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어느 멋진 아침
가을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집 근처 낮은 산으로 산책을 나왔다.
고요한 숲 속을 혼자 걷는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마음이 고요해지며 자연이 주는 축복을 마음껏 누리니 감사함으로 충만해진다.
애잔한 가을 풀벌레 소리, 바람에 스치는 잎새들의 사각거림, 간간이 들려오는 산새들의 칸타빌레,
황홀한 자연의 오케스트라이다.
완벽한 가을 음색으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슬쩍 내 노래를 얹어본다.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때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새파란 하늘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가고
비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온 자국마다 맘 아파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그날 그때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내 맘의 강물’ 이란 제목의 이 가곡은 나의 애창곡이다. 이 노래 가사는 언제나 나를 위로해 준다.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라는 대목을 부를 때면 그동안의 나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듯 사랑스럽고 귀엽고 대견한 손주들의 얼굴이 내 눈앞에 아롱거린다.
자연에 감사하며 부르는 나의 노래에 온 우주가 숨죽인다. 산들바람과 애무하는 단풍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카네기 홀에서의 연주도 부럽지 않다.
문득 ‘매암이 맵다 울고’ 란 제목의 옛시조 한 수가 떠오른다.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니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薄酒)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역시 자연은 욕망과 욕심, 불만과 불평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