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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언니 Nov 29. 2023

아빠가 내게 50만 원을 투자했다.

주변에 쓰러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강한 사람

교통비는 벌고 사냐?

아빠는 내가 농협에서 일했으면 했다. 안정적인 곳에서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노후를 맞이하길, 아빠가 걸었던 사무직의 길을 똑같이 걸어주길 바랐다. 아빠 바람과는 달리 나는 늘 아빠가 원하는 길을 걷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2023년 3월 31일. 직전 회사로부터 퇴사한 날이다. 자진 퇴사도 아니었고, 권고사직이었다. 내 직업은 정권에 따라 일이 결정되다 보니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직업이었다. 어느 날 내게 이상하지 않은 일은 이상하지 않게 다가왔다. 권고사직이라고 할지라도 마음이 크게 동요되진 않았었다.  나는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최소한의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외에는 모두 글을 쓰는 데 투자했다. 무일푼으로 1년 동안 글을 썼다. 1년간 보인 성실함은 마침내 기회로 다가왔다. 퇴사를 하고 나서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간에 나에게 연락이 한통 왔다. 타이밍이 적절했다. 어쩔 수 없었던 퇴사. 성실함이 쌓여 만들어진 기회.


동네언니님, 안녕하세요? MZ 세대들의 1등 취향 모임 앱 문토입니다.

동네언니님께서 글쓰기 분야에서 멋지게 활동하고 계신 모습을 보고 문토의 호스트로 모시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문토라는 곳에서 나를 불렀다. 어느 부분이 좋아 나를 불렀는지 몰라도, 내게 기회인 것만은 확실했다. 오늘은 '아빠에게 투자를 받은 나'를 기념하고 싶어 쓰는 글이니 그때의 과정은 넘어가기로 한다.


2023년 3월 31일을 기점으로 모든 패턴이 바뀌었다. 12월 초가 된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던 내가 크고 작은 독서모임은 100회 이상 진행했다. 문토 이달의 소셜링이라는 영광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교육도 해봤다. 유명인 친필사인본도 받게 되어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좋아하는 일을 성심껏 하고 있는 중이다.


드로우 앤드류님은 내가 하고 싶을 걸 하기 전까지 구르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도 그런 시기에 나를 투자하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더욱더 성장해야 할 때였다. 아빠는 그런 나를 보며 밥은 먹고 다니냐느니, 교통비는 있냐고 물어봤다.

아빠, 나 정말 꾸준히 잘하고 있어. 걱정 안 해도 돼. 나 이런 독서 모임 하고 있어. 오늘은 이 정도의 사람이 모일 거 같아.


걱정하는 아빠에게 늘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얘기했다. 그럴 때마다 아빠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들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내가 생각해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게 어려워서 잘하고 있다고만 하며 아빠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밥은 먹고 다니냐 물었다. 밥을 굶지는 않지만 돈을 아끼긴 한다고 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준비하고 있으니 멀리 보기 위해선 그래야 했다. 아빠는 곰곰이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지갑에서 체크카드를 꺼냈다.

50만 원 네 통장으로 입금시켜. 필요하면 얘기를 해. 더 줄 수 있어. 잘하고 있어. 돈 줘도 좋은 곳에 쓸 걸 알고 있어. 아깝지 않아.

아빠는 지금 일을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 돈이 아빠에겐 정말 큰돈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에게 용돈을 주려고 하는 아빠를 극구 막았다. 그냥 내가 아껴 쓰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아빠는 마음을 먹고 내 손에 돈을 쥐여줬다. 난 아빠에게 여태 갚지 않을 돈을 달라고 손을 벌려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엔 마음가짐이 달랐다. 이 돈을 나에게 투자해서 날개를 달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용돈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나의 꿈을 이루어 갈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의 <생각의 비밀>에서도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거나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 쓰러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많은 사람,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라고.

전대진 작가님의 반드시 해낼 거라는 믿음에서 김승호 회장의 말을 인용한 문구가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쓰러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이 내게 와닿는다.


아빠는 불안정해 보이는 내가 걱정이 되었겠지만, 그 걱정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나는 나의 앞길이 걱정되지 않았다. 그 여유로움이 지금의 내가 많은 기회를 얻어 갈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늘려 주었다고 본다. 나는 제일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나의 미래를 투자받았다. 이렇게 뜻깊은 날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23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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