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동물의 권리를 생각한다.

by 수의사 N 변호사


‘수혼제(獸魂祭)’를 떠올린다. 수의대에서 실험동물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진행된 행사이다. 수의학과를 졸업한 지 꽤 지나고 나서 기억을 더듬는다. 나는 당시 동물의 넋을 기린다는 의미에 관해 깊게 생각해 보았는지. 그들의 고통, 나아가 권리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는지. 지금의 내가 수의사, 변호사로서 동물에 관한 법을 다루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동물의 법적 권리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동물복지 관련 법제


동물의 법적 지위 중 동물복지(Animal welfare)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외국의 법을 살펴보자. 영국의 경우 Richard Martin이 1822년 동물 학대를 방지하는 법을 제정하는 데 일조하였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부적절하게 대우한 자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후 영국은 지속해서 동물보호 관련법을 발전시켰다. 2006년에는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을 제정해 동물복지, 고통 방지 등에 관해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독일의 경우 1933년에 동물보호법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었다. 이때 기존 형법상 동물학대죄 규정이 동물보호법으로 이전했다. 1986년에는 동물복지에 대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독일은 1990년 민법 개정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명시했다(민법 제90조a 제1문). 또한 동물의 치료비 산정에 있어 동물의 실제적 가치를 넘는 금액을 인정하는 규정도 명시했다(민법 제251조 제2항). 2002년에는 헌법 개정으로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했다(기본법 제20a조).


프랑스의 경우 1850년 그라몬(Grammont)법이 동물보호법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동물 학대를 처벌하는 규정을 둔 것이다. 한편 동물이 물건이면 형법 중 ‘재산’ 편에 속해야 한다. 그런데 프랑스는 1994년 형법을 개정하며 동물을 ‘그 외’의 분류에 포함했다. 이는 동물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의식적으로 인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봐


우리나라는 절차법상 동물에게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각종 매체를 통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도롱뇽 사건이 있다(대법 2006. 6. 2, 2004마1148,1149). 도롱뇽이 신청인이 되어 고속철도 착공을 금지해달라고 한 사건이다. 법원은 도롱뇽에게 당사자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이다(민법 제98조). 따라서 실체법상 권리능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민사에서 동물은 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 한편 형사의 경우 동물 학대 시 동물이 물건이므로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가 적용된다.


동물은 권리의 주체인가 객체인가


종합적으로 볼 때 외국의 경우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거나 동물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법조항을 명시한 경우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동물복지와 동물의 권리(Animal rights)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동물이 권리의 주체가 되는지 객체가 되는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자는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즉 동물이 직접 법적 다툼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반면 후자는 동물을 아끼거나 보호해야 할 수동적 대상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동물을 물건이긴 하되 ‘특수한 동산’으로 보거나, 인간과 생명이 없는 물건 이외의 ‘제3의 존재’로 보는 견해가 있다. 나아가 법적으로 동물에게 인간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합리적 배상, 중한 처벌 vs 법적 안정성


동물을 권리의 주체로 보는 것은 법적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법적 분쟁 시 더욱 합리적 수준의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동물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민사와 형사를 예로 들어보자. 민사사건의 경우 손해배상액이 증가할 수 있다. 형사의 경우 피고인이 동물 학대 시 무거운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 법적으로 동물은 인간과 유사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은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동물의 지위만 변경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타인이 자신의 반려견에게 고의로 해를 가해 반려견이 사망하였다고 해보자.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이므로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에게 권리의 주체성이 인정되면 재물손괴죄로 다루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사람인 경우에 적용 가능한 과실치사죄나 살인죄를 유추 적용할 것인가가 문제 될 수 있다. 아니면 신설 조항이 필요한지 등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법체계와 모순점이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만만치 않은 과정에서 자칫 법질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권리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해야


동물의 권리와 법적 안정성 사이에서 조화로운 합의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많은 조사와 연구,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나는 그동안 수의학과 법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는 것에 매달리다 보니 본질적인 문제를 잊고 산 것 같다. 오늘 이 순간 동물의 법적 권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참고문헌

김민동, “수의사의 애완동물 수의료과오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안암 법학 제35호(2011), 220, 223면.


박정기,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연구”, 법학연구 제51권 제3호(2010), 27-31면.


정문성, “동물의 법적 지위와 도덕적 지위에 관한 고찰”, 법이론실무연구 제1권 제2호(2013), 209, 212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