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998년 6월 23일, 그녀를 처음 만났다.
다음 달 13일에 입대를 했으니 그녀와 나의 앎은 20일 정도였다. 우리에게 연인이라는 확약도 다시 만나자는 기약도 없었다.
1등 00통, *삼철 훈련병!!!
난 한통도 없는 사람이 나뿐이라 짓궂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이내 내 앞에 20여 통의 편지가 쏟아진다. 청년의 인생에 무시 못할 군대라는 벽 앞에서 체념했던 나와는 달리 그녀는 내가 입대한 그날부터 한통 한통 편지를 써 보낸 것이었다. 입대 당일에 몸이 아파 배웅도 연락도 못한 것이 내내 마음이 아파 집에 전화를 걸어 훈련소 주소를 알아냈다고 한다.
나는 공군 훈련소에서 여자친구가 생겼다.
6주 후 첫 외출에 김포공항에서 나의 도착을 기다렸고, 외출이나 휴가 때면 서울에서 부대가 있는 충주까지 마중을 나오기도 하고 또 먼 그곳까지 함께와 배웅을 해 주기도 했다. 상병 때는 쪼그려 앉으면 성인 하나 들어갈만한 상자에 갖가지 과자와 빵, 초콜릿 등을 싸 보내주었다. 그것은 그해 헌병대에서 가장 큰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받은 자라는 1등의 영예를 또 한 번 안겨주었다.
내게 가장 많은 면회를 왔고 나로 인해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으며 나의 복귀를 어머니보다도 기다린 여인이었다.
2012년 횟수로 만난 지 15년 만에 처음 만났던 그날,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브런치북] 삼철이 삼순이 _ 새 나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