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동물 학대'인가?

by 수의사 N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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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경악할 일들이 있었다. 의선 고양이 살해 사건과 마 에쿠스 사건이다. 2012년 에쿠스 사건의 피의자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편, 2019년 경의선 고양이 살해 사건의 피고인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동물이 인간의 행위로 사망한 점은 동일한데 결론이 다르다. 동물 학대는 무엇인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무심코 한 행동이 동물에게는 ‘학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과 관련 있는 동물 학대


왜 동물 학대는 중요한 이슈일까? 생명존중 측면에서 동물에 대한 학대는 엄격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동물 학대가 정말 심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범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가 가정폭력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의 대상은 총 860명의 대학생이다. CAMI(Computer-Assisted Maltreatment Inventory)와 AVI(Animal Violence Inventory)란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동물 학대를 목격하거나 동물을 학대한 참여자의 약 60%가 가정폭력에 노출되었다. 구체적으로 신체적·정서적 아동학대와 동물 학대 간에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또한 성적 학대(sexual abuse)와 동물 학대 가담 사이에도 연관이 있었다.


우선 가정폭력 가해자의 동물 학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집에서 동물 학대가 이루어져 가정폭력 피해자가 학대 장면을 목격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동물 학대를 지속해서 자행하면 가학성이 발달할 수 있다. 나아가 폭력성의 가속화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폭력의 주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동물 학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동물 학대의 개념


미국에는 주(州)마다 법이 있다. 동물 학대 관련 규정에는 torture, torment, injury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통상 torture는 육체적인 학대, torment는 정신적 학대, injury는 사망이나 상해 같은 구체적인 학대 결과를 말한다. torture는 injury를 동반하는 것과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갇혀 있는 동물의 얼굴 앞에서 횃불(torch)을 휘두르기만 하고, 물리적 가해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해보자. 이때는 torment가 성립한다. 횃불을 휘두르는 행위만으로 동물은 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의 몸짓이나 음성을 통해 알 수 있다. 나아가 그 사람이 말의 털(fur)에 횃불을 가져다 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는 torture가 성립한다. 또한 상해 혹은 사망의 결과가 없더라도 말에게 고통(pain)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말이 무의식중에 다치는 경우는 injury가 성립한다. 의식이 없었으므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특히 torment와 torture에 주목하고 싶다.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동물 학대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동물 학대 관련 조항


동물이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지 않으면 동물 학대라 볼 수 없는 것인가. 동물보호법 제2조 제9호는 ‘동물 학대’를 정의하고 있다. 육체 혹은 심리적 고통을 가하거나, 조치 의무 위반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동물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10조는 동물 학대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부적절한 행위로 동물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경우와 유기행위 등을 언급한다. 그런데 사망이나 상해라는 가시적 결과는 없으나, 동물에게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입힌 경우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없다. 이와 관련해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 발생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정당성이 결여된 행위를 학대라고 보는 입법을 제언한 경우가 있다.


‘동물 학대’의 의미를 정하는 것


동물 학대는 근절되어야 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나아가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동물 학대의 개념을 정확히 세우는 것은 이를 위한 선제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Favre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을 벗어난 행위를 ‘학대’라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모호함 속에서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 체계적인 기준 마련의 토대에는 ‘국민 정서’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동물 학대의 진정한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나와 당신의 몫이다.


2020년 동물병원에서 수술 직후 반려견에게 탈취제 등을 분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반려견은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사망했다. 탈취제와 반려견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뿐 아니라 탈취제 등을 뿌린 행위 자체가 ‘동물 학대’ 성립요건을 충족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동물 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얼마만큼 변화했을까. 주목할 일이다.



참고문헌


함태성, “미국 동물법의 동향과 쟁점에 관한 법적 연구: 동물학대금지의 형사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미국헌법 연구 제26권 제2호(2015. 8), 371-372면.


David S. Favre, Animal law: welfare, interests, and rights, Wolters Kluwer Law & Business in New York, 2011, p. 201, 203-204.


Degue S, Dilillo D., “Is animal cruelty a "red flag" for family violence? Investigating co-occurring violence toward children, partners, and pets.”, J Interpers Violence. Vol.24 No. 6(2009, 6), pp. 1042-1043, 1048, 1050-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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