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
철이에게...
오늘 네 형한테서 어렵사리(?) 너의 주소를 알아서 이젠 정말루 네가 받을 수 있는 편지를 보낸다.
네 주소 알기 전 쓴 편지도 같이 보냈는데, 어떻게 잘 알아서 읽었는지. 궁금하네.
넌 요즘 어떤지. 훈련은 잘 받고 있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쉬는 시간은 있나? 그럼 쉬는 시간에는 머하나? 여러 가지로 궁금.
......
참, 너 특박 나올 거라며? 네 형한테 들었어. 다음 달 20일쯤께 나온다구. 좋겠다. 그래도 군댄데 너 너무 편한 대로 간 거 아냐? 하하. 웃기다 그냥 넌 없구 꼭 벽에 대구 얘기하는 거 같애. 물론 네가 읽을 테지만.
근데 지금도 좀 애매한 게 정말 내 편지가 너에게로 갈 수 있을까? 내가 주소는 잘 받아 적은 건지. 혹은 가다가 딴 길로 새진 않을런지... 여러 가지 걱정...
특박 나와서 딱히 할 일 없으면(그렇지만 물론 바쁘겠지?) 연락해. 진주서 설 올 때 내가 마중 나갈 수 있으면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구. 너 못 본 지가 너무 오래돼서 이상한 거 있지. 우리가 정말 아는 사이인가?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몇 가지나 있나? 이런저런 생각. 근데 어쨌든 여하튼 특박 나와서 연락 못하게 되더라도 내 편지 받았는지 연락은 꼭 해줘? 궁금하잖아. 그래도 다른 데로 새 버리면 열받지. 편지가 말야.
내가 너무한 건지 아니 내가 지극히 정상인지는 모르지만 네 얼굴 생각나질 않는다. 그냥 안경 쓴 거 하구 입술 쫌 두꺼운 거. 얼굴에 점 많은 거. 곱슬머리.
하하. 다 연결시키니까 이제야 생각이 나는구나. 읽다 보니 이 편지지에 이 색깔 글씨가 눈이 아플 거 같애. 그럼 이만 쓸께.
그럼. 안뇽. 잘 지내...
1998. 7. 28.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