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하라

by 민정애


오랜만에 법정스님의 책을 샀다.

스님 유언에 본인이 쓴 책을 다시 출판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고

들었기에 다시는 법정스님 글을 못 읽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샘터’에서 법정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을 출판했다.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이기도 하단다.

그동안 강연이나 책 내용 중에 다시 들려주고 싶은 글을 골라 출판했단다.

법정스님의 책은 ‘무소유’로 유명하지만 나는 ‘오두막 편지’라는

수필집으로 처음 스님을 알았다.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지내시며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전해주셨던 글로 기억한다.

이 번 책에도 역시 자연의 중요성과 출가정신에 대한 글이다.

서문에 이런 글이 있다.


‘꽃들은 다른 꽃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다른 꽃들을 닮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자기 나름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라일락이 철쭉을 닮으려고 한다거나, 목련이 진달래를

닮으려고 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모두 다 자기 나름의 특성을 한껏

발휘하고 있습니다. 자기 내면에 지닌 가장 맑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그런 요소들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몫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 몫의 삶, 자기 그릇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그릇에 자기

삶을 채워가며 살아야지, 남의 그릇을 넘본다든가 자기 삶을

이탈하고 남의 삶처럼 살려고 하면 그건 잘못 살고 있는 것입니다.’


출가정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출가란 스님이나, 스님이 되려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스님은 출가는 바로 눈뜸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진정한 눈뜸, 내가 나를 직시할 수 있는 심안을 가지면 안정된 삶을

뛰어넘어 충만한 삶에 이를 수 있다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안정된 마음을 갖기보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기 쉽다.

보는 대로 이끌리고 듣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 중심이 바로 서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은 복잡한 사회에 살지만 마음은 항상 깨어있는

수양하는 마음(正邪區別 善惡區別, 정사 구별 선악 구별)으로

조심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수양하는 마음으로 내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 같은

속인도 출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스님은 출가 정신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일상의 삶 속에서 소용돌이나 늪에 갇혀 허우적거릴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헤쳐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보다 자기 다운, 보다 꽃다운,

보다 인간다운 삶은 없을까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출가정신입니다.’


‘출가란 모든 집착과 얽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이것이 수행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닙니다.

진정한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 누구에게나 이 출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삶을 변화시켜야 하고,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출가는 떠남이 아니라 돌아옴입니다. 진정한 나에게로,

그동안 잊혔던 본래의 나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출가는 소음과 잡다한 얽힘에서 벗어나 침묵의 세계로 들어섭니다.

말이 안으로 여물도록 인내함으로써 우리 안의 질서를 찾습니다.

중심을 바로 세워 진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가려내는 그런 눈뜸입니다.

출가는 본래의 나를 찾아 나섭니다. 나는 누구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존 재속의 존재에게 간절히 묻습니다. 답은 그 물음 속에 있습니다.

출가는 안정된 삶을 뛰어넘어 충만한 삶에 이르려는 것입니다.

안정과 편안함은 타성의 늪입니다. 쉼 없는 탈출과 새로운

시작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변화가 없이는 죽은 존재입니다.’


‘출가란 살던 집을 등지고 나온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성에 차지 않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남이요,

거듭거듭 떨치고 일어남이다.

출가 정신을 다른 말로 표현하지면 칼을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칼이 칼 일 수 있는 것은 그날이 퍼렇게 서 있을 때 한해서다.

누구를 상하게 하는 칼날이 아니라, 버릇과 타성과 번뇌를 가차 없이

절단하는 반야 검(般若劍), 즉 지혜의 칼날이다.’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줄 것인가. 오로지 내가 내 인생을

한 층 한 층 쌓아갈 뿐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그동안 이래저래 심란했던 마음이 고요해

지는 것을 느낀다.

이 글을 읽고 나의 내면에 있는 나만의 가장 맑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요소들을 묻어둔 채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며 갈팡질팡 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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