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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Jun 30. 2022

한이 되어버린 후회

죽기전에 후회하는 것


엄마 친구 중 한 분이 오래전부터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다그런데 그분이 최근에 요양원에서 쫓겨났다며 그분 아들이라는 사람이 아빠가 계시는 요양원에 대해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난 구립은 입소가 힘들다고 알려주고이전에 알아봤던 요양원 중 입소 가능한 몇몇 곳을 알려줬다     


그런데 의아했던 점은 엄마 친구는 아버지와 같은 폭력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순한 성격의 여자 분이라 요양원에서 쫓겨날 이유가 없는 분이셨다궁금한 마음에 엄마에게 이유를 물어보니그 분이 같은 요양원에 있는 치매노인하고 바람이 낫다는 것이다문제는 그분이 부인이 있으셨던 분이고두 분이 조용히 그 안에서 연애만 한 것이 아니라요양원을 나가 따로 살겠다고 소란을 피우셨다는 것이다결국 남자 어르신 가족들의 항의로 두 분 다 퇴소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난 엄마 말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그분은 젊은 날 바람나 집 나가버린 남편을 대신해 세 명의 자식을 혼자 키워 오신 분이셨다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 옆에서 들이대는 남자들이 한 트럭은 족히 됐어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자식들만 바라보고 평생을 살아오신 그런 분이 치매까지 걸려 유부남과 연애라니.       


아는 언니 중 한명은 치매 걸린 노모를 모시고 계신다그런데 그 언니가 밤마다 집에 가야한다고 짐을 싸는 엄마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울상이다언니의 노모는 시골에서 남편과 과수원을 하셨었다그러나 남편이 돌아가신 후 과수원을 정리하고귀동이었던 외동아들인 막내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고그 아들과 함께 살겠다고 그 집으로 들어가셨다아들 집으로 들어간 그 어머니는 집안일은 물론 손자 키우는 일까지 도맡아하며 그렇게 식모처럼 아들을 도왔다그러나 치매에 걸리고밤마다 집에 가야한다고 짐을 싸서 나가려는 증상이 심해지자 아들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겠다고 하고 결국은 누나였던 그 언니가 어머니를 모시게 됐단다    

 

일에 한이라도 맺힌 듯 일 타령만 하는 아버지.         

남자에 한이라도 맺힌 듯 유부남과 바람 난 엄마 친구.         

아들 집에 들어간 것이 한이라도 맺힌 듯 밤마다 짐을 싸는 언니의 노모.     


누군가 그랬다 후회는 우리를 계속 쫒아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진다고     


치매로 견고한 이성의 끈이 풀어지는 순간사회적 굴레를 벗어던지는 순간그분들은 당신들이 가장 원했던 것들을 향해 나아감에 거침없어 지신 것 같다.       


미국인 사업가이자 독설 강연자로 유명한 댄 페나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죽기 직전에 후회하는 것은 아들의 축구 경기를 놓친 것이나딸의 졸업 파티를 안 간 것 따위가 아닙니다죽기 직전에 후회하는 것은 당신이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하려 했는데했어야 했는데 안한 것들을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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