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1) 팍세 관광 후 슬리핑 버스를 타고 비엔티안으로
오늘은 팍세를 떠나 비엔티안으로 가는 날이다. 버스는 저녁 8시 30분에 출발하여 내일 오전 9시경에 도착한다고 한다. 오늘 하루 종일 팍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호텔에 체크 아웃하였다. 4일 숙박했는데, 첫날은 아고다 앱을 통해 예약하였고, 나머지 3일은 이곳 호텔에 직접 말해 숙박한 거다. 그런데 이럴 수가... 첫날 숙박요금은 30불, 그 후는 25불씩이다. 아고다를 통해 예약한 것이 실제 요금보다 5불, 그러니까 20%를 더 비싸게 예약한 것이다. 완전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연박을 하는 경우 첫날만 아고다를 통해 예약하고, 다음날부턴 현지에서 확인을 한 후 결정해야겠다.
이제 버스 출발시간까지 어디선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왓루앙 사원과 황금 부처상 2곳을 가기로 했다. 호텔에 부탁해 툭툭이를 불렀다. 그런데 라오스 툭툭이는 캄보디아와 같은 인력거 스타일이 아니라 태국의 쏭태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즉 오토바이 뒤에 케이지를 달아놓은 것이 아니라 양쪽으로 자리가 있는 작은 트럭의 짐칸 같은 것을 달아놓았다. 그래서 타고 가면 좌석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먼저 호텔 근처에 있는 왓루앙 사원으로 갔다. 캄보디아에서도 사원을 ‘왓’이라 했는데, 라오스도 사원을 ‘왓’으로 부르는 것 같다. 라오스는 불교 국가라 시내에 사찰이 많이 보인다. 왓루앙 사원은 팍세에서는 제일 큰 사원이라 한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아주 작다. 건물도 서너 개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큰 사찰은 아니지만, 다른 동남아의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화려하다. 경내에 있는 크고 작은 탑들을 비롯한 건축물들이 황금색으로 번쩍인다. 오늘은 무슨 큰 행사가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으며, 연회도 벌어지는 듯하다. 야외에는 천막을 쳐놓고 그 안에 식탁과 의자들을 비치해두고 있다. 결혼식 같기도 한데, 어떤 행사인지는 잘 모르겠다. 야외에 짙은 회색의 불상 3개가 나란히 앉아있다.
다음은 황금 부처상이다. 투숙한 호텔에서 보면 메콩강 건너 저쪽 산 중턱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불상이 보인다. 황금 부처상이 위치한 곳은 그다지 높은 지역도 아닌데,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툭툭이는 조그만 경사길만 나와도 힘이 부쳐 헐떡인다. 그때마다 독한 매연을 뿜고,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를 덮친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에서 몇 년 동안 마실 매연을 며칠 짧은 시간 동안 다 마시는 것 같다.
황금 불상이 위치한 곳에 도착하였다. 메콩강을 내려다보면서 뒤쪽에는 수많은 작은 불상들이 열을 지어 앉아 있다. 강 쪽 언덕으로 조금 내려가면 거대한 좌불이 메콩강을 내려다보며 앉아 있다. 황금색으로 칠해진 이 불상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처럼 보였으나, 만져보니 시멘트인 것 같기도 하고, 석회암인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은 불상도 보기 좋지만 메콩강과 팍세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전망대에 서니 메콩강 건너 저편으로 팍세 시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구가 8만 명 정도라는 이 도시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자면 작은 중소도시에 불과하겠지만 이곳 라오스에서는 남부지역의 중심도시라 한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낮에는 햇빛이 따갑지만 밤에는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로 날씨가 선선하다.
다시 시내로 들어왔지만 시간은 이제 오후 1시, 버스 시간까지는 아직 7시간이 남았다. 전통시장에서 식사를 하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시간이 많으니 집사람에게 마사지나 받으라 하였다. 라오스 돈이 부족하여 환전을 하여야겠다. 카페 주위에 있는 사설 환전소에서 100불을 환전하였더니 185만 낍을 준다. 지난번 시판돈에서는 170만 낍을 받은 걸 생각하면, 역시 도시지역이 후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는 돈 계산을 할 때마다 분통이 치민다. 돈의 모양에 익숙지 않아 지폐 한 장 한 장의 금액을 확인하여 돈을 지불하는데, 지갑에서 꺼낸 돈의 눈길이 처음 닿는 곳에 숫자가 아니라 숫자와 흡사하게 생긴 기호(문자?)가 들어가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의 단위를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매번 돈을 꺼내 한 장 한 장 이리저리 돌려본 후 금액을 확인한다. 아래 사진과 같이 지폐를 펼쳐 놓으면 모서리 쪽에 있는 숫자가 바로 눈에 들어오지만, 지갑 속에 있으면 각도상 아라비아 숫자는 보이지 않고 숫자 비슷한 글자만 보인다.
베트남에서는 더 황당한 일을 당한다. 지갑 속에는 많은 종류의 베트남 지폐와 함께 다양한 단위의 달러까지 들어있어 돈 계산이 더욱 복잡하다. 택시를 타고 요금을 계산하기 위해 지갑을 열고 돈을 한 장씩 확인하고 있노라면 갑자기 지갑 속으로 손이 쑥 들어온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지갑 속에 든 돈을 한 움큼 뽑아간다. 깜짝 놀라 왜 이러느냐고 하면, 택시 운전사는 태연히 뽑아간 돈에서 택시 요금만큼 가쳐간 후 나머지 돈을 돌려준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경우를 몇 번이나 당했다. 베트남에서는 보통 있는 일인 것 같다.
집사람이 2시간 동안이나 마사지를 받고 왔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어슬렁어슬렁 호텔까지 걸어와 호텔 로비에서 죽치다가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오늘 내가 타는 이 버스가 팍세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는 가장 고급버스이다. 그래서 버스 앞에는 거창하게 VIP 버스라는 글이 쓰여있다. 이 슬리핑 버스로 비엔티안까지 12시간 여행을 한다. 그런데 버스에 올라보니 이제까지 익숙했던 베트남 슬리핑 버스와는 형태가 많이 다르다. 좌석이 2층으로 되어있다는 점에서는 베트남 버스와 같다.
그런데 베트남 슬리핑 버스는 자리가 기울어지는 좌석식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승객이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여 앉을 수도, 기댈 수도, 누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책을 읽거나 태블릿 PC를 볼 때는 비스듬히 기대서, 잠을 잘 때면 누우면 된다. 이에 비해 이번 슬리핑 버스는 케이지 안이 그냥 맨바닥이다. 불편해서 오래 앉아 았을 수가 없어 눞게 되며, 결국 잠을 자거나 창밖 구경을 하는 외에는 할 일이 없게 된다.
더 큰 차이는 케이지의 형태이다. 베트남 슬리핑 버스는 케이지가 3열로 되어있고, 케이지 1개에 한 사람이 들어간다. 옆 커튼을 치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개인 공간이 된다. 이에 비해 라오스 슬리핑 버스는 2열로 되어 있어 케이지 폭이 조금 더 넓은 대신, 한 케이지 안에 두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 나야 집사람과 함께니까 괜찮지만, 만약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모르는 사람과 함께 좁은 케이지에서 어깨를 맞대고 누워서 가야 한다. 케이지 폭은 싱글 침대보다도 좁아 우리나라 성인 남자 두 사람이 나란히 눞는다면 비좁아 어깨가 꼭 끼일 정도이다.
이렇게 좁은 케이지 안에서 생판 처음 보는 여자와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누워 잠자면서 12시간을 함께하는 여행이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상대가 남자라면... 아이고야! 생각해보니 그건 더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