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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27.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7b)

(2022-11-12b)  하노이 공항을 통해 귀국

차를 내려 병원 문 앞으로 가니 문이 잠겨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휴무날인가 생각하고 이걸 어쩌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주위 가게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한다. 그리고 이 문은 후문이며,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앞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78. 하노이 안과병원 체험


가볍게 점심식사를 한 후 정문을 찾아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 병원은 우리나라의 소형 종합병원 정도의 크기인데, 안과 진료만 하고 있다. 운영 방식도 우리나라의 종합병원과 비슷하다. 접수 및 수납 창구는 대여섯 개 정도 되어 보인다. 병원 규모로 봐서는 의사수가 거의 20명은 될 것 같다. 베트남에서 이렇게 안과 전문의 대형병원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번 여행에서 벌써 세 번째 병원 신세를 진다. 모두 집사람이 아파서 그런 것이었지만, 진찰 시 내가 집사람을 대신해 의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했기 때문에 이제 병원 진료받는 것도 이력이 난 셈이다. 접수처에서 50만 동을 지급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았다. 의사와 의료기사 두 사람 모두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와 의료기사 사이에 현격한 신분 격차가 있지만, 두 사람의 행동을 봐서는 여기서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하노이의 대형 안과 병원

이번 진료에도 역시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가 큰 역할을 하였다. 이들 번역기 덕분에 큰 문제없이 의사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였다. 그렇지만 번역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은 많이 걸린다. 특히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방식, 병에 대한 인식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번역기를 통한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을 하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은 더욱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진료는 근 한 시간 동안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호찌민 공항을 통해 출국하여야 하는데, 이제 거기까지 갈 수는 없다. 그곳까지는 기차를 타든 버스를 타든 거의 30시간 정도를 가야 한다. 이전에 했던 비행기 예약을 취소하고 하노이발 밤 비행기를 새로 예약하였다. 


79. 롯데마트에서 시간 보내기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오후 2시, 비행기는 내일 새벽 1시 40분 출발이다. 거의 12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다. 하노이 시에도 갈만한 곳이 여러 곳 있지만, 문제는 짐이다. 집 사람은 캐리어를 나는 큰 배낭을 지고 있어 이것을 든 채로 돌아다니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코인 록커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곳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롯데 마트로 가기로 하였다. 그곳에는 짐도 맡길 수 있고, 또 이곳저곳 구경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시에는 롯데 마트가 몇 군데 있는데, 롯데 센터에 있는 마트로 갔다. 롯데 센터에는 마트와 함께 롯데 호텔도 있어 소공동 롯데나 잠실 롯데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전에 다낭에 있는 롯데 마트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은 베트남 수준에서는 고급 마트이겠지만, 우리 눈에는 변두리의 수수한 마트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이곳 하노이 롯데 마트는 롯데 백화점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아주 화려한 매장이다. 이름은 ‘마트’라지만 사실상 백화점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눈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화려하다. 베트남이 비록 소득 수준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곳에도 돈 많은 부자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런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략인 것 같다. 

백화점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또 베트남 과자도 몇 개 샀는데, 한두 시간 정도를 그러고 다니니 다리가 아파 더 이상 구경도 못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짐을 맡겨둔 채 관광을 하기도 그렇다. 교통 정체가 워낙 심해 오가는데 모든 시간을 거의 허비할 수밖에 없다. 그냥 공항으로 가기로 하였다. 


80. 하노이 공항을 통해 귀국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 공항에서 8시간 정도를 보내야 한다. 하노이 공항은 1 터미널과 2 터미널이 있는데, 우리는 2 터미널이다. 공항이 무척 붐빈다. 인천공항은 사람이 없어 한산할 정도였는데, 이곳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다. 저녁 무렵에는 그래도 그다지 붐비는 것 같지 않더니 밤이 깊어지자 점점 붐빈다. 공항이 작은 탓도 있지만, 그래도 인천공항의 이용객 수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하노이 공항은 나와는 좋은 인연이 아닌 것 같다. 4년 전에 왔을 때는 내가 사파에서 허리에 큰 부상을 당하여 과장을 좀 하자면 정말 반쯤 반신불수 상태에서 이곳에서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사람이 아파서 여행을 중단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이곳에서 다시 귀국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태블릿 PC로 영화도 보고, 바둑도 두고, 그리고 스도쿠 퍼즐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예약한 비행기는 비엣젯으로 베트남의 저가 항공이다. 이전에도 몇 번 탈 기회가 있었으나, 이 항공사에 대한 악평이 하도 많아 포기하곤 하였다. 운임은 아주 싸지만 서비스가 형편없고 무책임하다는 것이었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그런데 승객이 엄청 많다.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승객이 가득 찼다. 우리가 베트남으로 올 때에는 티웨이 항공을 이용하였는데, 거긴 승객이 반도 차지 않았다. 비엣젯의 승객이 원래 많은지 아니면 호찌민보다는 하노이가 이용객이 많아서 그런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비행기에 탑승하니 비엣젯에 대한 악평과 달리 아주 괜찮은 편이다. 티웨이보다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은 당초 35일 정도를 계획하였다. 그런데 집사람이 아프다는 돌발 변수로 여행을 중단하고 일주일 정도 앞당겨 귀국하였다. 여행을 하면서도 돌발적인 사정으로 여행 계획을 몇 번이나 변경하였다. 그래도 큰 탈 없이 여행을 마쳐 다행이다.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아쉬울 건 없다. 앞으로 또 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또 그렇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런데 나나 집사람이 이제 나이가 있기 때문에 장기 여행의 경우 건강 문제로 인한 돌발 사항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아마 이제 집사람과 함께하는 배낭여행은 힘들 것 같다. 집사람과는 패키지 여행이나 가도록 해야겠다. 


이번 여행에서 4일을 오토바이를 렌트하여 혼자 투어를 하였다. 오토바이 투어는 무척 효율적이다. 내친김에 혼자서 오토바이로 동남아 여행이나 중국 여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실행은 힘들겠지만, 그런 꿈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이제 내년에는 중국 일주 여행에 도전해보아야겠다.  

여행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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