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이라는 말이 익숙했던 시기가 지나고 이병으로 불리게 되었지만, 사실 더 익숙한 호칭은 막내이고 지칭은 쫄따구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표현은 쫄따구 막내일 것 같네요.
한 토론프로그램에서 유명 논객이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입어도 입어도 춥고 자도 자도 졸린 곳이 군대’라고 했지요. 경험을 전제로 한 진심 없이는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명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육해공군·해병대를 통틀어 대한민국 군인 중 가장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입어도 입어도 춥고, 자도 자도 졸린 이가 바로 쫄따구 막내이지요.
쫄따구 중에 막내인 삼철에게 이 시기는 남들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이 가여운 쫄따구 막내의 유일한 위안은 역시 자칭 애쁜 은경, 깜찍 은경, 깜찍이 소다... 그녀였습니다. 그녀 덕분에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군대의 의미는 각자 다르겠지만, 제대를 하면서 저는 최고의 암흑기 또는 정체기를 보냈고 이런 주저앉은 시간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더군요.
걸음 길
얼마나 갔을까 한참이나 멈춰서 한 발걸음도 채 떼지 못하네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그 걸음으로 각자의 길을 나서서 걷고 걷지만
홀로이 이렇게도 외롭고 나만이 왜 이토록 아픈지
그래도 다른 멈춘 이 손 끌어 잡고 또 때로는 뒤에 오는 이 함께 가야지
뒤돌아 보면 물길이었고 눈 위에 발자국 남아도 녹는 것을
발목이 꺾여서 주저앉아도 가족은 그대 곁에 있어
얼마나 갔을까 한참이나 멈춰서 앞 선 걸음들 눈 떼지 못하네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그 걸음으로 각자의 길을 나서서 걷고 걷지만
홀로이 이렇게도 힘겹고 나만이 왜 이토록 더딘지
그래도 다른 멈춘 이 손 끌어 잡고 또 때로는 뒤에 오는 이 함께 가야지
뒤돌아 보면 물길이었고 눈 위에 발자국 남아도 녹는 것을
발목이 꺾여서 주저앉아도 사랑이 그대 곁에 있어
그대들 걸음 길 응원하는 못나고 나이 든 어느 주저앉은 이가
저에게 바로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쫄따구 막내 이병일 때처럼 힘들고 괴롭지 않습니다.
그때의 그녀는 제 아내가 되어 항상 곁에 있을 뿐 아니라 아들인 쭈니까지 아빠를 응원해 주고 있으니까요.
잠시 사랑을 시작하던 때의 추억에 젖으시기 바랍니다.
또 어떤 이유든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께서 '이병 편'을 읽어 주신다면 조그만 위로가 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