녔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앙코르와트 경내에서 오토바이나 툭툭이 같은 교통수단을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건지... 정확이 어떻게 관람이 이루어지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앙코르와트에 가서 티켓을 구입하고서야 관람방식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앙코르와트는 하나의 사원이 아니라 넓은 지역에 걸쳐 여러 사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앙코르와트 지역 입구에 있는 티켓을 구입하면 이 지역에 소재한 사원들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 각 사원에 입장할 때는 사원 앞에서 입장권을 제시하고 들어가면 된다. 그러므로 입장권이 없더라도 앙코르와트 지역 안에는 들어가 밖에서 사원들을 구경할 수 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갈 때문 입장권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원과 사원 사이에는 거리가 상당하여 걸어서 다니기는 힘들며, 밴이나 툭툭이 혹은 오토바이 등 교통수단에 의존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앙코르와트 입장 방식을 생각한다면 투어를 하는 데는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여행사 투어에 참가하는 방법 (2) 툭툭이 등 교통수단을 하루 종일 대절하여 사원들을 돌아다니는 방법, (3) 오토바이를 렌트하여 혼자서 찾아다니는 방법.
먼저 앙코르와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의 크메르 제국 시대인 12세기 초반에 건설된 사원으로서 당초에는 힌두교 사원이었으나, 이후 크메르에서 불교가 성행하면서 불교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다. 앙코르와트의 앙코르는 ‘도시’ 혹은 ‘왕도’(王都)를 의미하는 말이며, 와트는 사원이라는 뜻이다. 앙코르와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거의 천년 전에 세워진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한 규모와 정교한 건축기술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크메르 제국이 수도를 옮김으로써 앙코르와트는 완전히 방치가 되었고, 세월이 지나면서 동남아 특유의 정글이 이곳을 뒤덮었다. 이렇게 수백 년이 흐른 뒤 1860년에 캄보디아를 탐험한 프랑스 출신 박물학자인 앙리 무오가 이를 발견하였고, 그의 여행록을 통해 앙코르와트는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흔히 앙리 무오가 앙코르와트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는 지극히 서구적인 시각에 의한 것으로서 옳지 못하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앙코르와트에 대해 알고 있었고, 앙리 무오는 유럽인으로서 최초로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을 뿐인데 그것을 “발견”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할 것이다. 마치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아메리카 대륙을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말과 똑같은 오류일 것이다.
나는 앙코르와트 관광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단체 투어를 신청하였다. 1인당 2만 원, 집사람과 합해 4만 원짜리 가장 싼 투어 프로그램이다.
아침 8시쯤 여행사에서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이번 투어 참가자는 5명이다. 우리 부부에 프랑스인 젊은 여자 2명, 독일 청년 1명이다. 참가자가 다섯 명이면 참가비는 합해서 10만 원인데, 운전사 한 명, 영어 가이드 한 명, 그리고 밴 1대가 하루 종일 투입된다. 이래서야 여행사를 어떻게 운영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입장료, 점심 식사대 등은 각자 해결이다.
차가 앙코르와트 쪽으로 달리다 보면 큰 매표소 건물이 나온다. 가장 싼 1일권이 37불이다. 여기서 표를 산 후 오던 길을 계속 달리면 사원들이 나온다. 그리고 각 사원에 들어갈 때마다 검표원에게 표를 보여주면 된다. 사원에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사원 건물을 본다면 입장권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이제서야 앙코르와트 투어를 위해서는 왜 단체 투어에 첨가하거나 툭툭이를 대절하여야 하는지 이해가 간다.
가이드 친구의 설명이 너무 길다. 가는 곳마다 10분, 20분씩 설명을 하니 지루하기 짝이 없다. 투어 일행이 5명밖에 안되니 설명을 듣지 않고 딴짓을 하기도 미안하다. 그동안 사진에서만 보아왔던 앙코르와트의 사원 건물들을 직접 본다. 모두 돌로 된 건축물들이 웅장하기도 하려니와 정교하기까지 하다. 원래 힌두교 사원으로 지었던 건물인데, 불교적 요소도 상당히 가미된 것 같다.
건물이고 담이고 간에 밋밋한 곳은 하나도 없다. 모든 구조물에 정교한 조각이 들어가 있다. 벽에는 전투에 출정하는 모습인지, 아니면 전쟁을 마치고 개선하면서 포로들을 데려오는 장면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나긴 행렬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얼굴이 이곳 사람들 같지 않다. 얼굴 모습이 아프리카 원주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수많은 건축물과 조각들을 하나하나 기억할 수는 없어 여기서 묘사하기는 어렵다.
사원을 방문하다 보면 이 사원들이 수백 년 동안이나 방치되어온 탓이라 건축물 사이로 거대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 여러 곳 보인다. 이들 나무들의 거대한 뿌리는 건축물을 뚫기도 하고 건축물을 휘감기도 하면서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양 자연과 인공의 건축물이 서로 어울려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무의 이름이 궁금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스펑 나무’라 한단다.
거대한 탑들에 대부분 아마 신으로 보이는 사람의 얼굴이 부조되어 있으며, 벽과 기둥에도 갖은 모습의 동물과 사람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불국사 다보탑이 정교하다고 하지만, 그보다 수백, 수천 배 더 웅장하면서도 더욱 정교한 것이 이 앙코르와트의 사원들이다. 게다가 이곳이 7~800년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정글에 방치되어 왔다 보니 열대 정글의 거대한 나무뿌리가 사원의 벽과 탑 속에 뿌리를 내린 곳도 적지 않다. 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나의 지식과 글솜씨가 턱도 없이 못 미치므로 글 보다는 사진으로 소개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캄보디아의 땡볕은 강하다. 뙤약 빛 밑을 두어 시간 걸어 다니니 지쳐오기 시작한다. 온몸이 땀범벅이다. 오전에 두 시간에 걸쳐 한 곳을 보고,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2곳을 더 관람하고 나니 온몸이 완전 파김치가 된다. 시간은 이제 4시 반, 이제 앙코르와트 일몰 감상만 남았다.
앙코르와트 일몰 감상도 앙코르와트 관광의 명물이다. 앙코르와트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프놈바켕으로 갔다. 이곳 앙코르와트 지역은 아주 평평한 평야지대인데 이곳에만 작은 산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이 산 꼭대기에 프놈 바켕 사원이 있다. 산 높이는 아마 150~200미터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20분도 채 못 걸어 넓은 평지가 나온다. 여기서 아주 가파른 돌계단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프놈 바켕 사원이 나온다. 산 정상에 있는 사원은 좁아서 5분만 돌아다니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지금 시간은 4시 반, 오늘은 오후 5시 반경에 해가 진다고 한다. 아직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람들이 많아진다. 모두 각자 편안한 자리를 차지하고 일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을 찍으려니 아뿔싸 스마트폰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었다. 보조배터리로 충전을 하려니 또 연결선을 가져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예비용으로 가져간 소형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산 아래로 앙코르와트의 전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저 멀리 톤레삽 호수가 보인다. 해는 아직 중천에 떠있는 느낌이다. 그러던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빠른 속도로 지평선 쪽으로 떨어진다. 장관이다.
뜨거운 햇빛 아래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온 몸이 땀범벅이고 피곤해서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든다. 호텔로 돌아오자 먼저 풀 속으로 풍덩. 한참을 풀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이제 몸이 좀 식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