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니
철이에게 도움이 될는지 모르지만 혹 도움이 되었으면 싶은 마음에 보내는 거야. 많이 보낼 수도 또 여러 가지를 보낼 수도 없긴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네게 보내 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우연히 알았어. 통신에 들어가서 채팅하다가 그 여자아이의 남자친구도 공군엘 갔다지 머야. 너와 같은 날에.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자기는 그 친구한테 대일밴드 많이 보내줬다고 하더라고. 첨엔 군화땜에 많이 까진다면서 여러 가지 얘길 해줬어. 군에 가기 전에 로션(?) 아니 파스대신 바르는 약하구 상처난데 바르는 거 또 두루마리 화장지, 대일밴드. 특박 나올 때를 대비해 넉넉한 돈과 편지지, 편지봉투, 우표 등등 한 보따리 싸갔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내가 네 애인은 아니더라도 참 미안한 거 있지. 아프단 핑계로 만나지도 못하고. 챙겨주기는커녕 구박이나 하고. 하지만 너 애인 생기기 전까지는 많이 챙겨주께. 약속은 못하지만... 그래서 그 얘길 듣고 편지 보내려다가 다시 뜯어서 지금 쓰는 편지와 같이 보내려던 참이야. 들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방법을 가르쳐 주더라구. 편지지 사이에 쫘악펴서
(평평하게) 그래야 들키지 않는다구. 근데 저기 노란 편지지에 보내려니까 영 안 맞는 거 있지. 대일밴드와 편지봉투 사이즈가. 그래서 이렇게 설명을 덧 붙인 편지와 함께 다른 편지 봉투에 보낼려구. 나, 착하지? 근데 이 뒤에 무슨 말을 이어야 할지...
네가 시를 좋아할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시가 있길래 그냥 무작정 적어 보내는 거야. 좋아한다면 앞으로 많이 적어 보내줄께. 명시만 골라서 마음에 쏙쏙 들어오게. 넌 우중충하고 우울한 거 좋아하니깐... 음... 칼릴지브란의 옛사랑에 대한 시 정도면 충분하겠지? 진짜 나같이 착한 누나 있으면 나와보라구 해. 너희 친누나도 이 정도 못해줄 거다. 지금 감동하고 있겠지?
근데 요즘은 뭐 해? 군인 아니 훈련병의 하루일과가 궁금해서... 쉬는 시간은 있는 거야? TV도 볼 수 있어? 음... 또오, 그게 다네... 여하튼 그게 젤 궁금해. 하루종일 머 하나. 군화 끈 매는 연습 하나 아님 총 잡는 방법 배우나, 또는 군복 다림질 배우나? 근데 좀 웃기다. 군인이 할 일이 그렇게 없질 않을 텐데 써놓고 보니 우습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거 같은데…
왜 물어보냐구? 할 일 없으면 나오라구... 하하, 나와서 나하고 놀자구.
1998. 8. 3.
소나기
사랑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너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이 지나가듯 우연이기보다는
영원한 친구이고 싶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오늘 만남이 그러하듯이
너와 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널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너 나 이기보다는 우리이고 싶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나 변치 않는
만남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