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도(文章道)

by 민정애

문장도(文章道)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복지관에서 어른들께 ‘문학의 이해와 행복한 글쓰기’ 란 타이틀로 강의한 지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지난 학기 마지막 시간에 참석자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쓴 수필의 편 수를 이야기하며 뿌듯해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내가 우연한 기회에 수필가가 되었고 그저 참되게 살기 위해 문학과 철학 종교에 심취해 살다 보니 작가란 이름도 얻게 되었다.

작가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고 매일 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유명한 글쓰기 책을 보아도 10분씩이라도 매일 쓰라고 강조된다. 또 글쓰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기술이라고도 했다. 매일 연마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잘 쓸 수는 없다. 한 마디로 일필휘지는 없는 것이다.

우리 교실은 두 시간 수업이다. 참석인원은 20명 내외, 각자 매주 1편의 수필을 써 오는 것이 우리 반 학생의 의무다. 각자 써온 글을 읽으며 서로 합평을 한다. 그러다 보니 역시 매주 빼놓지 않고 써오는 분들의 글이 점점 정리되어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역시 다작을 하다 보면 자기 글이 보이고 어떻게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린위탕이 강조한 文章道를 다시 한번 새겨본다.


‘문장도(文章道)에 대하여


문장도는 글을 쓰는 단순한 기법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장을 만드는 법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사실 작가 지망자의 경우는 너무 기법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향은 시정해야 한다. 우선 진정한 예술의 격을 기른 후 자신의 온 영혼을 작품에 쏟아붓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격의 기초가 이룩되면 저절로 스타일이 생기게 되고, 지엽적인 기법 따위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다.

자질이 훌륭하면 다소 작품에 문제가 있더라도 문제 삼을 정도는 못된다. 어떤 출판사나 교정만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으니 문장이나 구두점에 약간 틀린 점이 있다 한들 무슨 큰일이겠는가?

프랑스의 철학자 뒤퐁이 말했듯이 ‘문체는 곧 사람이다.’ 문체라 하는 것은 체제도 아니고, 단순한 장식도 아니고, 독자가 느끼는 작가의 품위와 깊이, 견식, 유머 등 모든 느낌에 총체인 것이다. 그러니 ‘유머를 사용하는 방법’ 이니, ‘실용적 상식’등의 지침서 따위의 책은 다 쓸데없는 것들에 불과하다.


나는 표현주의에 전개와 발랄한 개성이 넘치는 산문을 중국에 전개하는 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문장도 전반에 관한 의견을 펼치기 위해 수많은 논문을 쓰기도 했는데 다음에 소개하는 것은 (담뱃재)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문학에 대한 경구의 일부이다.


1) 기법과 개성

작문 선생이 문학을 얘기하는 것은 목수가 미술을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평론가가 기법에 의해 작품을 비평하는 것은 토목기사가 컴퍼스로 태산의 높이를 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문장의 기법이란 있을 수 없다고 내 노라 하는 중국의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기법에 집착하는 것은 속 좁은 사람이 아주 시시한 문제에 매달리는 꼴과 마찬가지이다. 초보자는 언제나 기법에 연연한다. 모든 예술의 성공의 기본은 개성에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2) 문학 감상


어떤 작가의 작품이든 읽고 난 후에 받은 느낌을 절대로 숨길 필요가 없다. 독자에 감상력이 올바로 작용한다면 말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독서를 마치고 난 후에야 어떤 글에서 풍기는 우아함, 섬세함, 산뜻한 등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수준에 도달하면 시시한 지침서 따위 없이도 훌륭한 문학을 구별할 수 있다. 문학 감상에 가장 우선하는 원칙은 모든 맛을 가능한 많이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최상의 것이란 무르익음에 맛이지만 작가가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사실 고요함과 무미건조함의 차이는 백지 한 장이다. 사색하지 않고 독창성이 없는 작가는 무미건조함에 빠지게 된다. 마치 제 즙으로 요리에 맛을 내려면 생선이 싱싱해야 하듯이 그렇지 못하면 갖은양념을 다 써서 맛을 억지로 내야 한다. 뛰어난 작가라면 아무 화장도 않고 임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양귀비 정도는 되어야 한다.

keyword
이전 03화노년의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