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후회하는 것
엄마 친구 중 한 분이 오래전부터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다. 그런데 그분이 최근에 요양원에서 쫓겨났다며 그분 아들이라는 사람이 아빠가 계시는 요양원에 대해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난 구립은 입소가 힘들다고 알려주고, 이전에 알아봤던 요양원 중 입소 가능한 몇몇 곳을 알려줬다.
그런데 의아했던 점은 엄마 친구는 아버지와 같은 폭력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순한 성격의 여자 분이라 요양원에서 쫓겨날 이유가 없는 분이셨다. 궁금한 마음에 엄마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그 분이 같은 요양원에 있는 치매노인하고 바람이 낫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분이 부인이 있으셨던 분이고, 두 분이 조용히 그 안에서 연애만 한 것이 아니라, 요양원을 나가 따로 살겠다고 소란을 피우셨다는 것이다. 결국 남자 어르신 가족들의 항의로 두 분 다 퇴소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난 엄마 말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분은 젊은 날 바람나 집 나가버린 남편을 대신해 세 명의 자식을 혼자 키워 오신 분이셨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 옆에서 들이대는 남자들이 한 트럭은 족히 됐어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자식들만 바라보고 평생을 살아오신 그런 분이 치매까지 걸려 유부남과 연애라니.
아는 언니 중 한명은 치매 걸린 노모를 모시고 계신다. 그런데 그 언니가 밤마다 집에 가야한다고 짐을 싸는 엄마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울상이다. 언니의 노모는 시골에서 남편과 과수원을 하셨었다. 그러나 남편이 돌아가신 후 과수원을 정리하고, 귀동이었던 외동아들인 막내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고, 그 아들과 함께 살겠다고 그 집으로 들어가셨다. 아들 집으로 들어간 그 어머니는 집안일은 물론 손자 키우는 일까지 도맡아하며 그렇게 식모처럼 아들을 도왔다. 그러나 치매에 걸리고, 밤마다 집에 가야한다고 짐을 싸서 나가려는 증상이 심해지자 아들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겠다고 하고 결국은 누나였던 그 언니가 어머니를 모시게 됐단다.
일에 한이라도 맺힌 듯 일 타령만 하는 아버지.
남자에 한이라도 맺힌 듯 유부남과 바람 난 엄마 친구.
아들 집에 들어간 것이 한이라도 맺힌 듯 밤마다 짐을 싸는 언니의 노모.
누군가 그랬다 후회는 우리를 계속 쫒아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진다고.
치매로 견고한 이성의 끈이 풀어지는 순간, 사회적 굴레를 벗어던지는 순간, 그분들은 당신들이 가장 원했던 것들을 향해 나아감에 거침없어 지신 것 같다.
미국인 사업가이자 독설 강연자로 유명한 댄 페나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죽기 직전에 후회하는 것은 아들의 축구 경기를 놓친 것이나, 딸의 졸업 파티를 안 간 것 따위가 아닙니다. 죽기 직전에 후회하는 것은 당신이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 하려 했는데, 했어야 했는데 안한 것들을 후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