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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비 그리고 바람
Jun 15. 2024
책 읽는 사람 보기가 어렵다.
조금만 돌아봐도 알 수 있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카페든 책을 읽는 사람 보기가 어려운 요즘이다. 다들 스마트폰에 코 박고 무엇을 그리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일까? 요즘은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 보고 있는 게 관종처럼 보일정도.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다른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는 것은 나의 취미 중 하나. 왼쪽, 오른쪽 자리 사람 모두 귀에 아이팟 꽂은 채 SNS나 쇼츠와도 같은 영상을 보고 있다. 고개는 숙이고 있었지만 연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 보인다는 사실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딴청 피우며 타인의 화면에 눈을 흘겼다. 보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보이는 걸 어쩌겠는가’ 하며 호기심에 손을 든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지하철은 생각보다 더디게 내달린다. 정거장에 멈춘 후 문이 열린다. 이내 문이 닫히려는데 “아~” 하면서 내 옆 사람이 급하게 문을 나선다. 자신이 내려야 할 정거장조차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한심한 듯 쳐다보면서도 남일 같지 않았다. 스스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지하철이 출발하자 통유리 창이 까만 거울로 바뀐다. 고개 숙인 사람들 사이에서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 보였다. 마치 다를 NO 하는데 나만 YES 하는 것과 같은 CF의 한 장면 같다. 사람들이 이대로 가다가 자신의 모습조차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서로 뭉치고 부대끼며 살아야 할 사람들이 서로 동영상만 보다 죽는 건 아닌가 했다.
세상 모든 춤, 노래, 코믹, 신기한 영상이 손바닥 세상으로 쏟아진다. 언젠가 나도 호기심에 봤다가 주말 하루 삭제된 날도 있었다. 빠져나와야 한다면서 하나만 더 보자며 끝짱 내는 모습이란. 그 중독성 알고 나서부터는 손가락 하나하나의 행동도 검열 중이다. 보더라도 쉽게 빠져나오자가 아니라 시작부터 하지 말자로 목표를 바꿨다. 의지가 약한 나를 위한 자가 처방이다.
스마트 폰을 꺼냈다. E-book 어플을 누른다. 책을 보겠다 보다 영상을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독서로 이끄는 것 같다. 바둑판같은 어플숲에서 익숙하고 능숙하게 E-book 아이콘을 누른다.
난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40대다. 빼곡하게 들어찬 어플숲에 숨어있던 E-book 어플을 정확하고 능숙하게 찾아낸다. 마치 원래 이랬던 사람처럼 말이다. 누군가 보고 있으면 했다. 잠시 후 고개를 든다. 통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인다. 아직도 나만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