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쁜은경
철아! 오랜만에 불러 본다. 네 이름 후훗
나 어쩌믄 좋아... 잉~ 요번에도 휴가 못 가게 됐어. 20일부터 알바하거든... 쩝. 요번이 기회인데 요번에 못가믄 정말 언제 갈지 모르는데.. (너 속으로 좋아하고 있지?) 난 알바가 8월 17일부터 인 줄 알고 신청서를 낸 건데... 글쎄 합격하고 보니 7월 20일부턴 거 있지... 쒸이~ 그렇다고 정말 힘들게 얻은 일자리인데 휴가 가느라고 그만둘 수 없는 거잖아. 건강한 미인이 되고 싶었는데... (나 선탠 언제 하지?)
그래서 심란하다. 난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나 하고... 하늘은 나만 미워하나 봐. 꼭 맨날 나야. 가서 따져야겠어. 평생 일 잘 풀리는 사람 많은데 왜 하구 많은 사람 놔두고 꼭 나여야만 하는지... (유치하다 쫌)
내가 봐도 네가 어리다고 하는 말을 좀 수긍해야겠다. 이런... 내가 그렇게 나잇값을 못해? 너한텐 물어보나 마나 일 테 구... 맞아, 너 나 대하는 태도가 내가 누나가 아니라 네가 꼭 오빠처럼 그랬었지...
정신연령은 낮은 게... 너 말야 인마!
근데 내가 보기엔 넌 애인 없는 게 다행인 거 같어. 군대 가면 다(거의 십중 팔구는) 깨진대. 남자가 맘이 변하겠냐. 여자가 변하지. 일병 때까진 애틋하다고 그러더군, 다들. 그러니 너는 맘 안 아픈 게 오히려 더 잘된 거지...
괜히 애인이 고무신 꺼꾸로 신어봐. 그럼 군대에서 미치겠지, 정말. 그러니 넌 얼마나 좋아. 속 편하구, 편지 자주 보내는 맘씨 착한 이 누나도 있고...
걱정 마! 너 제대하고 나오면은 내가 참한 색시 하나 소개시켜주께... 네 말대로 착하고 아기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그런 여자. 또 내조를 잘하구... 호호 나 너무 착하지? 그럼 그럼.
뭐? 제대하고 나면 여자가 줄을 섰다구??! 그렇담 할 수 없고...
지금 밖에서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비 엄청 많이 온다. 억수로. 마지막 장맛비인가 봐. 이제 장마도 곧 끝날 거 같어. 거기도 비 많이 와? 아니 많이 왔어? 답답하다. 이렇게 나만 편지 보내니 전화도 못하고. 나 혼자만 일방적으로... 너의 사정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혼자 궁시렁.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이래도 되는 건지 몰라...
근데...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담에 또 편지 쓰께.
1998.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