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 비 그리고 바람 Jun 09. 2024

수다에서 행복까지

 나는 과묵한 누구도 수다스러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내가 말을 많이 해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을 잘 들어주고 상대의 가려운 점을 잘 긁어주기 때문인 듯했다. 어깨너머로 흘겨본 사실, 주워들은 이야기, 책에서 본듯한 사소한 이야기도 쌓이다 보면 이야기가되고 교훈이 될 수 있더라. 


언제부턴가 상대의 감정에 쉽게 젖어든다는 상상을 한다. 처음에는 혼자만의 상상인줄 알았는데, 상대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상상은 아니구나 했다. 나에게 어떤 일이라도 벌어진 것인지 생각해 봤다. 


모르긴 몰라도 글 때문인 듯하다. 글을 쓰고 책을 읽다 보면 상대의 감정에 쉽게 젖어들 수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의 생각이 그냥 보인다는 거다. 어떤 질문을 했으면 하고 어떤 답을 듣고 싶은지가 떠오른다. 대놓고 면전에 말하는 것보다 더 뚜렷하게 보일 때도 있다. 말투와 눈썹의 움직임, 이마의 주름에서 상대의 의중을 읽고 만다.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상대만 원하는 것을 얻겠구나 했으니까. 나는 봉사활동 하는 사람 즈음으로 생각했다. 대화해 보면 안다. 상대만 좋은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따지고 보면 봉사활동도 마찬가지. 타인만 좋아하고 자신에게는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좋고 타인에게도 좋은 게 봉사활동이니까.


며칠 전 시무룩한 표정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눴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표정이 매섭다. 상대의 의지가 내 심장의 뜀박질을 부추기는 듯하다. 이마에 이렇게 질문해줘 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나는 순진한 표정으로 무심한 척 질문을 던졌다. 낯빛이 변하는 모습에 안도감이 든다. 또 내가 맞췄구나 보다는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소통하고 기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사십에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스스로 좋아함을 찾아가 행복함을 쟁취하는 기쁨도 있지만, 스스로 찾아오는 행복에 귀 기울이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에서. 뜻밖의 행복일수록 그 만족감은 컸다. 스스로도 서로에게도 말이다.

이전 09화 1,000걸음, 12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