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이가
너한테 칭찬받기 위해 나 또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나 착하지?
오늘도 여전히 나의 하루는 변함이 없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 뭐 재미있고 신나는 일 없을까?
너한테 이런 거 물어보기 되게 미안하네. 그러구 보니깐 네가 참 힘들겠구나. 이런... 누나가 되서리 동생 걱정도 안 하고, 나쁜 누나, 훈련받기 힘들지? 날도 덥고.
여기 날씨도 장난이 아니야. 엊그제 장마가 끝났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침부터 무지 덥다. 땡볕에... 올여름은 자연선탠(?)하게 생겼어. 이런, 너도 그렇겠다. 새까만 너의 모습. 하하 웃기겠다. 키도 작은 게 까맣기까지 하면 너 정말 볼만하겠다.
그나저나 웬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지? 너 입대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네가 이 편지를 받아 볼 때쯤이면 3주가 지나겠다. 너두 느끼니? 시간이 엄청 빠르다는 걸. 하긴,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빨리 느껴진다니깐 나보단 덜하겠네. 넌 시간이 엄청 안 가지?
어째 오늘 편지는 저번보다 더 횡설수설하는 거 같아. 아무래도 나 더위 먹었나 봐. 우째 잉~
그래두 철이는 편지 받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으니깐 할 말 없겠지 뭐. 속으로 궁시렁거리기만 해 봐라. 콱. 그냥.
네가 내 옆에 없다고 모를 줄 알아?
앉아서 삼만리 서서 구만리를 본다. 내가. (근데 웬 유치?)
……
근데, 정말 궁금한 거. 너 내 편지 받아보긴 한 거야? 순서대로 잘 읽었어? 내가 편지봉투 뒤에 번호 매겼는데...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담에 또 편지 쓰께.
1998. 7. 30.
P. S. 너 전화 못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지? 그치? 나쁜 것
연락하기 싫음 마라.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