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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Jun 30. 2022

아빠는 감옥에 산다

'아빠, 그만!'


2021년 봄, 코로나 발발 일 년이 조금 지나 드디어 전격적인 백신 접종이 진행되었다.  우선적으로 요양시설 종사자, 입소자 등 고위험군 대상자부터 우선 접종이 시작되었다. 아버지도 그 당시 부작용에 대해 말 많던 아스트라제네카를 요양원에서 맞으셨다. 어찌됐든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대면 면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그 당시 백신 미접종 상태였던 나는 요양원 입구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나서야 면회가 가능했다. 그래도 면회를 전면 금지 시켰던 다른 요양원에 비해 아버지가 입소한 곳은 간간히 비대면 면회는 가능했었다.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인터폰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곤 했었다. 아버지는 요양원을 교도소로 생각하시는 지 항상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만나야 하냐고 화를 내시는 거나,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 면회 때의 일상이었다. 

  

요양원 입소 후 거의 일 년 만의 대면면회라 면회실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조차 너무 길게 느껴졌던 나는 아빠가 타고 내려 올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빠를 기다렸다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아빠가 요양보호사와 함께 내려왔다나는 반가운 마음에 덥썩 아빠를 얼싸 안았다요양원 입소 할 때 안아보고는 처음이었다아버지를 부축해 면회실로 들어서자엄마가 반갑게 아버지의 손을 붙잡는다아버지는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표정으로 엄마와 내 손을 꼭 쥐고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아이처럼 엉엉 우신다     


난 아버지가 아무리 그만 살고 싶어 하셔도 그냥 놔드릴 생각 없다아버지가 우리를 기억하는 한몸이 너무 아파 괴로워하시지 않는 한아버지가 우리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밤이고 낮이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고오직 하는 일이라고는 먹고자고싸는 일 밖에 없던 아기였던 우리를 돌봐주고 한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키워주신 분지금 우리가 당신이 우리에게 해주신 그 모든 것의 반의반도 못하고 있지만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드리려 애쓰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아이처럼 울고 있는 아버지를 달래다 결국 나도 엄마도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이산가족처럼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흐느끼기만 했다겨우 진정하고 아빠아픈 데는 없어?” 하고 물어보니 아빠가 괜찮다며 끄덕이신다그런데 아버지가 기저귀를 차고 계신다워커에 의지하긴 하셔도 걸어 다니시는데 왜 기저귀를 차고 계시는 걸까난 아빠기저귀 차네.” 하니 아버지가 일하러 가야하는데 기저귀를 채운다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신다도대체 언제까지 일 타령을 하실지치매로 정신 줄을 놓아가는 상황에도 일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사시는 것 같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각자의 이야기를 했다아버지는 일이 얼마나 바쁜지에 대    해엄마는 건강하게 잘살라는 얘기를나는 아버지의 팔다리부터 멍이 없는지부터 체크하고사람들은 때리지 않는지 등을 확인했다.  짧은 면회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고직원이 면회시간이 끝났다며 면회실로 들어왔다아빠는 벌써?”라며 아쉬워하시고나는 직원에게 아버지의 기저귀에 관해 물어봤다기저귀는 차지만 화장실 가시고 싶어 하시면 모시고 간다고 말에그럼 기저귀를 왜 채우나 싶어 다시 물어보려는데 아버지가 울면서 직원에게 90도 각도로 몸을 숙여 인사를 하신다가족들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직원이 우리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당황한 직원은 그런 아버지를 말려보지만아버지는 몇 번이고 몸이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셨다   

  

아빠그만!’     


불쌍하다 못해 비굴해 보이기까지 한 아버지에게 제발 그만하라고 말리고 싶었다아빠는 당당해도 된다고아빠는 여기에서 공짜로 얻어먹으며 빌붙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돈 낼만큼 내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당당한 고객이라고그러니 머리 조아리고 굽신거릴 필요 없고어깨 펴고 당당하게 행동하라고그래도 된다고그래야 한다고우리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난 아빠를 배웅하며작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아빠... 아빠 옆엔 우리가 있어끝까지 우리가 아빠 지킬 거야그러니 걱정하지 마.” 아쉬운 마음에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간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작별 인사를 했다     


감빵에서의 죄수 면회도 아니고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의 면회를 해야 하는 것인지코로나가 아니어도 시간 제약 없이 편하게 아버지가 거주하시는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함께 TV보고함께 식사하고함께 산책하는 등의 아주 사소한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면회     


일본 후지사와에 있는 아오이케어’ 요양원이곳은 두 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있는데한 섹션은 치매로 인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거주하는 치매 노인 그룹 홈이고다른 곳은 방문객을 위한 공간으로 짧은 거주도 가능한 개방 공간이 있단다. ‘아이오케어에서는 보호자는 물론 근처 주민들도 쉽게 개방공간에 들러 노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단다노인들은 가족들과 혹은 이웃들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캐치볼을 할 수도 있고때로는 함께 물건을 만들어 판매 할 수도 있단다이곳 노인들은 요양시설에 갇혀있는 노인이 아닌 지역주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간다

  

남에게 도움을 받기 보다는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버지지금 거주하시고 있는 요양원 자기 방에서만이라도 스스로 청소하고 침대 옆에 화분이라도 하나 키울 수 있다면아버지가 감옥에 갇혀있다는 생각보다는 그 곳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으실 것 같다

 

미국 소도시 뉴 베를린에 위치한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 의사 빌 토마스는 무료함외로움무력함을 요양원의 세 가지 역병으로 정의하고 이를 없애려 요양원에 동물식물어린이들을 들여놓기 시작한다뉴욕 주 의회를 설득하여개와 고양이 그리고 잉꼬 새를 들여 놓고각방에 식물도 놓았으며요양원 직원의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을 개설하였고지역주민을 위한 탁아시설을 만들어 아이들이 요양원 정원에서 뛰어놀도록 만들었다요양원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입소 노인들은 직접 식물에게 물을 주기도 하고새에게 먹이를 주며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기도 한다이 결과 노인들의 약 복용은 절반으로 줄었으며사망률 또한 15%나 감소했다고 한다

  

면회시간이 끝나고 들어가기 싫어하는 아버지에게 우리는 항상 코로나 끝나면 같이 식사며 산책도 하자고 달랬었다조금만 참으시라고... 그러나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의 요양원은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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