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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Sep 27. 2022

MZ세대라는 허상

따뜻한 개인주의자로 살기


MZ세대는 단일한 실체가 아니다.


  전부터 각종 매체에서 MZ세대라는 실체 없는 유령이 떠돌고 다. 애초에 이들을 하나의 세대로 묶는 것부터가  단추를 잘못 꿰었다.


1980-2000년대 출생한 M세대(밀레니얼)와 1990-2010년대 출생한 Z세대를 합치다니!


일단 그 범위가 너무 넓다. 1990년대생은 일부 양쪽에 속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회생활에서 마주쳐 보면 M과 Z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같은 세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M의 머리쯤에 위치한 나조차도 도통 Z의 꼬리와 같은 세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MZ세대라는 개념은 기성세대들이 자기들과 다른 점을 추려 반대개념으로 만든 것이다.


 (기성세대보다) 디지털에 친숙하다

 (기성세대보다) 개인을 중시한다

 (기성세대보다) 여가와 워라밸을 중시한다

 (기성세대가 인지하지 못하는) 공정성에 민감하다 등등


사실은 '기성세대'라는 반대개념이 모두 숨어 있는 상대적 비교개념이다.

이렇게 추린 소위 MZ세대의 특징들은 기성세대들의 편견이 담겨 있어 '니들은 우리를 그렇게 보는구나' 정도의 참고가 될 뿐이지 실제의 나와 딱 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기성세대는 '시대정신'이라는 걸 가지고 있었다.


격변기 한국에서 하나의 세대가 공유하는 일종의 집단적인 공통의 정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대정신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 것도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일종의 전체주의)가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시대에 집단에서 소외된 개인들의 목소리는 변방에 묻혀 있게 마련이었다.


그렇다. 그 시대는 중심부와 주변부가 분명하게 존재하던 시대다.

그래서 이들은 중심부가 따로 없고, 시대정신이 따로 없고, 개인이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흩어지고 모이는 요즘 세대들의 특징 자체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파편화니 이기주의니 하는 편견들을 드러내곤 한다.


기업들이 'MZ세대를 위한 상품을 출시' 어쩌고 하는 순간 이미 믿고 거를 수 있다.

아, 우리 세대에 대한 얄팍한 이해와 편견을 적당히 버무려 윗세대들이 만든 기획이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MZ세대 전체의 공통적인 니즈를 충족시킬  있는 상품'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MZ세대는 공통의 니즈가 없고 각자 니즈가 다르다는  특징이다. 개인화 마케팅이라는 말이 뜨는 것도 바로  때문이다.


MZ세대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거론되는 다양성과 개인화란, 사실상 이전 세대들이 가졌던 단일한 세대 정체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해체됨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들을 또 다른 단일한 실체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설명하려 하니 자꾸 앞뒤 안 맞는 말이 나온다.


그러니까 MZ세대는 공통점이 없다는 게 공통점이고, 서로 다르다는 게 같은 점이다.


지금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도전하며 반정립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세대로 명명되지만, 십수 년이 지나 MZ 세대가 기성세대의 지위를 얻었을 때에는 아마 세대 정체성이라는 공통점보다 세대  차이점이  많은 세대가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 MZ 세대는 공통의 철학이 없다. 각자의 철학과 취향, 가치관이 있을 뿐.

그런데 나는 이것이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라는 서구에서 근대를 열었던 핵심 동력을 드디어 사회 내면에 내재화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자유와 자유의지에 대한 깨달음,  자유를 기반으로 세워진 민주주의, 자유로운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  우리 사회가 한층 성숙하기 위한 근간이 바로 개인주의다.


각자의 철학과 취향, 가치관에 따라 어떤 문제에는 같이 힘을 모으고, 또 어떤 활동은 같이 즐기고, 또 다른 곳에서는 서로 안 맞아서 헤어지는 것이 MZ세대다.

 무수한 마주침과 헤어짐이 바로 새로운 세대의 힘이다.

나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이래, 집단주의가 요구하는 개인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도 사회성을 유지할  있는 보다 발전된 길이 개인주의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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