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파인다이닝 1회 행사가 끝나고 결정된 사항이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기회들을 놓칠 수 없어 한 달이라는 준비 기간을 감수하고 타이트하게 2회 행사 준비가 진행됐다. 송길영 박사님의 북토크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 연말 독서파인다이닝을 통해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기회. 우리는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칠 수 없었다.
좋은 기회는 다가왔고, 우리는 그 기회를 잡으면 그만인데 실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1회 때 함께 총괄을 기획하던 온이님은 다시 회사로 복귀했고, 썸즈님은 그냥 바빴다. 1회를 준비할 때는 온이님과 내가 일을 따로 하고 있지 않으니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갈아 넣어야 했다. 다가온 기회는 욕심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과연 사람들이 모임에 와 줄 것인가. 연말에 우리에게 시간을 내어줄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애가 탈 때도 있었고, 준비 과정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마음이 좁아졌을 때도 있었다. 썸온동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움직이는 첫 모임이라 서로의 스타일을 알아가는데도 애를 먹었다. 그 시간을 거치고 우리는 결국 성공했다. 독서 파인 다이닝 1회를 42명으로 시작해서 2회에는 59명으로 문토에 다시 한번 획을 긋는 영광을 차지했다.
마침내, 우리가 성장했던 것이다.
이번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이번 독서파인다이닝은 3명의 메인 호스트와 6명의 스태프들로 구성되었다. 6명의 스태프 중에서 4명의 스태프는 4부 저자들에게서 온 선물 중 친필사인본 도서를 설명해 주는 역할을 맡았다. 각 한 권에서 두 권 정도를 맡아서 60명가량 인원들 앞에서 스피치를 해야 했다. 우리는 스태프들이 나중에 호스트 활동할 수 있도록 뜻깊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 육십 명 앞에서 누군가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이 그 어디 쉬운 일일까?
모임 당일 스태프들이 모여서 마지막 행사 점검을 했다. 점검 중에 스피치 할 스태프가 너무 떨릴까 봐 청심환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알고 보니 다른 스태프도 청심환을 챙겨 왔단다.) 그 스태프가 발표할 책은 소보성 작가의 <서른, 이젠 나답게 살아볼게요>였다.
처음엔 꿈도 구체적이진 않고 대략적인 형상으로만 존재한다. 그러다 나다운 생각이 입혀지고 구체화되면서 나만의 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정해 놓은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안에서 발견된 꿈만이 나다운 독창적인 미래를 완성해 나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몰라도, 그에겐 나다워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나의 꿈과 자아를 다져나가기 위해 주어진 기회를 잡고, 가슴이 설레는 새로운 도전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연습했지만 발표하러 나가서 머리가 백지가 되어버렸다. 중간에 '잊어버렸습니다'로 게스트들을 빵 터뜨리긴 했지만 아래와 같은 느낀점으로 스스로가 나다움을 발견하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스태프 느낀점: 오늘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 하루였습니다! 깨달은 것도 많고 앞으로 어떤 걸 배우고 해야 할지 느끼게 돼서 12월이나 1월부터 관련된 학원에 다닐까 해요. 다음 독파다 때는 더 성장한 모습으로 진행해 보고 싶네요
문득 청심환을 가져온 스태프를 보며 7개월 전을 떠올렸다. 어느 날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동생이 책을 구매했다. 손웅정 감독님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였다. 동생은 하루 종일 손웅정 감독님에 대한 얘기만 했다. 어디서 주로 활동하고 계시는지, 어떤 마음으로 손흥민 선수를 키웠는지. 아침부터 자기 직전까지 그것만 찾아다녔다. 동생이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는 손웅정 작가님의 성품을 이번 기회로 배워보려나 했다. 한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매일 손흥민 선수와 손웅정 감독님에 대해 이야기하던 동생의 화제가 다른 주제로 후딱 넘어가있다. 이번만 그럴 줄 알았는데 동생의 관심사는 주마다 달라졌다. 동생의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자기 좋아하는 것만 관심 있네, 완전.
사무직에서만 일하던 나는 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동생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문토에서 독서 모임을 하면서 내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자기 좋아하는 것만 관심 있네, 완전.
그렇다. 그 언니의 그 동생. 사무실이라는 환경에 가려져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아이라는 걸 몰랐을 뿐이었다. 동생은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것에 깊이 빠져들지만 그 주기가 짧은 것일 뿐이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구보다 깊이 빠져드는데 오랜 시간을 지속하는 스타일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나는 동네언니가 재미있기만 하면 돼
함께 일하는 썸즈님과 온이님은 늘 내가 즐겁게 일하기만을 바란다. 즐겁지 않으면 몰입을 안 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책을 참 좋아한다. 그 마음 하나로 진득하게 밀고 갔더니 2명이서 시작된 모임이 7개월 만에 59명 대규모 독서모임이라는 결과로 눈에 펼쳐졌다. 연말에는 송길영 작가님 북토크 준비를, 신년도에는 새로운 작가님의 북토크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시작된 마음 하나로 묵묵히 움직인 행보는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기회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나에 대한 바람이 생겼다.
시간이 갈수록 나다워지는 내 모습을 보며, 언제나 좋아하는 것만 골라하는 요즘 것들이고 싶다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