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3국 배낭여행(D+7)

(2022-10-23) 씨엠립에서의 한가로운 하루

by 이재형

어제 밤늦게까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겨우 씨엠립에서 라오스 시판돈으로 가는 차편을 발견하였다. Asian Van Transfer라는 업체이다. 아침에 먼저 이 AVT부터 찾아갔다. 인터넷 글은 2년 전에 쓴 것이라 혹시 그동안 없어지지나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영업을 하고 있다. 1인당 요금은 42불이다. 어제 찾아갔던 여행사가 부른 85 불과 비교한다면 반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좀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 차편이 없었다면 낭패를 당할 뻔했다. 그런데 차가 격일제로 운행하여 우리가 원하는 모레에는 떠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이곳 씨엠립에서 하루 더 묵게 되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전화위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일 앙코르와트를 둘러보고 모레 시판돈으로 떠난다면 톤레삽 호수를 갈 수 없다. 교통사정으로 출발이 하루가 연기되는 바람에 톤레삽 호수까지도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17. 씨엠립 와트마이 사원


시판돈에 가는 차표를 끊었으니 마음이 느긋하다. 내일 앙크로와트에 가고, 모레 톤네샵 호수로 갈 예정이니 오늘은 하루가 빈다. 오랜만에 느긋이 휴식을 즐겨야겠다. 이곳 씨엠립은 앙코르와트 관광으로 생긴 마을이다. 우리나라의 규모가 좀 큰 읍 정도의 크기로 보인다. 다운타운은 도보로 충분히 돌아다닐 만 하지만, 조금 외곽에 있는 명소로 가는 데에는 걷기가 좀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다운타운 근처에 와트마이라는 사찰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다. 동남아의 땡볕은 강렬하다. 조금 걸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와트마이 사원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아주 화려하여 볼만한 절이다. 절 안은 온통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회색 빛깔의 제법 큰 탑이 있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여러 개의 작은 탑들이 있다. 정원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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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모셔진 본당 역시 아주 화려하다. 본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대리석처럼 보이는 돌로 되어 있는데, 양쪽으로는 황금색 탑들이 도열해있다. 본당 안에는 작은 부처상이 있고, 부처상 앞에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등신상이 서있다.


건물 벽과 담장 아래는 연꽃잎으로 생각되는 황금색의 조형물로서 둘러쳐 있다. 무엇인가 하는 호기심에서 조형물을 자세히 살펴보니 조형물마다 아래쪽에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마 사찰에 기부를 한 사람들의 이름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마치 우리나라 절에서 볼 수 있는 등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황금색 배를 타고 있는 부처, 그리고 흰 소의 상도 볼만하다.


사찰을 나와서는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로열 팰리스 가든이라는 공원을 찾았다. 높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공원이었다. 여행 안내서에는 아주 좋은 공원이라는 설명이 나와있었는데, 높이 쭉쭉 뻗은 키 큰 나무들은 볼 만하였다. 그러나 햇빛을 피해 앉을만한 곳이 제대로 없어 오래 머물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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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 더 이상 돌아다니기가 힘들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호텔 근처 조그만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묵고 있는 호텔은 리조트 풍이다. 호텔 가운데 풀이 있고, 그 주위를 'ㅁ' 자 형태로 방갈로 식의 객실이 둘러싸고 있다. 옛날에 자주 다니던 태국의 골프 리조트가 연상된다.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풀로 뛰어드니 더위가 가신다. 괜찮은 호텔인데 다운타운에서 좀 떨어져 그런지 숙박비가 조식 포함 25달러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손님은 별로 없는 것 같다.


18. 씨엠립 퍼브 스트리트


낮잠을 즐긴 후 날이 좀 어두워지자 다시 다운타운으로 갔다. 집사람이 마사지를 받는다고 해서이다. 여행을 온 후 집사람은 이틀에 한 번씩 마사지를 받는다. 나는 싫었지만 집사람이 강요하여 할 수 없이 한 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았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모두 마사지 숍이 많다. 시내는 거의 한집 건너 하나꼴로 마사지 숍이다. 아무래도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마사지와 같은 서비스업인 것 같다.


이곳 씨엠립의 최고 번화가는 퍼브 스트리트이다. 길이 200미터 정도 되는 이 거리는 어두워지면 차량통행이 금지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길 양옆으로는 온통 음식점과 주점들이다. 길 양 옆에서 귀를 찢을듯한 음악소리가 울려 나온다. 음식점들은 도로 앞 공간까지 테이블을 내놓고 손님을 맞는다. 이곳은 열대지방인 데다 에어컨을 갖추고 있는 음식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손님들도 식당 안보다는 바깥에 있는 자리를 선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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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한 잔에 0.75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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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해 보이는 퍼브를 찾아 앉았다. 이곳의 퍼브에서는 술뿐만 아니라 식사도 판다. 식사를 주문하려다가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주문을 하지 않고 퍼브 스트리트에서 좀 떨어져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퍼브 스트리트에 있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텅 비었는데, 이 집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나처럼 시끄러운 음악을 피해서 온 사람들인가...


아직 코로나 여파가 끝나지 않아 그런지 마을은 전반적으로 한산한 편이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음식점, 마사지 샵, 여행사, 바, 노점 등 여러 종류의 업소가 아마 몇천 개는 되어 보이는데 이 정도 상권이면 최소한 하루 여행객이 몇만 명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길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다운타운을 조금만 벗어나면 가게를 열어놓고 파리만 날리는 업소가 대부분이며, 다운타운 조차도 극소수의 가게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거의 없다. 코로나 사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열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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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발견한 우리나라 술 코너


19. 파인애플 볶음밥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의 글에 파인애플을 넣은 볶음밥을 보고 기겁을 했다는 내용을 보았다. 그런데 이곳 캄보디아 식당에 가면 볶은밥에 파인애플을 넣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파인애플을 잘라 속을 파낸 뒤 파인애플 껍질을 그릇으로 한 볶음밥을 팔고 있다. 그러면 파낸 파인애플 속은 어떡하냐고? 당연히 밥에 섞거나 밥 위에 덮어준다.

파인애플 볶은밥

페북의 그 글이 생각나 파인애플 볶은밥을 주문하였다. 어라? 맛이 상당히 괜찮다. 볶은밥에 달콤한 파인애플의 맛과 향내가 배어 들어 밥맛을 한껏 높여준다. 파인애플은 이곳에서 가장 값싼 과일인 것 같다. 이곳으로 버스를 타고 오면서 들린 휴게소에서는 여러 과일들을 먹기 좋게 잘라 비닐 박스에 담아 1달러에 팔고 있었다. 파인애플은 다른 과일에 비해 양이 두 배나 되어, 나와 집사람이 한 끼를 때울 정도가 되었다.


이곳의 파인애플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파안애플보다 훨씬 더 맛있다. 동남아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꼭 파인애플 볶음밥을 한번 맛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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