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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 Oct 04. 2022

독일에서 겨울나기

Winter is coming soon

곳곳에 있는 회색 빛깔의 철조물로 추위를 느끼는 것을 보니 겨울이 다가온 듯하다.

주위에서 캐럴이 흘러 퍼지고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들려도 괴리감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서둘러 여름옷을 서랍장에서 빼내 두툼한 스웨터와 히트텍으로 채워 넣었다.

수면 양말을 신고 기모가 들은 잠옷을 입고 있어도 손과 발이 시린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다시 한 줌의 따뜻함을 선사받고자 커피숍을 찾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홀짝 하니 그제야 몸의 한기가 사라진 듯했다. 저 먼발치서 목도리를 칭칭 감고 다니는 사람들과 부끄럽게 헐 거 벗을 준비를 하는 나무를 보니 고독의 계절이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고독의 계절이 다가왔다는 것은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란한 가족의 실루엣이 주황색 전등에 비쳐 나에게까지 흘러들어와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대화 소리와 웃음소리가 나의 처지와 상반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된다. 휑한 거리에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나의 것 밖에 없을 때 미친듯한 외로움에 지지 말아야 한다.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생고생을 자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 때쯤이면 다시 꾹꾹 눌러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우중충하고 시들시들한 햇살에 나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한다. 그는 사람을 현혹하는 기술이 뛰어나서 작은 틈에도 강한 체취를 남긴다. 특히 독일의 겨울이라는 것은 그렇다. 사람이 나태해지지 않게 매년 색다른 챌린지를 선사하는.


날씨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고독을 즐기는 내향적인 사람들도 긴장하게 만든다. 햇빛의 부재로 생긴 서늘한 냉기는 누구에게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비타민 D를 섭취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시집을 꺼내 든다. 마음의 양식으로 조금이라도 허함이 채워지길 바라면서.


그저 다이어리에 하루하루 지워나가며 생각을 비운채 루틴을 반복하는 것이 해답일 수도 있겠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가서 따뜻한   잔으로 나를 지져놓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겠다. 인생은 원래 혼자 태어나서 홀로 가는 여정이라고 외로움은 당연하다고 자기 최면이라도 걸어야 하는 걸까.


사색을 즐기지만. 햇빛 아래서 싱그러운 꽃들과 함께 하고 싶다. 겨울 아이지만 혼자 맞는 겨울을 잘 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여름 아이는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던져본다. 외로움에 익숙해지라는 책을 꺼내보면서 마음을 달래 본다. 이렇게 나는 겨울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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