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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26.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7a)

(2022-11-12a) 갑작스러운 여행의 중단

밤중에 자다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깨보니 집사람이 눈이 몹시 아프다고 한다. 달리 눈에 충격을 받거나 한 일이 없는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라 한다. 한국에서 가져온 안약을 넣었더니 통증은 조금 완화되었지만, 그래도 아픈 것은 여전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빨리 병원에 가 보아야겠다.


오늘은 세계에서 제일 큰 동굴군이 있는 퐁냐케방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바로 퐁냐케방으로 가는 방법과 기차로 동허이까지 가서 그곳에서 밴으로 퐁냐케방으로 이동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둘 다 8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라오스에서 이곳 닌빈으로 넘어오면서 24시간 버스에 시달린 탓인지 집사람은 이제 버스는 타기 싫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저녁 숙소 주인을 통하여 동허이행 기차표를 예약해 두었다. 동허이는 꽤 큰 도시이므로 충분한 의료시설이 있을 것이다. 기차는 오전 9시 20 출발이란다. 


76. 하노이로 목적지 변경 


아침 식사를 하고 기차역으로 출발하려고 8시쯤 숙소 주인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숙소 주인이 택시를 부른다고 전화를 하더니 갑자기 아주 당황하는 모습이다. 자신이 착각을 하였다고 한다. 오늘 9시 20분 기차라고 알고 내게 그렇게 말했는데, 9시 20분이 아니라 8시 20분 차였다고 한다. 기차는 이미 출발해버렸다. 나도 기차표로 기차 시간을 확인했으면 좋았을 텐데, 글씨도 작고 하여 맞겠거니 하고 기차표를 눈여겨 확인하지 않았다. 졸지에 황당해졌다. 


이렇게 되면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동허이든 퐁냐케방이든 그리고 기차든 버스든 빠른 시간에 출발하는 차를 타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병원에 가기 어렵다. 차를 확인하니 기차나 버스 모두 다음 차는 저녁 7시에서 10시 사이에 있다. 우리는 항공편을 호찌민 왕복 티켓으로 끊었기 때문에 귀국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남쪽으로 가야 한다. 퐁냐케방 관광을 취소하고 다낭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보았는데, 14시간이 걸리고 차 시간 역시 기차, 버스 모두 저녁 7시 이후라고 한다. 이 차들을 탄다면 내일 새벽 3시 정도에 동허이나 퐁냐케방에 내리게 된다. 밤중에 이동하는 고생은 물론이거니와 빨리 병원에 갈 수도 없다. 

하노이행 리무진

집사람이 더 이상 여행을 못하겠다고 한다. 결국 여행을 포기하고 하노이로 가서 그곳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빨리 귀국하기로 했다. 이곳 닌빈에서 하노이까지는 2시간이 조금 못 되는 거리로서, 수시로 운행하는 리무진이 있다고 한다. 숙소 주인에게 리무진 예약을 부탁했다. 숙소 주인은 자신 때문에 우리 부부의 여행 계획이 뒤틀렸다고 아주 미안해하며 연신 죄송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그 사람을 탓해봤자 소용은 없다. 그는 비록 실수는 했지만 뒷마무리는 깔끔하게 처리해준다. 최대한 빨리 출발하는 리무진을 수배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리무진 버스에 태우기 위한 픽업 차량이 이곳 숙소로 왔다. 이 차를 타고 리무진 타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77. 고객중심 닌빈-하노이 리무진 서비스


닌빈-하노이 리무진 서비스가 아주 재미난 운송체제이다. 리무진의 요금은 1인당 20만 동,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3,000원 정도 된다. 리무진은 닌빈 중심가에서 출발하는데, 예약을 하면 승객이 닌빈 어느 곳에 있던 픽업 차량이 와서 리무진 타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리무진은 제법 큰 12인승 밴을 개조한 차량인데, 4명의 승객이 탈 수 있다. 그래서 좌석의 폭도 넓으며, 앞 좌석과의 공간도 충분하다. 좌석 등받이는 거의 20도 정도까지 눕힐 수 있어 발을 쭉 뻗고 반쯤 누워갈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좌석도 아주 푹신하며 쿠션도 좋다. 


리무진은 하노이 변두리에 있는 정류장까지 승객을 태워준다. 이곳에서 승객들이 내려면 봉고처럼 생긴 차가 와서 승객들을 각각 하노이의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그런데 승객들이 가려는 방향이 이곳저곳 산재해있으면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모두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특히 하노이는 서울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교통 체증이 심하므로 더욱 그렇다. 


그래서 봉고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달린다. 간선도로로 승객이 원하는 장소 가까운 곳까지 가서는 운전사가 그랩 오토바이를 불러 자신이 돈을 지불하여 승객을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도록 맡긴다. 즉 [픽업차량→리무진→봉고→그랩 오토바이]의 4단계를 거쳐 승객에게 ‘도어 투 도어’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로 고객 중심, 고객 감동의 교통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봉고 차량은 우리를 포함하여 6명의 승객을 싣고 하노이의 시내로 들어간다. 교통이 말할 수 없이 막힌다. 차량과 버스가 제멋대로 엉킨 데다가 차들은 그 복잡한 속에서도 아무 곳에서나 유턴도 서슴지 않는다. 이 상태로 보아서는 도저히 차가 앞으로 나아갈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그런 속에서도 스스로의 질서가 있는지 차는 생각보다는 빨리 진행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도로 중앙에 차을 세우고는 지나가는 그랩 오토바이를 불러 차에 타고 있는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오토바이에게 맡긴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다른 승객은 모두 내리고 우리만 남았다. 봉고차는 좁은 길을 이리저리 헤치며 가더니 어느 건물 앞에 우리를 내려주며 이곳이 안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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