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글쓰기

삶을 바꾸는 글쓰기

by 민정애

삶을 바꾸는 글쓰기


“읽는다는 것은 너무 거룩하고 신성한 일이고

쓴다는 것은 통쾌하고 유쾌한 일이다.

그 이치를 알면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지고(養生)

죽음을 탐구할 수 있다.(求道)

구도를 하면 지금의 삶을 잘 살 수 있다.”

고전 평론가 고미숙 님의 글쓰기 책인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의 내용이다.


오래전 고등학생이던 연년생 아들 둘을 캐나다로 유학 보냈었다. 사춘기 아들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정기적인 편지 쓰기 밖에 없다는 생각에 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 편지 쓰기를 계기로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고 엉겁결에 등단도 하게 되었다.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그 편지는 '우물 밖으로 나간 개구리'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 되었고, 재미가 붙어 80대 중반이셨던 친정아버지하고 이메일로 서로 교환일기를 하며 친정아버지의 참사랑도 느끼게 되었다. 말로 하지 못했던 감사의 표현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지금 친정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와 메일로 주고받았던 내용의 책(아버지 정원에는 무슨 꽃이 피어 닜나요?)이 있어 따뜻했던 아버지를 추억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편지 쓰기 전까지 나에게는 작가가 된다는 것은 꿈에도 없던 일이다. 물론 등단하고도 생업에 바빠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다. 지금 내 나이 올해로 68세가 된다. 그러나 나는 현역 작가다. 작가는 정년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항상 현역이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구상 중’이다,라고 말하면 되기 때문에 항상 현역이다.”

라는 어느 작가의 말을 듣고 웃었었는데 사실이다.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고미숙 님이 쓴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란 책 124페이지에 있는 소제목이다.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일을 찾아야 한다. 이 말은 또 이렇게 변주될 수 있다.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 청년기에도 좋고 중년에도 좋고, 노년에도 좋은 일, 그런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보니 내가 바로 그런 일을 찾은 것이다. 참으로 마음 깊이 행복하다. 나는 지금 노인 복지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맡고 있다.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일을 내가 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글쓰기 수업을 통해 많은 어른들이 삶과 세계에 대한 사유가 터져 나와 양생이 되므로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좀 더 풍요로운 노년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동안 글을 잘 써보려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도 많이 찾아보았고 강의도 쫓아다녔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사유하는 수밖에 왕도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의 시인 두보는 책 만권을 읽으면 붓에 귀신이 붙어 저절로 글이 써진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해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일필휘지의 느낌은 아직 모르겠고 수많은 퇴고를 거치지 않으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글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특히 수필은 자기의 삶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글을 잘 쓰려는 마음에 앞서 내 삶을 어떻게 지혜롭게 살아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글쓰기는 노동이면서 활동이고 놀이 이면서 사색이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담대함이 요구되지만 동시에 세상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만, 타자와 깊이 뒤섞여야만 가능하다. 원초적 본능이면서 동시에 고도의 지성을 요구한다. 이 보다 더 좋은 활동이 있을까?”

글쓰기야말로 구도(求道)를 하는 것이다.라는 선생님의 말에 공감한다.

우리 글쓰기 반 어른들이 우정과 지성의 네트워크 안에서 구도를 이루어 지족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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