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철이에게...
오늘은 그냥 자려했어.
근데... 뭔가 참 허전한 느낌야. 그게 뭔지 아니? 그건 바로. 바로. 거의 매일같이 네게 편지를 썼는데 오늘은 피곤해서 하루 빼먹으려 했는데... 바로 그거더라구. 네게 편지 쓰는 걸 빼먹은 거. 섭섭하기도 하구. 그래서 이렇게 자려다 말구 다시 일어나서 또 편지를 쓴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왜인지는 나두 잘 모르겠어. 나도 내 마음을... 왜 기분이 나쁜지... 정말 꿀꿀한 하루야. 답답하고 울고 싶고... 널 볼 수 있으면 쪼끔은 괜찮아질 거 같은데...
왜 있잖어. 너 생각나? 내가 양재동에 이력서 내러 갔다가 한 시간 기다리구 비 맞고 왔었을 때였지, 네가 위로해 줬었잖아. 생각나니? 안 나두 할 수 없지만. 암튼 내가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그때 정말 속상했던 맘과 서글펐던 내 맘이 너로 인해 굉장히 가뿐하고 좋아졌었거든. 지금도 네가 곁에 있다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해서... 이런 날은 누군가가 어깨를 빌려준다면 펑펑 울고 싶어. 왠지 혼자 우는 건 처량해 보이잖아... 그래서... 난 또 무슨 생각을 이렇게 골똘히 하는지...
그래, 난 이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것 같다고 말들 하더라. 그래두 철아 너는 알지? 내가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걸. 기분이 좀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무슨 말을 써야 하나? 참. 내가 재미있는 얘기 써줄까? 얼마 전 통신에서 본 건데. 욕 들어가는 얘긴데 해도 되겠지?
어느 농가에 닭이 3마리 있었다. 복날이 다가오자 주인은 어떤 닭을 잡을까 고심하다가 마침내 제일 머리 나쁜 닭을 잡아먹기로 했다. 그래서 세 마리의 닭 중 첫 번째 닭에게 물었다.
주인 : 1+1은?
닭 1 : 꼬꼬댁 꼬꼬댁
주인 : 똑똑한 것.
다음 두 번째 닭에게
주인 : 1+0은?
닭 2 : 꼬꼬댁 꼬꼬댁 꼬꼬댁 꼬꼬댁
주인 : 음... 역시 똑똑하군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닭에게 질문했다.
주인: 34985 x 13586?
닭 3 : *새꺄! 물 끓여.
내가 너무 리얼하게 썼나(욕을) 재밌니? 혹. 아는 얘기야? 그래두 좋지? 혼자 위안을 삼으련다. 네가 재미있어했을 거라구. 또 고마워두 했을 거라고... 그리구... 지금 방금 번개. 천둥. 우와! 무섭다.
.......
근데 너 혹시 물갈이 같은 거 했어? 서울물과 달라서 배탈이 났다거나 또는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러더라구. 음식 때문에 물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 그리고 생각해 보니깐 밴드를 너무 늦게 보내준 거 같애. 그거 군화 땜에 발이 까져서 부쳐준다고들 하던데 난 거의 상처가 나을 무렵에 그러니까 4주째 되던 때 보내줬지?
또 천둥 친다. 무서워 잉~ 어떡해. 나 그만 자야겠어.
이럴 때는 옆에서 누가 같이 잤으면 좋겠는데... 언니나 동생이라두 있으면 좋았을걸 말야.
나 정말 무서워서 그만 자련다.
1998. 8. 7.
P. S. 형한테 편지 쓸 때 내꺼두 써서 부쳐.
형보고 전해주라고 하믄 되잖아. 내가 가서
받아오던가!
힘든 일이겠지? 그냥 헛소리해봤어.
그럼 너두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