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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May 19. 2024

엄마의 마중


국민학교 3학년 때이었던 것 같다. 체했는지 감기가 들었는지 나는 몹시 앓았다.

다음날, 죽어도 학교에서 죽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신조에 따라 등교를 했다. 덕분에 나는 초등학교 6년 동안 단 하루의 결석도 한 적이 없었다. 사실 1학년 때는 아프면 학교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해 우등상을 못 타자 2학년부터 아버지의 태도가 돌변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 날 보단 나았지만 그래도 힘들게 수업을 받고 있던 내 모습을 본 선생님께서 일찍 집에 가라고 하셨다. 형식적인 사양을 한 두 번 하고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왔다. 혼자 오게 됐기에 ##이도 다른 하교 동무도 없이 홀로 먼 길을 걸었다. 집과 학교의 거리는 3~4Km 정도로 어린 내게 편한 시간은 아니었다. 매일 다니던 길이지만 그날은 유독 멀게만 느껴졌다. 동네 경운기라도 만나면 횡재하는 날이건만 어째 달구지도 안 보인다. 이런... 비까지 내린다. 이슬비를 맞으며 조금 더 걸어 절반쯤 왔고 거기서부터는 언덕이 반복되는 비포장도로 난코스다.


그때 언덕 위에 낯익은 얼굴...
바로 내 엄마였다.

위로 형들 누나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학교 예비소집 날 말고는 등교든 하교든 엄마와 함께 해 본 적이 없는 내 게 엄마가 왔다. 내가 학교에서 두어 시간은 일찍 나왔으니 엄마는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혹 늦을까 한참이나 이른 마중을 나오신 것이었다. 너무도 반가워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아직 아프니까 업히라 신다. 막내이고 어렸지만 항상 엄마는 힘겨워 보였고 아버지가 무서워 자의로도 타의로도 엄마에게 업힌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나는 또래 중에도 작은 체구였지만 더 작은 엄마의 등에 차마 내 몸을 맡길 수 없어 몇 번이고 사양했다. 다 큰 녀석이 엄마 힘들게 했다고 큰 누나와 큰 형이 날 혼낼 거라고 안된다고 해도 엄마는 괜찮다며, 돌아 앉아 야윈 등을 내미신다.


“내 강아지 안 힘들었능가?”

엄마는 항상 막둥이 아니면, 내 강아지라고 부르신다.

물론 둘 다 좋다, 너무 좋다.


“응 엄마~”

울컥, 눈물이 났다.


"엄마, 무겁제?"
"아니, 내 강아지는 엄마한테 한 개도 안무거운디"


부드러운 엄마의 목소리와 따뜻한 엄마의 체온을 느끼며 더 깊이 젖은 얼굴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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