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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Jun 30. 2022

실험용 쥐가 아닌 인간으로

축복같은 하루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면회를 하고 돌아오는데요양원에서 전화가 왔다아빠가 휠체어에서 자꾸 일어나 걸으시려 하신다며 당분간 휠체어에 앉아 계실 때만이라도 안전벨트를 매도 되겠냐는 것이다아직은 다리 힘이 약해 일어나다 넘어지면 부상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나는 잘 부탁드린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으며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버지에게 함부로 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버지는 시립요양원으로 간지 얼마 되지 않아 휠체어에서 워커로 갈아타시고곧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실 수 있게 되었다오매불망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싶다던 아빠의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이 일을 이루어내기 위해 아버지와 내가 한동안 무던히 애써왔다화장실을 스스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엄청난 일인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아버지 덕분에 일상적으로 누리고 사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엄청난 축복임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스스로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내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대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족들 얼굴을 원할 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당연하다 여겨지는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하고 싶은 무엇 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축복 같은 하루를 살아감에 모든 것에 감사해야하는 이유이다.      

     

하루가 다르게 회복되어가는 아버지를 보며요양원을 알아볼 때 사람들이 왜 그렇게 국가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을 추천하는지 알게 되었다사람들은 구립이나 시립으로 가야지민간 요양원 잘못 들어가면 걸어 들어갔다가 산송장으로 실려 나온다며 절대 아무데나 보내면 안 된다고 했었다아빠도 걸어 들어갔다가 산송장으로 실려 나왔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대기 시간에 나라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 들어가기란 하늘에 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급증하는 노인인구와 이로 인한 간병 문제, 그리고 극단적인 간병 살인까지. 최근 7년간 170건이 넘는 간병 살인이 발생 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상은 이보다 더 엄청난 숫자 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급격한 고령화에 커지는 돌봄 문제까지. 뭔가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 줘야 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머지않아 우리의 문제가 될 것이고당신들의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보니 지난 10여 년간 국·공립 요양시설의 설립은 3% 정도 밖에 안 되고, 나머지 97%는 신고만 하면 되는 민간 요양시설이라고 한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설립 기준이 조금 까다로워지기 했지만, 여전히 허술한 관리감독에 ‘요양원 3년 하면 빚을 다 갚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실과 비리가 판친다고 한다. 이는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의 허접한 식사와 약물 오남용에 따른 약제비 과다 청구 같은 비리로 가능한 일이었지 않나 싶다. 이곳 어르신들은 실험용 쥐보다 많은 약을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자다가 결국 건강악화로 실려 나올 수밖에 없는 요양원의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험용 쥐가 아닌 인간으로 노후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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